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보고서 작성 방법
임효영 _ 삼일회계법인 이사
문화예술 분야에서 '연차보고서'는 그리 익숙한 단어가 아니다. 최근에는 비영리기관에 대해서도 '경영마인드'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하고 있지만, 일부 대형 비영리기관을 제외하고는 아직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특히, 문화예술단체는 '연차보고서'를 작성하는 것 자체가 마치 단체의 설립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오해도 있다.
'연차보고서'는 조직이 지향하는 가치와 사업 및 재무활동 성과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보고서로 해당 조직이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해당 단체의 목적, 미션, 구체적인 사업내용, 재무상태, 인물 등 모든 정보의 수준에서 단체가 매년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구체화하여 보여줌으로써 상호간의 신뢰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잠재적인 후원자에게 건넬 가장 신뢰할 만한 안내문 역할을 한다. 꾸준한 연차보고서의 작성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결과적으로 해당 조직의 투명성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척도가 될 것이다.
작성 의지가 가장 중요한 노하우
문화예술단체를 포함한 비영리기관은 크게 나누어 두 가지 종류의 자금으로 운영된다. 첫째는 외부로부터 단체의 활동이나 성과에 공감하여 지원받은 자금(지원금, 보조금, 기부금, 협찬금, 후원금 등)이고, 둘째는 스스로 특정 활동을 하여 벌어들인 운영수입(공연티켓 판매수입, 프로그램 판매수입, 기념품 판매수입, 교육 프로그램 운영수입, 공간이나 장비의 임대수입 등)이다.
이 글에서는 첫 번째 '지원받은 자금'에 주목한다. 일반적으로 지원금이라는 것은 지원을 하는 제3자가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공익적인 사업에 잘 쓰일 것이라고 믿고 지원하는 자금이다. 그런데 해당 단체가 '지원자'가 요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자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해서 밝히지 않고, 관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법적 암묵적 원칙을 벗어나는 것이다. 외부의 요구가 없더라도 스스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서 우리의 현재 모습이 어떠한지를 알리는 것이 필요하고, 또 미래에는 어떤 모습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
필자는 회계사, 또 세무사로 일하면서 일반 영리기업의 분식회계 및 탈세를 접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의도적으로 분식을 자행하고, 탈세를 계획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상당히 많은 경우는 단지 관련 증빙을 구비하지 못해, 그 자금이 정당한 것임을 입증하지 못해서 분식회계나 탈세라고 판정을 받게 된다. 만약 문화예술단체에 대해서 일반 영리기업에 적용하는 엄격한 잣대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사회가 그렇게 손가락질 하는 거대 기업의 비자금이나 탈세가 무색할 만큼, 문화예술단체는 훨씬 더 심각한 도덕성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그것은 문화예술단체가 정말로 부도덕하다는 것이 아니라, 관리상태가 그만큼 취약하다는 것이다. 관리상태가 취약하다는 것을 인력이나 기타 조건의 열악함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단체의 대표와 구성원의 마음가짐에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관리상태가 열악한 것은 스스로가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달리 말하면 '지원받은 자금'에 대해 적절한 책임을 제대로 지고 있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문화예술단체가 항상 떳떳하고 스스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단체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활동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수단이 바로 '연차보고서'이다.
연차보고서는 매년 단체의 상황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우리가 일기를 쓰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과정에서 스스로 반성하고 돌아보게 되는 것처럼, 단체에 대한 연차보고서를 쓰게 되면 그 과정 자체가 스스로를 점검하는 기회가 된다. 그리고 일기라는 것이 꾸준히 쓰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연차보고서 역시 1년이라는 주기를 두고 꾸준히 썼을 때 의미가 있다.
연차보고서 작성의 노하우를 이야기하는 글에서 서설이 너무 길어졌지만, 연차보고서를 작성하겠다는 의지가 가장 첫 번째로 중요한 작성 노하우라는 생각에서 줄이지 않았다.
누가 읽을 것인가
그럼 스스로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는 가정 하에, 연차보고서를 작성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연차보고서 작성은 다음의 세 가지 질문에서 시작된다.
• 누가 우리의 연차보고서를 읽을 것인가? (이해관계자) • 연차보고서를 읽는 대상이 궁금해 하는 사항은 무엇일까? (보고서의 구성 내용) • 궁금해 하는 사항을 어떻게 하면 이해하기 쉽게 쓸 수 있을까? (보고서 기술방법) |
이러한 '틀'을 사용해서 우리의 이해관계자를 나열해 본 다음에는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해관계자를 설정한다. 모든 이해관계자가 다 중요하겠지만, 처음 보고서를 작성하는 경우에 모든 이해관계자를 다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셋 정도의 이해관계자를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연차보고서 작성이 어느 정도 안정되었다고 판단될 때는 더 많은 이해관계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독자의 입장에서 필요한 내용을 쉽게 기술하라
두 번째는 보고서의 구성내용에 대한 것으로, 연차보고서를 읽는 대상이 궁금해 하는 사항을 선정하는 것이다. 보고서의 내용을 어떻게 구성하는가는 전적으로 이해관계자가 누구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이해관계자가 서로 다를 경우에는 그 구성 내용 역시 다른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어떤 내용으로 구성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작업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일반적'인 구성을 질문한다. 굳이 일반적이라는 명목 하에 연차보고서의 구성을 살펴본다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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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연차보고서의 일반적 구성 항목 |
세 번째는 보고서 기술방법에 대한 것으로, 궁금해 하는 사항을 어떻게 하면 이해하기 쉽게 쓸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다. 이해하기 쉽게 내용을 기술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로 오랜 기간의 연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것이다. 하지만 몇 가지 꼭 기억해야 할 사항이 있다. 먼저 "문장은 논리적으로, 표현은 간결하게, 관련 근거는 객관적인 자료로, 중요한 자료는 표로 도식화"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1차로 작성한 후 마지막 인쇄하기 전까지 끊임없는 반복 검토를 통해 다듬고 또 다듬어야 한다. 반복 검토 시에 체크해야 할 기본적인 사항은 아래와 같다.
"시작이 반"
이상으로 간략하게나마 연차보고서 작성 방법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위에서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작성방법에 대해서 살펴보고 각 항목별로 몇 가지 사항을 중요하다고 언급하였지만, 다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사항은 맨 처음에 이야기한 '의지'이다. 연차보고서를 작성하고자 하는 의지가 확고하고, 그 의지가 변하지만 않는다면 매년 연차보고서는 발전해 나갈 것이고, 머지않아 문화예술 분야만의 고유한 색깔을 가진 훌륭한 연차보고서를 이해관계자들에게 자랑스럽게 건네줄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처음 보고서가 조금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그 첫 번째 보고서가 문화예술단체 전체의 위상을 높이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이다. "시작이 반" 이다.
관련자료
『문화예술단체 연차보고서 작성 매뉴얼』
「문화예술단체 2009년 연차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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