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가 개발을 위한 지침
류병학 _ 미술평론가, 독립큐레이터
미술작가들을 성공적으로 데뷔, 혹은 (기성작가를) 성장시키고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주는 방법? 오잉? 이것은 요즘 미술계에서 유행하는 일명 '아티스트 매니저'의 활동을 뜻하는 것이 아닌가. 아티스트 매니저? 연예계에서 사용하는 '연예인 매니저'를 모델로 삼아 미술계에서 '연예인' 자리에 '아티스트'를 전이시켜 만든 용어가 '아티스트 매니저'이다.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연예인 매니저는 연기자의 경력에 대한 모든 분야를 감독하고 안내해주는 사람을 뜻한다. 따라서 아티스트 매니저는 아티스트의 경력에 대한 모든 분야를 감독하고 안내해주는 사람인 셈이다. 이를테면 아티스트 매니저는 아티스트의 작품활동 방향뿐만 아니라 프로모션(promotion), 전시 일정 관리, 세금 계산과 저작권 문제 등 작가의 활동 전반에 대한 관리를 한다고 말이다.
근데 필자는 '아티스트 매니저'가 아니라 '미술평론가' 그리고 '독립큐레이터'라는 직함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 편집위원 여러분들께서 필자에게 아티스트 매니저의 활동에 대해 언급해 달라고 요청하시니 난감할 따름이다. 그러나 다행이도 예술경영지원센터 편집위원 여러분들께서 필자에게 "시각예술 기획 종사자들을 위해" '미술평론가'와 '독립큐레이터' 입장에서 '미술작가를 성공적으로 데뷔, 혹은 (기성작가를) 성장시키고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주는 방법'을 언급해 달라고 하셨다.
작년 겨울 성신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학과 유근택 교수가 필자에게 성신여대 대전시실에서 열리는 성신여대 동양학과 기획전 도록의 서문을 청탁했었다. 당시 필자는 학생들에게 작품을 제작할 때 고려해야할 점으로 3S를 언급했는데, 그 3S를 시각예술 기획 종사자들에게 적용시켜 논의하도록 하겠다. 필자가 앞으로 언급할 3S는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과 필자가 아티스트에 대한 논의를 하다가 만든 용어임을 밝힌다.
스토리(story),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구상하라!
모든 사람은 이야기(story)가 있다. 마찬가지로 모든 작품도 탄생하게 된 이유(story)가 있다. 그리고 모든 작품은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story)를 전달하고자 한다. 따라서 기획자는 무엇보다 자신이 기획하고자 하는 '이야기(컨셉)'에 주목해야만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 개최되는 모든 전시회는 한결같이 기획자 자신의 컨셉을 전시에 담고자 한다.
하지만 필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전시회의 탄탄한 이야기 구조이다. 이를테면 구체적인 시나리오 구상 말이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영화 시나리오는 건축의 설계도(청사진)나 음악의 악보 그리고 미술의 밑그림(스케치)에 비유되기도 한다. 영화 시나리오가 영화제작에 있어 촬영 이전의 단계에서 중요시되듯이, 전시회의 시나리오 역시 전시 기획에 있어 작업 이전의 단계에서 중요하다. 왜냐하면 영화 시나리오가 영화의 시청각적인 묘사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듯이, 전시회 시나리오 역시 전시의 시각적 연출을 구체적으로 나타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전시의 시각적 연출을 구체적으로 나타내기 위해서 기획자는 무엇보다 자신이 전시하고자 하는 전시회에 초대할 작품에 대해 분석을 해야만 한다. 따라서 기획자는 초대 작가 작품에 대해 분석을 통해 장점과 단점을 찾아내, 해당 작가의 장점을 이슈로 부각시키고 단점에 대해서는 대안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신진작가를 성공적으로 데뷔시킬 수 있으며, 기성작가를 성장시키고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주는 첫 번째 방법이다. 만약 기획자가 전시할 작품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어떻게 기획자가 그 작품을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겠는가?
스타일(style), 당신만의 독특한 연출을 하라!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 마찬가지로 모든 작품도 스타일이 있다. 그리고 모든 전시회는 관객에게 어떤 스타일을 전달한다. 따라서 기획자는 무엇보다 자신이 기획하는 전시회의 '스타일'에 주목해야만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 전시회의 스타일이 바로 기획자의 '브랜드'가 되도록 해야만 한다.
