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갤러리 뉴욕&두산레지던시 뉴욕 설립

비영리재단이 왜 숙박업을?

정진우 _ 두산갤러리 큐레이터

레지던시 사업을 신규로 시작하려고 한다고 했을 때 외부로부터 '비영리재단에서 왜 해외에 숙박업(residence)을 하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였다. 미술계에서 너무나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레지던시'라는 의미가 '숙박'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 질문이 두산갤러리 뉴욕과 두산레지던시 뉴욕 설립과정의 어려움을 가장 잘 대변하고 있다.

두산갤러리는 '연강재단'에 소속되어 있다. 연강재단은 장학사업과 교사들의 해외연수, 학술연구비 지원 등의 사업을 하며, 연강재단에 소속된 두산아트센터(두산아트센터에는 연강홀, Space 111, 두산갤러리가 있다)는 '아트 인큐베이터(Art Incubator)'를 모토로 젊은 창작자 육성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

'작가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 만한 일이 무엇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적절한 대답은 작가들이 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작업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일이다. 작가들의 작업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는 두말할 것 없이 전시다. 하지만, 두산갤러리는 작업환경에 대한 지원 방법을 찾던 중, 실질적인 방법이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여러 레지던시 프로그램과는 다른 기회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미술계의 가장 핵심적인 곳에서 이를 실현하고자 하였다.

'두산갤러리 뉴욕'과 '두산레지던시 뉴욕'이 오픈하기 이전 뉴욕에 갤러리와 레지던시를 만드는 일을 내부에서는 '첼시프로젝트'라고 불렀다. 이 새로운 사업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작가들에게 세계 미술계의 중심지 뉴욕에서 그 흐름을 직접 체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한편, 전시공간을 함께 두어 한국 작가들을 뉴욕미술계에 직접 알리기 위해 시작되었다.
 

두산갤러리 뉴욕 전경



공간 준비 - 25th St. & 11th Ave.

갤러리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새롭게 시작하는 데에는 준비해야 할 것들과 조건들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물리적으로는 '공간'이 필요하다. 첼시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고려했던 것이 바로 공간이다. 맨해튼 내의 첼시, 소호, 로우어 맨해튼 지역과 맨해튼 외에 브룩클린 등도 고려했다. 그리고 대략적인 임대료·시설비·운영계획과 운영비를 산출하여 '첼시 프로젝트'가 정해진 예산 안에서 가능한지를 검토하고 공간을 찾아보고 있었다. 우리가 찾던 공간의 조건은 작가들이나 미술관계자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이었다. 이미 뉴욕에 진출한 가나, 아라리오가 좋은 위치를 잡기 위해 꽤 오래 기다렸다고 들었던 터라, 좋은 자리가 빨리 찾아지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뉴욕에서 연락이 왔다.

"첼시 지역 내에서도 가장 중심가인 25번가, 그것도 1층에 갤러리와 바로 그 옆 건물에 레지던시를 운영할 수 있는 스튜디오가 나왔다"는 것이다. 레지던시에 참여할 수 있을 만한 작가들을 찾고 운영 방안을 준비하던 중 접한 뜻밖의 소식이었다. 우리가 찾던 공간의 조건은 작가들이나 미술관계자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이었고, 그중에서도 뉴욕의 가장 많은 갤러리와 미술인구가 모이는 첼시 지역을 원했다. 그런데 특히 주요한 갤러리들이 밀집해 있는 24번가와 26번가의 중간에, 그것도 1층에, 적당한 크기의 공간이 찾아졌고, 바로 옆 건물에 레지던시 스튜디오가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그래서 바로 계약을 진행하기 위한 준비가 시작되었다.


정관 개정부터 계약까지

장소를 찾는 일과 별개로 비영리재단에서 과연 이러한 일이 가능한지, 어떻게 가능하게 만들지에 대한 검토가 있었다. 아마도 뉴욕에서의 갤러리 오픈과 레지던시 운영을 영리사업의 형태로 진행했다면 여러 면에서 사업허가를 얻기가 쉬웠으리라 생각한다.

연강재단의 정관에서 규정한 사업 범위에 해외사업이 들어있지 않아 정관의 변경이 필요했다. 또한 뉴욕에 비영리법인을 새로 설립하기가 쉽지 않아 연강재단의 분사무소 형태로 운영하기로 결정하였고 이에 따라 운영비 등의 처리가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회계사무소를 통해서 검토했다.

