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 에든버러 프린지 진출기①
최석규 _ 아시아나우 프로듀서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Edinburgh Festival Fringe, 이하 에든버러)는 순수 프린지 정신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공연예술계의 축제형 아트마켓으로 자리 잡고 있는 축제이다. 영국 자국의 공연예술 구조에서 에든버러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신생극단의 데뷔 무대에서부터, 기존의 많은 극단들의 차기년도 투어와 비평가들을 만나는 기회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해외 극단들에게는 단순한 국제교류의 장을 넘어선 해외투어의 전초전이자 치열한 경쟁의 실험무대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특히 해외극단들의 참여 경향을 보면, 먼저 작품의 면에서는 해당 국가의 언어 문화권 중심의 전통적인 양식보다는 보편적인 주제에 그 문화권 혹은 단체의 특수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양식의 공연들이고 다분히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타깃으로 하는 관객층도 특정한 연령층보다는 가족관객 등 폭넓은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작품이 주를 이룬다.
따라서, 사실 한국적 정서를 담고 있는 <강아지똥>을 어린이 가족극으로 기획, 공연한다는 것은 에든버러 시장진출의 일반적인 조건에 맞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즉 <강아지똥>이라는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문화적으로 서양에서는 금기시하는 이야기를 주제로 한 대사 연극으로 에든버러 진출을 기획하는 것은 많은 고민과 준비가 요구되는 일이었다.
왜 에든버러인가, 단체 특성에 맞는 전략의 설정과 점검
"이젠 너무 상업적이다" "코미디 공연이 주를 이룬다" "볼 만한, 혹은 성공하는 공연은 한해 참가작 중 15% 안짝이다" "너무 경쟁이 치열하고, 한 달의 생활 물가가 터무니없이 비싸다" 등이 에든버러 공연을 다녀온 많은 한국 단체들이 주로 하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타> 이후 한국의 많은 공연단체들이 초청과 교류 공연을 넘어서 공연예술 시장으로의 직접 진출이라는 목표 아래 축제형 아트마켓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에든버러에서 많은 기획공연을 올리고 있다.
작년 씨베뉴(C-venue)에서 <몽연>을 공연한 극단 '모시는 사람들'은 올해 에든버러에서 <강아지똥>(영문제목 The Dandelion's Story)과 <몽연>(영문제목 A love in a dream), 두 작품을 공연하였다. 필자는 지난 5월부터 8월 에든버러 현지까지 <강아지똥>의 에든버러 진출 컨설턴트를 맡게 되었다. 이미 많은 글과 워크숍 그리고 여러 극단들의 비싼 현장 경험을 통해서 에든버러 프린지가 어떤 공간이라는 것을 주지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이 글을 통해서 기획공연으로 에든버러 등의 축제형 마켓에 진출하려는 계획을 가진 극단들과 현장의 경험을 공유하였으면 한다.
기본적인 해외 진출의 시작은 진출하고자 하는 '작품'과 극단의 비전, 미션에 따라 ';어디로'; 진출할 것인가를 결정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많은 극단들은 에든버러를 먼저 선택하고 작품을 수정, 보완하고, 그리고 홍보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은 지나칠 정도로 우리 극단들에게 에든버러가 이미 공연예술 해외시장 진출의 공간이라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강아지똥>의 에든버러 진출 컨설팅은 ';에든버러';라는 공간에 대한 재인식에서 출발했다. 왜냐하면 이미 극단은 에든버러를 통한 해외시장 진출을 결정한 상태였기 때문에 가능한 해외의 타깃 마켓을 선정하는 단계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든버러라는 공간을 이해함으로써 극단이 에든버러에서 얻을 수 있는 목적과 전략을 설정하고, 그리고 모시는 사람들만의 에든버러에서 '성공'의 의미를 찾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연출, 배우, 기획에게 <강아지똥>과 '모시는사람들'이라는 극단을 객관적으로 이해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현지 관객과 프로모터들에게 <강아지똥>이 갖고 있는 문화적, 예술적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하여 작품의 수정보완, 홍보 마케팅 전략 그리고 현지 운영계획을 수립하였다.
