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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연단체의 성공지표는 무엇일까? 단체(작품)의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에 모두 입 모아 대답할 것이다. 단체를 대표하는 얼굴. ‘레퍼토리 작품’을 만들라! 그러나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성공적인 레퍼토리 작품 만들기는 신작을 만들기 위한 제작비 마련보다 더 힘들다는 것을. 많은 제작사와 극단들이 공연 시장에서 롱런할 수 있는 작품 만들기에 골몰하지만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시도하고 꿈꾼다. 이미 몇몇의 성공사례를 직접 경험하거나, 가까운 동료의 경우를 통해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7월 25일, 명랑씨어터 수박의 창작뮤지컬 <빨래>가 1천회 공연을 맞이하였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빨래>는 2003년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연극원 졸업작품으로 세상에 첫선을 보였고 현재 학전 그린소극장 공연까지 7년에 이르는 동안 ‘일곱 시즌 공연, 공연횟수 1천회, 관람연인원 13만 명’의 역사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현재 <빨래>는 오픈런 공연으로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지난 7년간 수많은 공연이 올라가고 잊혀지는 가운데 뮤지컬 <빨래>는 그 속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승자 중 하나이다
season1. 초기 제작비 운영과 협업 관계 모색
연극을 전공했다 하더라도, 학교와 프로는 분명 커다란 간극이 있다. 명랑씨어터 수박도 <빨래>를 프로무대에 첫 선을 보일 때 이런 점을 충분해 염두에 두었음에도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작품 제작비를 마련하는 일이었다. <빨래>는 자체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방법과 제작자 및 투자자를 찾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한다. 그러나 작품의 상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여러 제작사들에게 수차례 거절당한다. 결국 내부적으로 최소 제작비를 마련하기로 결정하고 방법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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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뮤지컬 <빨래> (c)명랑씨어터 수박
2005년 국립극장 공연
2006년 1차 대학로 공연 <빨래> 초기 공연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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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적으로 작품의 주요 멤버 4명이 150만원의 사비를 털어 총 600만원의 종자돈을 마련했다. 그리고 다양한 기금 지원 신청을 통해 현실적 기반을 마련한다. 첫 기금은 2004년 당시 한예종 부설기관인 예술경영센터를 통해 트라이아웃 공연을 명목으로 1천만 원의 지원금을 받은 것이다. (트라이아웃 공연은 한예종 및 카이스트 공연장에서 공연됨) 곧 이어 국립극장 ‘이오공감 페스티벌’ 작품 공모에 당선되어 공식적인 초연을 하게 된다. 이후 ‘대한민국 뮤지컬대상’에서 작곡상과 극작상을 수상하며 많은 관심을 받게 된다. 당시는 시기적으로도 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금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던 시기였다. <빨래>는 사후공연지원금 3천만 원을 받으며 다시 한 번 공연의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작품에 대한 내외부적 평가와 예술적 완성도에 대한 성취가 높았던 만큼 장기 공연의 비전을 이때부터 그리기 시작한다. 대학로 장기 공연을 위해서 파트너의 필요성을 절대적으로 느끼던 시기였다. 이때 한 기획사에서 공동 제작을 제안해 오고, 극단과 기획사가 각각 동일한 비율로 첫 공동제작을 시작했다. 그러나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작품 방향성에 대한 이견, 작품 제작과정만 알고 있는 신생 극단이 실제 공연제작에서 기획, 홍보, 마케팅을 만났을 때 나눠야 할 지점과 과정에 대해서 기획사와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곧 공연의 흥행부진으로 이어졌고, 6개월을 예정했던 공연은 3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첫 파트너와 공동제작이 만족스런 성과를 얻지 못한 것이다.
<빨래>는 상업적 성공을 담보한 파트너와 결합에 회의를 갖기 시작했다. 이 시기를 통해 명랑씨어터 수박은 크게 세 가지의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첫째는 마인드를 공유하는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것, 두 번째는 단체(작품)에 가장 적합한 제작 방식을 찾는 것, 세 번째는 이윤과 예술적 성취도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이런 고민 중에 내부적으로는 <한밤의 세레나데>를 제작하는 등 창작에 열을 올렸고, 외부적으로는 성공사례를 지닌 대형 제작사에 작가로 참여하며 또 다른 사례를 접하게 된다.