여러분이 잘 알듯이 전통적인 동양화에는 그림뿐만 아니라 글도 동거한다. 자, 그럼 이번에는 글씨체에 대해 말해보자. 왜냐하면 글씨체가 글의 스타일을 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글씨체를 흔히 '서체(書體)'라고 부른다. 서체는 써 놓은 글씨의 모양과 양식·품격 등을 뜻한다. 이를테면 같은 글자를 쓰더라도 글씨체는 글을 쓰는 사람의 의도나 목적, 취향, 품격 등에 따라 글씨의 형태와 기운이 다르다고 말이다.
머시라? 글씨의 '형태'는 알겠는데, 글씨의 '기운'은 감이 안온다고...요? 글씨의 기운은 글씨의 형태에서 느껴지는 기운이나 운치 등을 뜻한다. 따라서 글씨의 기운은 흔히 글씨의 품격으로 간주된다. 추사 김정희 왈, "가슴 속에 청고고아(淸古高雅)한 뜻이 없으면 글씨가 나오지 아니한다. 따라서 문자의 향기(文字香)과 서책의 기운(書券氣)가 필요하다." 말하자면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할 때 글씨에서 기운이 풍기고 향기가 난다고 말이다.
한 마디로 '공부 졸라 하라'는 말이다. 따라서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기획자의 전시회 스타일은 사유(思惟)의 깊이가 없는 스타일(虛勢)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전시회의 스타일은 전시 기획의 구체적인 시나리오 구상을 관통해야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것이 신진작가를 성공적으로 데뷔시킬 수 있으며, 기성작가를 성장시키고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주는 두 번째 방법이다.
스케일(scale), 당신의 믿음을 뒤집어라!
독자가 평론가에게 '평론가 정신'을 요구하듯이, 관객은 작가에게 '작가정신'을 요구한다. 두말할 것도 없이 전시 기획자에게는 기획(자)정신이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기획(자)정신'은 기획자의 '미(학)적 관점'을 뜻한다. 그렇다면 그 미(학)적 관점은 어디서 발생하는 것일까? 그것을 전문용어로 말하자면 기획자의 '개똥철학'이 되겠다. 기획자 여러분은 죽이 되건 밥이 되건 여러분만의 개똥철학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자기 철학'이 있어야 '자기 시각'을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함 생각해 보시라! 자기 철학이 없는데 어떻게 사회나 정치 그리고 문화를 보는 자기만의 관점이 생기겠는가? 작가가 자기만의 관점이 없는데 어떻게 '새로운' 작품을 제작할 수 있단 말인가? 기획자가 자기만의 관점이 없는데 어떻게 '새로운' 전시 기획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쵸?
버뜨(But), 만약 여러분이 자기 관점(개똥철학)을 가지게 되었다면, 그 자기 관점을 뒤집어라! 이건 도대체 무슨 뚱딴지같은 말인가? 아니, 개똥철학을 지니기도 졸라 힘든데, 그렇게 열라 힘들여 얻은 개똥철학을 뒤집으라고...요? 머시라? 여러분은 '또라이'가 아니라고...요? 천만의 말씀! 여러분은 '또라이'다! 왜냐하면 또라이는 '생각이 기발하고 엉뚱한 짓을 하는 사람'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이 기발하고 엉뚱한 짓을 하는 사람'이 다름 아닌 '아티스트'가 아닌가? 아닌가?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장점을 찾아 그 장점을 자신의 '무기'로 간주한다. 하지만 당신의 '장점'이 바로 '단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간파해야만 한다. 만약 어느 작가가 자신의 장점만 믿고 작업한다면, 그 작가는 십중십 다른 작가의 장점에 밀리게 될 것이다. 뭬야? 무슨 말인지 접수가 되지 않았다고...요? 조타! 그럼 그 '장점'을 '손 기교'에 비유해 보자. 만약 당신이 손 기교에 뛰어날 경우, 당신은 손 기교를 십분 발휘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의 손 기교보다 월등한 작가가 등장한다면?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자기반성 없이는 성장하지 못한다. 당신 자신이 믿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따라서 당신은 당신의 믿음을 전복시켜야 한다. 만약 당신이 당신의 믿음을 뒤집을 때, 당신은 스케일을 깨닫게 될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스케일은 단지 전시의 물리적 크기만으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크기로도 열려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기획자의 기발한 발상은 기획자 자신은 물론 작가도 전혀 생각지 못한 발상일 것이다. 그것은 기획자 자신의 기획을 뒤집을 때 가능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 기발한 발상이 신진작가를 성공적으로 데뷔시킬 수 있으며, 기성작가를 성장시키고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주는 세 번째 방법이다. 그렇다면 사고의 스케일은 바로 당신이 믿는 것을 뒤집을 때 가능한 것이 아닌가? 오잉? 그럼 필자는 지금까지 여러분께 중얼거린 말을 뒤집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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