영어권 단체들이 주 이루는 가장 큰 축제형 아트마켓
세계에서 가장 큰 축제형 아트마켓인 에든버러는 문화권(언어권)으로 보면 분명 영어권의 나라 즉 영국, 미국, 호주 등의 공연예술 단체가 주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영국과 미국의 참가단체를 보면 해외 공연예술 시장 진출이 준비된 전문극단에서부터, 자국 내 투어를 개발하기 위한 창단된 지 3~4년 된 극단들, 그리고 연극대학을 졸업하고 갓 창단한 단체들의 데뷔 무대, 그리고 축제 현장에서 산 경험을 하기 위한 아마추어 공연단체들까지 다양한 목적들을 갖고 있다. 호주의 경우는 같은 언어권이지만 대부분의 참여 작품들은 신체연극(Physical Theatre)과 현대 서커스가 주를 이룬다. 즉 축제에 참여하여 경험을 얻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확실한 투어 전략을 가지고 에든버러에 임하는 것이다.
영어 문화권이 아닌 국가 중 에든버러 참가는 주로 유럽-프랑스, 스페인, 이태리와 폴란드, 체코, 러시아- 국가에서 이루어진다. 이들의 공연 역시 전통적인 양식의 연극과 무용, 음악이라기보다는 연극의 경우는 언어중심을 벗어난 다분히 신체극과 음악극이 중심이고, 무용의 경우는 자국의 전통색이 짙은 무용과 음악의 만남, 혹은 탭댄스, 힙합과 새로운 장르 실험의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강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아시아 국가의 경우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그리고 홍콩의 단체들이 진출하고 있다. 대부분의 젊은 극단 중심으로 전통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주기보다는 위에서 언급한 유럽의 극단들과 비슷한 작품 경향을 보인다. 장르를 살펴보면 연극과 코미디가 그 주를 이룬다고 할 수 있고, 무용과 신체연극, 음악, 그리고 뮤지컬과 전시 등의 순으로 볼 수 있다.
비언어, 신체 음악극 등 새로운 양식과 엔터테인먼트
위의 결과를 종합해 볼 때 해외극단들의 에든버러 진출 경향은 5~10년 정도의 국립단체가 아닌 독립극단들이 투어를 목적으로 참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들이 만들어내는 작품의 경향들은 언어 문화권 중심의 전통적인 양식보다는 동시대의 보편적인 정서와 극단만의 독특한 양식을 보여주는 공연들이다. 또한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기보다는 다분히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타깃으로 하는 관객층 역시 특정한 연령층보다는 가족관객과 폭넓은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작품이 주류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에든버러에 참여하는 모든 해외 단체들이 위와 같은 경향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아쉽게도 2007년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은 공연장 오로라 노바(Aurora Nova)의 경우 신체연극과 다원예술의 실험과 작품성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공연장이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에든버러 프린지의 실험성과 도전성을 보여 주고자 하는 새로운 변화가 눈에 띄어위에서 필자가 언급한 ';에든버러는 이러한 곳';이라는 결론은 오류를 가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올해 공연장인 포레스트 프린지(Forest Fringe)에서 새로운 작품을 실험하는 젊은 단체들의 무료 공연의 기회를 제공한 것이나 글래스고우의 아치스(The Arches) 극장이 운영하는 스테판(St. Stephen's) 극장에서 사회성 짙은 3시간짜리 작품을 무대화한 예, 또 배터시 아트센터(Battersea Art Center)가 운영한 예술가들의 아이디어 공유 프로젝트인 '스크래치 웍스'(Scratch Works), 스코틀랜드 예술위원회의 새로운 프로젝트 '메이드 인 스코틀랜드'(Made in Scotland) 등이 그러한 예이다. 이것들은 분명 투어를 통한 경제적 목적에 치중하는 극단들의 목적을 넘어 예술가들이 서로 만나고, 아이디어를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하는 에든버러 프린지의 변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영국 자국의 공연예술 단체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일 뿐, 에든버러에서 예술적 교류를 원하는 해외 예술단체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었다.
교류와 수익모델 다양화
위와 같은 에든버러라는 공간 인식을 바탕으로 극단과의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하여 <강아지똥>의 2009년 에든버러 진출 목적을 설정하게 되었다. 먼저 2008년 에든버러에서 <몽연>을 공연한 경험을 바탕으로 극단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국제교류 및 국제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치는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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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극단 모시는사람들의 2008년의 에든버러프린지 공연의 성과(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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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2] 극단 모시는사람들의 2009년의 에든버러 프린지 공연에 대한 기대(인터뷰) |
'극단 모시는사람들 <강아지똥> 에든버러프린지 진출기②';는 9월 17일 [하우투]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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