[프로젝트F1] 이다의 극장 네트워크

민간소극장, 공공과 고부가가치의 틈새 뚫기

김소연 편집장

공공성과 산업적 가치를 오가는 공연예술 제도정책에서 민간소극장의 유통환경에 대한 구체적 관심은 부족하다. 국민의 세금으로 떠안아야 할 공공적 가치도 아니고 그렇다고 국민총생산에 기여할 산업적 규모를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민간소극장의 건전한 시장 형성은 공연예술의 중요한 인프라가 아닐 수 없다. 이다의 극장네트워크가 지향하는 것은  민간소극장을 중심으로 한 공연예술 인프라 확장이라 할 수 있다.

이다의 극장 네트워크에 대한 손상원 대표의 설명은 이렇다. 프로모터를 중심으로 한 유통은 아무래도 수익극대화가 목적이다 보니 지명도 있는 공연들로 제한되어 있다. 거기다가 제한된 공연 횟수에 최대의 관객을 동원하려다보니 소극장 공연이 대극장 공연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결국 공연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이러한 방식으로는 지속적인 관객관리 등 관객개발로 이어질 수 없다. 게다가 지역은 계속 소비처로만 남게 된다. 반면 다양한 레퍼토리를 함께 개발하고 지역 극장의 마케팅 능력이 성장하는 등 지역극장의 인프라가 확대된다면 지역 예술 발전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좀더 안정적인 지역 유통 구조가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서울에서 제작된 공연이 지역으로 갈 때는 대부분 지역 프로모터를 통한다. 프로모터는 수익성이 높은 작품을 선택해서 수익을 최대한 실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공연을 진행한다. 그런데 수익성을 중심으로 한 이러한 공연 유통은 한계가 분명하다. 관객개발이나 지역 연극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왔다. 우리는 공연을 사고파는 관계를 벗어나 지역 극장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새로운 유통구조를 모색하고 있다. 지역 공연을 또 다른 시장에 작품을 파는 것이 아닌 투자의 개념으로 가져가려고 한다."


극장을 중심으로 한 안정된 유통구조 필요

대학로 이다 소극장 전경손 대표의 설명을 들으면서 처음 들었던 생각은 너무 '착한 프로젝트'라는 것이었다. 공연을 상품으로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공연이 지역극장 인프라의 성장에 기여하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지역 유통구조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올바르다'. 그러나 손 대표 자신도 말했듯이 시간과 돈이 필요한 작업이다. 민간소극장이 이렇게 장기적으로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서 '착한' 사업에 매달린다는 것이 과연 현실적인 판단일까. 능력 있는 프로모터에게 비싼 값에 팔아서 수익을 확정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IMF 이전까지만 해도 소극장 연극들도 적지 않게 지역 공연을 갈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IMF 이후 그 시장이 완전히 없어지다시피 했다. 대형 뮤지컬 공연이나 스타마케팅이 가능한 공연들만이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복권기금으로 시행되고 있는 전국문예회관연합회(이하 전문연)를 통한 공연 유통이 숨통을 틔워주기는 했다. 그렇지만 공적 영역과 민간 제작극장은 서로 다른 사업 방향을 가지고 있다. 전문연 사업은 지역관객들에게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고 또 향수권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민간소극장은 흥행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전문연 사업은 대상사업으로 선정되어야만 공연을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소극장 연극 시장이 축소되어 있고 따라서 새로운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극장이 그러한 새로운 구조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극장 네트워크의 지향이다. 이러한 방향은 최근 공연예술계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는 제작극장의 필요성과도 잇닿아 있다. 공공극장만이 아니라 민간소극장도 제작능력을 갖추고 자체 레파토리를 만들어내고 그럼으로써 자기 성격을 구축하는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다양한 성격의 민간소극장들은 다양한 관객층을 극장으로 불러오는 데에도 필요하다.

"좋은 작품을 만들고 그것이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그래서 수익이 나서 다시 작품 제작에 투자하는 순환구조는 누구나 꿈꾸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공연은 '수익'에서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프린트로 유통되는 영화와는 다르다. 대학로 시장에서 그러한 건전한 순환구조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제작자 입장에서도 지역시장은 꼭 필요하다. 대학로 소극장 공연은 두 달에서 세 달 정도가 최대치이다. 그런데 만약 지역극장 네트워크가 있어 대구에서 한 달, 부산에서 한 달 공연을 할 수 있다면 이 작품은 다섯 달 동안 관객들과 만날 수 있게 된다. 그만큼 작품의 가능성이 확장되는 것이다."


지역극장 인프라 확대가 우선 과제,
지금은 협력관계 꾸준히 발전시키는 단계

지역극장과의 네트워크, 즉 안정적인 유통구조의 확보는 제작의 선순환구조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사실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극장 간의 네트워킹이라기보다는 지역극장이 인지도, 관객층, 마케팅 능력 등의 인프라를 갖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차근차근 신뢰를 쌓고 협력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007년에 개관한 대구 시티극장은 개관 이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극장이다. 개관을 준비할 당시부터 함께 상의도 하고 극장운영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프로그래밍 협업을 하고 있다."

프로그래밍 협업은 이다 제작 작품의 유통을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니다. 이다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측면이 크다. 때문에 손 대표는 이다 제작 작품만이 아닌 여타 제작사들의 작품도 프로그램에 포함했다고 한다.