연강재단의 해외 분사무소(두산갤러리 뉴욕) 설치와 관련한 정관 변경 이후, 이 내용에 대해 교육청(연강재단은 교육청 소관이다)으로부터 '사업변경허가'를 받아야 했다. 새로운 사업을 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아야 공간 임대에 관한 계약과 사업자 등록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연강재단 분사무소 설립을 위한 승인, 신고절차

장소를 찾고 계약하기까지 여러 기관의 허가와 승인, 신고가 필요했다. 계약 주체가 있으려면 새로운 사업자(비영리단체) 등록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우리나라 교육청 허가, 뉴욕교육청 허가, 뉴욕 주정부 등록의 단계를 거쳤다. 계약금을 해외로 송금하기 위해서는 교육청의 신규 사업 허가를 받은 이후 한국은행에서 해외에 부동산을 취득하겠다는 신고를 해야 송금이 가능했다.
 

교육청 및 한국은행 제출서류 - 정관변경허가(교육청 사업허가) · 사업계획서  · 정관 변경안  ·임대차계약서  ·실고유 증명  · 사업자등록증 -부동산취득신고(한국은행)  · 사업계획서  ·신규사업허가서  ·부동산매매계약서  · 등기부등본  · 납세증명서  ·실소유증명(미국)  · 토지등록서류(미국)  ·평균임대가(미국)

재단법인의 분사무소 설립이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없었던 경우라 교육청 허가에 꽤 오랜 시간과 여러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한국은행에 부동산 취득신고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서류들 중 미국에는 없는 서식이 있어(실소유증명 – 우리나라 토지등기부등본, 평균임대가 – 공시지가 등) 다른 서류로 대체하거나 여러 종류의 서류를 조합해서 증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레지던시 사업을 신규로 시작하려고 한다고 했을 때 외부로부터 '비영리재단에서 왜 해외에 숙박업(residence)을 하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였다. 미술계에서 너무나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레지던시'라는 의미가 '숙박'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 질문이 두산갤러리 뉴욕과 두산레지던시 뉴욕 설립과정의 어려움을 가장 잘 대변하고 있다. 그리고 주로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종류의 서류들이 미국에는 없는 경우가 있어 이를 처리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다.


두산레지던시 1st & 두산갤러리 개관전《D AiR》, 그리고 현재까지

앞서 정리한 절차들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갤러리와 레지던시의 실무적인 사항들은 숨 쉴 틈 없이 계속되었다. 레지던시에 입주할 작가들과 만나 필요한 사항들을 점검하고, 세부적인 항목들 정리한 끝에 '두산레지던시 1st'로 이형구, 정수진, 최우람 세 작가를 선정, 이들이 2009년 6월 뉴욕 거주를 시작하면서 '두산레지던시 뉴욕'이 시작됐다. 그리고 7월 19일 세 작가가 참여한 그룹전《D AiR》(DOOSAN Artists in Residency)를 통해 두산갤러리 뉴욕을 개관하였다. 이후 두산갤러리 뉴욕에서는 김명범, 한무권 작가의 개인전이 있었고, 현재는 이주요 작가의 개인전이 진행 중이다

앞으로 두산갤러리 뉴욕은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작가들이나,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망한 작가들을 국제미술계에 소개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며, 두산갤러리 서울, 두산레지던시와 연계하여 작가들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모색 중이다.

두산갤러리 뉴욕 김명범 개인전 <ONE>오프닝 두산갤러리 뉴욕과 두산레지던시 뉴욕의 설립과정을 정리하다 보니 오래 전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모두가 불과 얼마 전에 일어난 일들이다. 이제 6개월, 채 정리되지 않은 사항들도 있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는 단계이다. 설립 이후 많은 분들의 격려가 있었다. 두산레지던시 뉴욕에 참여하고 있는 최우람 작가가 전속으로 있는 비트폼 갤러러의 오너이자 디렉터인 스티브 삭스는 "가능성 있는 한국의 젊은 미술가들을 선별하여 국제적인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한 기업에서 무상지원한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며, 한국의 기업에서 이러한 일을 직접하고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미래가 매우 밝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한편으로는 비영리 갤러리로서의 방향성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이러한 격려과 조언을 통해 우리나라 미술계의 발전에 진정으로 이바지할 수 있는 갤러리와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운영될 두산갤러리의 모습을 지켜봐 주시기를 바란다.





정진우  

필자소개
정진우는 홍익대학교 예술학과와 동대학원을 마치고, 2007년부터 두산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근무하고 있다.


 

 

 

 

 

 

 

 

 

weekly 예술경영 정보라이선스 정보공유라이선스 2.0

덧글 0개

덧글입력

quick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