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회관 한슬아트샵
김미영 _ 부산시민회관 공연운영팀
부산시민회관은 1973년 10월 10일 개관하여 국내 공공문예회관 중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해에 대극장(1,800여석) 객석 교체와 전시실(1, 2층-각 216㎡) 환경 개선을 위해 전면 개ㆍ보수를 진행하면서 지역 예술문화의 산실로서 더욱 친근한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소극장(335석) 입구 한 켠에 자리하고 있던 작은 창고를 아트샵 공간으로 변신시킨 것도 그러한 노력의 연장이다.
한슬아트샵('한슬'은 '큰 마을'이라는 의미로 시민회관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내포할 수 있는 순우리말 단어로서 채택)은 지역 미술인들과 함께 기획되었다. 역량 있는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공간이면서 시민들에게는 전문 미술인들의 우수작품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한슬아트샵은 수익성 사업이 아니다
국내 아트샵 경우 일부는 미술관 소속의 사업기관이거나 아니면 개인사업자 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다. 운영목적상 수익성 사업에만 급급한 나머지 전시판매되는 작품들이 대량 생산이 용이한 기성품이거나 공산품들이 주류를 이룬다. 작품의 질과 가격에서 관람객들에게 외면을 당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작품의 파손 및 분실, 고가의 판매가격으로 때로는 참여 작가와 주변의 작가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있기도 하다.
이러한 기존 운영 사례의 '나쁜 예' 때문에 한슬아트샵 기획 초기 작업이 난항을 겪기도 했다. 지역 특성상 더딘 문화예술 발전이라고 해야 할지, 침체되어 있는 미술시장이라고 해야 할지, 지역 성공사례가 전무한 시점에서 지역 작가들의 아트샵에 대한 불신으로 참여 작가를 결성하는 데도 많은 노력을 해야만 했다.
먼저 부산시민회관 관계자들이 팔을 걷어 부치고 전국의 각종 아트샵을 비롯하여 인사동, 홍대앞 프리마켓, 고궁, 박물관 등을 방문하며 다양한 작품과 운영실태 등을 면밀히 파악했다. 그리고 뜻을 같이하는 지역 작가들과의 일대일 면담을 비롯하여 무수한 기획회의를 거친 후, 각 장르의 전문가로 ';운영위원회';를 결성하게 되었다.
운영위원회는 작품 심의, 작품반입 및 디스플레이, 활성화 방안 모색 등의 역할을 한다. 작가가 선정된 이후의 작업, 작품반입을 시작으로 POS 시스템Point of Sales Management, 컴퓨터를 활용한 유통정보 분석활용 시스템을 통한 유통관리, 작가관리, 매장관리, 기획전시, 마케팅 및 홍보 등 한슬아트샵의 운영 및 관리 일체는 부산시민회관측이 담당한다.
운영위원회의 작품 선정과 가격 협의의 기본방침은 시민(고객)들에게 전문 예술창작 소품을 저렴하게 제공하고, 작가는 창작활동만 전념할 수 있도록 부산시민회관과 운영위원회가 전략적 으로 아트샵을 운영하고 작품의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다.
참여 작가 폭 넓히고 위탁수수료는 최소한으로
이런 체계 속에 한슬아트샵은 타 아트샵과는 다른 운영 마인드와 결과를 가져 올 수 있었다. 한슬아트샵은 참여작가 선정에 있어서도 공고 후 접수된 작가들의 작품성, 대중성, 작품가격, 아트상품 개발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공정한 절차 하에 선정된다. 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높은 수준의 예술품(art of high standard)이 아니라도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시민들도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참여 작가 조건을 엄격히 규제하지 않는다. 이곳의 작가는 젊은 20대 학생작가에서부터 70대 원로작가까지 다양한 층을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이렇게 선정된 작가들은 한슬아트샵에 맞는 작품을 개발ㆍ제작하며 작가 스스로가 홍보 매개체 역할까지 맡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업이 아닌 공공문예회관이 작가와 함께 기획, 운영, 참여로 이루어진 것이 한슬아트샵만의 첫 번째 장점이랄 수 있겠다.