극장간 협업을 통해 극장 인프라를 확충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지역극장과의 네트워크만이 아니라 서울에서도 네트워크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내용적인 협업은 지금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을 어떤 형식으로 묶기에는 서로의 지향점이나 지금 당장 관심 있는 문제가 서로 다르다. 어떤 작품은 대학로 관객만으로도 일정한 수익창출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새로운 유통구조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다르다. 또 어떤 작품은 프로모터를 통한 유통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01. 대구 ct극장 02 03. 부산 가마골 소극장




극장 네트워크는 소극장 공연 완성도를 위한 환경

그렇다면 여타의 대학로 제작사 극장들과 이다의 이해와 관심이 다른 점은 무엇일까. 이다는 왜 지역극장의 성장과 네트워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일까.

"협업은 선행이 아니다. 앞서 프로모터의 경우 수익극대화를 목표로 하다 보니 소극장 공연들이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대부분의 프로모터들은 자체 극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공연에서 수익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흥행사가 아니라 제작극장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면 그런 우를 쉽게 범하지 않을 것이다. 작품의 규모에 맞는 극장에서 최선의 공연을 함으로써 관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그러한 완성도 높은 공연이 극장의 자산이 된다는 장기적 관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다는 주로 소극장 작품들을 제작하고 있다. 소극장 공연에서 보다 안정적인 공연환경이 확대된다는 것은 작품의 완성도나 또 그것을 바탕으로 한 흥행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생각해보면 공공성과 산업적 가치를 오가는 공연예술 제도정책에서 민간소극장의 유통환경에 대한 구체적 관심은 부족하다. 국민의 세금으로 전부를 떠안아야 할 공공적 가치도 아니고 그렇다고 국민총생산에 표나게 드러나는 산업적 규모를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민간소극장의 건전한 시장 형성은 공연예술의 중요한 인프라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편 지역극장 활성화가 곧바로 지역연극의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대학로 프로그램을 유통하는 프랜차이즈가 되는 것은 아닐까.

"당장 실현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협력관계를 갖고 있는 대구 시티극장이나 부산의 조은극장(구 가마골소극장)도 제작극장을 지향하고 있다. 우리는 공연만이 아니라 극장 프로그램도 공유하고자 한다. 이다가 운영하고 있는 배우훈련 프로그램이나 창작단체들의 독회, 워크숍 등을 네트워크 극장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또 이번에 저작권중개 사업을 등록했는데, 초반에는 완성된 공연이 지역으로 갔다면, 앞으로는 좀더 발전된 형태로 이다가 대본 저작권만 중개하고 지역에서 연출, 배우를 갖춰 직접 프로덕션을 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올해 대구 시티극장은 이다에서 아이디어를 낸 작품을 제작하여 초연을 올릴 예정이다. 그 공연을 이다 소극장에서 공연할 수도 있다. 서로의 제작능력을 공유할 수 있다면 극장 네트워크의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다. 단박에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수익성? 공연의 가능성은 확대되었다

현재 이다는 대구 시티극장, 부산 조은극장과 파트너십을 가지고 있다. 손 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혹시 별도의 계약 관계가 있는지를 물었다. 올해 시티극장과 프로그래밍 협업을 하면서 MOU 체결을 검토하다가 중단했다고 한다. 아직은 구체적인 형식을 갖는 것보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검증이 필요한 단계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종업종의 자생적인 유대관계와 극장 네트워크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프로그래밍과 같은 협업에서는 특별한 형식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공연에 대해서는 계약서를 작성하고 서로의 의무를 준수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공연을 제공하고 지역극장은 극장과 마케팅을 제공한다. 공동으로 투자하고 수익을 분배한다."

뜻이 아무리 좋아도 결국 수익성 또한 이 프로젝트의 관건이 아닐 수 없다. 지난 가마골소극장에서 공연한 <환상동화>는 사실 적자였다고 한다.

"3주 공연이었는데 초반에 부진했다. 하지만 공연 후반에 관객이 몰렸다. <환상동화>의 가능성은 확인했다고 본다. 그만큼 시장이 확대된 성과가 있다."

이다는 올해 3개관을 추가로 개관한다. 총 5개관을 운영하게 되는 것이다. 손 대표는 우선 이다의 5개관을 통해 극장 브랜드화를 모색할 계획이다. 손 대표는 앞으로 지역극장 네트워크가 어떤 하나의 통합된 브랜드로 가게 될 지 아니면 컨소시엄 형태가 될지는 모르겠다고 한다. 계속 강조했던 신뢰관계가 어떻게 발전하느냐, 5개관으로 확대되는 이다의 운영이 어떻게 전개되느냐, 또 앞으로 공연환경이 어떻게 달라질 것이냐에 따라 또 다른 선택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 지금까지 이들이 만들어온 길보다 앞으로 만들어가야 할 길이 더 멀고 험할지도 모르겠다. 공공영역과 고부가가치 산업의 틈새에서 벌이는 민간소극장의 길찾기는 계속 눈여겨보아야겠다.


김소연  

필자소개
김소연 편집장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다원예술소위 위원, [컬처뉴스] 편집장을 지냈다. 무대가 어떻게 세상과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으로 연극평론을 쓰고 있다. <상업지구 대학로를 다시 생각하다><이 철없는 아비를 어찌할까> 등의 비평이 있다.



weekly 예술경영 . 정보라이선스 정보공유라이선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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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hj
  • 2012-05-27 오후 4: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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