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2013년 도자공예학과 친구들이 모여 하고 싶은 걸 찾고 고민하다 시작된 문화예술 창의집단 ‘낭자’. 과제가 아닌 재미있는 무언가를 하고 싶어 프리마켓 참가, 공예체험 진행, 벽화마을 만들기, 전시, 봉사를 진행했다. 이후 다양한 경험이 쌓이자 낭자 구성원들의 전공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다. 도자기로 만든 디자인 어항용품 브랜드를 만들어보자. 시장조사와 상품 연구개발을 하였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판매를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 과정에서 ‘관심과 구매’는 다르다는 값진 교훈을 얻었고, 만든다고 끝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유통과 마케팅의 중요성을 확인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솔선수범
많은 공예가가 느끼는 당혹감이 아닐까? 밤새워 만든 소중한 작품들을 어떻게 알리고 판매해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었다. 가격은 어떻게 책정해야 하고 어디에 팔아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우리는 선배를 만나고, 전문가 멘토링을 통해 궁금한 이 부분을 채워나갔다. 그리고 그들이 알려준 대로 기존의 유통경로인 프리마켓, 박람회, 갤러리, 편집샵 등의 공간에서 판매를 진행했다. 그러나 ‘예뻐요, 근데 비싸요’ 라는 대답을 듣는 것이 현실이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예술을 해서 밥 먹고 살기가 힘들다고 언급하는 사람도 있었다. ‘낭자’는 이러한 사회적 인식과 구조를 바꾸고자 하였다. 더 좋은 환경에서 작업하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고 공예문화산업 구조를 바꾸기 위해 온라인 공예품 판매플랫폼 서비스를 만들기로 결정한 것이다.
스타트업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했다. ‘공예가들과 함께 성장하며 이 분야를 알리자!’라는 목표와 ‘공예, 일상이 되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창업보육센터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서비스를 구축했다. 함께 할 작가를 찾아 나서기 위해 주변 동기들과 선배들을 가장 먼저 찾아갔고, 새로운 작가들을 소개받아 빠르게 300명의 작가를 모았다. 이어 공예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준비한 크래빌리 라운지(crabilylounge.com), 공예학과 대학생 졸업작품전(graduation.kr) 서비스를 만들었다. 작가들의 소중한 작품들을 한곳에 모으고 많은 사람에게 공유하고 싶어 이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했다. 정식 서비스 개발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진행했다. 대중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키워드 선정, 카드뉴스 제작, 사전홍보를 시작으로 펀딩 진행 내내 대중들과 소통하며 재미있는 판매를 진행했고, 이러한 방식이 우리의 브랜드를 알리고 판매하기에 적합했다.
온라인판매
다들 온라인으로는 공예품을 판매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지금 이 순간도 소리소문없이 문을 닫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과연 온라인이라 그런 것일까?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봐야만 공예품을 살 수 있을까? 크래빌리는 오늘도 이 문제를 놓고 SNS 마케팅, 블로그 체험단 운영, MCN 크리에이터를 통한 노출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서비스를 준비하고 시작한 지 1년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 이제는 판매 전략도 생기고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유통망이 생겼다. 몇몇 공예품은 팔고 싶어도 생산량이 적어 팔지 못할 정도이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물건, 서로 다른 형태와 크기 그리고 적은 수량. 이것들을 재고로 쌓아두기엔 아깝다는 생각에 유통망별 특징과 소비층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공예품을 만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다품종 소량생산인 공예품을 적절하게 유통하고 마케팅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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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랜드를 알릴 수 있었던 크라우드펀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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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상품 유통플랫폼 ‘크래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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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 스페이스와 생존
저작권, 작가의 생계, 비싼 가격 등은 현재 공예문화산업이 가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크래빌리는 중개판매를 넘어 생산과 연구개발을 작가와 함께하고자 한다. 생산자 협동조합 설립을 준비 중이며, 이곳에서 공예가뿐 아니라 마케터, 기획자, 개발자 등이 모여 새로운 생산 방식을 연구하고 시장이 원하는 상품을 개발하려고 계획 중이다. 그리고 추후 3D프린터, VR기술 등을 활용하여 기존 공예문화산업의 단점을 보완하고, 작가들과 함께 공동이 가진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한다. 체험, 연구개발, 생산, 판매가 결합한 크래빌리 메이커 스페이스(가칭)는 새로운 방식의 유통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10년은 바라보고 꾸준히 하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만나온 작가들의 마음가짐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업을 하기 위한 결심. 크래빌리는 작가들과 함께 성장하며 공예문화산업을 차근차근 바꾸고자 한다. CRABILY = CRAFT BECOMES DAILY, 공예 일상이 되다. 이를 위해 모인 팀과 작가들에 대한 꾸준한 애정과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
필자소개
차민승은 국민대학교에서 도자공예를 전공하고 자신의 전공을 알리기 위해 학생창업을 하였다. 현재 청년 공예기획사 크래빌리(crabily.com) 대표를 맡고 있다. 문화예술분야 저변확대를 위해 벽화, 공예체험, 전시, 행사 등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다. 2015년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학생회장을 역임하였고, 3년째 서울시 성북구와 함께 마장동 벽화마을 만들기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