한슬아트샵 두 번째 장점은 작품을 위탁 판매하는 형식으로, 작품 판매가의 80%는 작가에게, 20%는 위탁판매수수료로 배분되는 점이다. 최소한의 관리운영비만을 책정함으로써 고객들은 부담 없이 예술작품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타 미술관이나 아트샵(선물코너 포함)들의 경우 거의 5:5라는 배분율이어서 작품을 공급하는 작가들은 작품 판매가를 높게 부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슬아트샵은 수익성 사업이 아닌 작가 창작지원과 부산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하여 기획되었기 때문에 위 배분율로도 운영이 가능한 것이다.
한슬아트샵의 세 번째 장점으로는 순수미술, 가죽, 섬유, 금속, 도자, 옻칠, 목공예, 전통재현소품, 문구ㆍ사무, 디자인 아트상품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들이 기성품과 공산품이 아닌 작가들이 직접 제작한 창작예술품으로만 전시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색다른 작품들로 고객들에게 보는 즐거움과 함께 오감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지난해 8월말 오픈하여 6개월 동안 운영한 결과, 평가와 실적은 예상 밖의 일이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작품 판매 수익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부산예술계의 반응이었다. 아트샵 기획 당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선, 관심도 비추지 않았던 부산예술계에서는 시민회관의 놀라운 변화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요즘은 기획시 참여를 꺼려했던 지역의 유명 작가들이 이곳을 찾고, 참여의사를 밝히는 등 뜨거운 반응을 함께 느끼고 싶어한다.
특히 한슬아트샵은 복합문화시설에 위치해 있어 연일 관람객들이 찾고 있다. 따라서 매출증가는 물론 구전홍보 효과도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 아트샵 운영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하여 업무담당자 지정과 전문가를 채용하였다. 홍보 판매 전략의 일환으로 각종 모임단체, 관공서, 기업체 등 직접 기관 방문하여 아트샵의 특징 있는 작품을 기념품으로 선물할 것을 설득한다. 성과도 적지 않아 제작 주문 건으로 이어져 매출 신장에 큰 몫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향후 외국인 관광 상품 개발 및 공항, 여행사 등 마케팅에도 활력을 불어넣어 제2의 몽마르트를 꿈꿀 수 있도록 발전하고자 한다.
홍보 마케팅에도 적극적, 참여작가 전시회 개최
지난 달에는 한슬아트샵 참여 작가의 더 나은 지원 및 홍보를 위하여 참여 작가 기획전시《미술! 삶에 들다展》(2010.2.19~28)을 개막하였다. 아트샵 참여 작가들로만 구성된 이번 전시 또한 시민회관과 한슬아트샵 참여 작가, 운영위원회가 공동으로 기획하여 부산 미술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전시는 여러 장르의 작가들이 일상적인 공간을 특별한 공간으로 구성하여 새로운 시선에서 재창조하였다. 침실ㆍ부엌ㆍ거실ㆍ와인바 등 친숙한 생활공간이 다양한 미술품과 만났을 때 개별 공간이 주는 고유한 멋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이미지까지 창출하여 일상과 예술은 더 이상 경계 지워진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미술! 삶에 들다展》은 부산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컨셉과 작품성으로 일반 관람객들과 취재진들의 카메라 셔터 사례를 한껏 받으며 내년을 기약했다. 금번 전시를 통해 얻은 큰 수확은 관련 기관, 협회, 언론으로부터 미술시장의 새로운 판로를 개척한 것과 함께 미술이 대중에게 친근하며 가까이 다가가는 실험의 장으로서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아직 일 년이 채 되지 않은 한슬아트샵이지만 초심의 노력과 성과를 희망으로 지역문화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미술계의 주축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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