이를 통해 제작 방식의 차이보다는, 작품의 목표 설정 및 이를 통한 예산 운영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신생 단체였던 명랑씨어터 수박은 예산수립에서 운영에 대한 방식을 구체화하는 과정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극단이 원하는 제작 및 프로덕션의 구성, 극단의 미션을 보다 견고하게 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season2. 중극장 공연 모색과 장기 공연 기반 다지기
2006년 상명아트홀 공연 이후, 뮤지컬 <빨래>는 1년여 간의 작품 재정비 기간을 갖는다. <빨래>를 중극장용으로 거듭나게 하고, 장기 레퍼토리 공연으로서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시간이었다. 2007년 1년을 꼬박 프리프러덕션에 쏟아 부은 것이다. 장기공연의 구체적인 가능성은 2007년 공연을 감동 깊게 본 개인후원자의 지원과 2008년 메세나협의회의 시행사업 ‘중소기업매칭펀드’(법무법인 율현)를 통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그 이전까지는 개인 각출 등을 통해 극단의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던 상태였다. 물론 이 기간에도 재정 마련을 위해 서울문화재단 및 문예진흥기금 공모에도 꾸준히 참여한다. 이렇듯 재정적인 기반이 잡히면서 작품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뮤지컬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더욱 잘 살리기 위해 ‘소극장 라이브’ 공연 무대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다시 수정 보완하기 시작한다. 노래 또한 기존 10곡에서 15곡으로 늘리면서 본격적인 중극장 공연의 모양새를 갖춘다.
2008년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 및 알과핵 소극장에서 9개월간의 걸친 장기 공연은 관객 동원 면에서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제작비 산출에서 예상 객단가 및 손익분기점 예상, 효율적인 제작비 관리 등 운영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상황이었다.
2009년 첫 중극장 공연을 위한 포스터 대중적인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을 엿볼 수 있다.
<빨래>는 2009년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공연을 통해 본격적인 중극장 공연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이 공연은 <빨래>에게 중요한 터닝 포인트의 기회가 된다. 배우 임창정을 캐스팅해 보다 넓은 일반 대중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한 것이다. 즉 스타캐스팅을 통해 작품 수익구조를 마련할 수 있도록 기획적인 측면을 강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까지 <빨래>의 홍보, 마케팅 비용이 전체 제작비의 20% 미만을 차지해 왔다면,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공연에서는 30~40%의 비중으로 늘린 것이다.
그러나 <빨래>는 두산아트센터의 공연 확정을 앞둔 상태에서 투자사와의 투자 결렬로 공연이 좌초될 위기에 놓인다. 이때 극단이 선택한 방식은 바로 몸집 줄이기. 스타 캐스팅의 핵심이었던 배우 임창정이 노개런티를 선언했고, 출연진과 스태프가 모두 개런티를 절감하는 노력을 감행한 것이다. 이에 극장도 제작 현실에 동참, 대관에서 공동기획으로 유연한 방향전환을 하며 노력에 동참한다.
2009년 두산아트센터 공연은 주변에 우려와 달리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성을 선보이며, 예상보다 빨리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게 된다. 뮤지컬 <빨래>에게 이 시기는 ‘규모의 확대와 내적 성장’ 을 의미하는 시간이었다. 다양한 방식의 소극장 공연을 통해 기초를 단단히 다진 덕에 재정상의 문제를 현명하게 대처했다 할 수 있다.
season3. 다시 소극장으로, 홍보 마케팅의 중요성을 깨닫고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공연 이후 뮤지컬 <빨래>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초심을 찾기 위해 소극장으로 다시 돌아간다. 이는 곧 단체의 현재 상황에 맞춰 가장 적합한 제작 방식을 적용한 것이기도 하다. 특히 학전 블루에서 공연을 하게 된 것은 소극장 뮤지컬의 성공신화인 <지하철 1호선>이 <빨래>의 롤모델이기 때문에 더욱 깊은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다시 소극장으로 돌아오면서 이전과 달라진 변화는 홍보, 마케팅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점이다. 이전 공연에 비해 좀 더 치밀한 준비와 장기적 계획 하에 홍보, 마케팅 툴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소극장 공연임에도 제작비의 30% 정도를 홍보, 마케팅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이전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공연이 무대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정리하는 기간이었다면, 대학로 소극장의 공연은 작품의 밀도와 팀워크의 내실은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갈수록 공연제작 방식은 다변화의 길을 가고 있다. 물론 가장 기본적인 방법론은 존재한다. 뮤지컬 <빨래>는 작품의 발굴-제작-운영-발전-정착의 전 과정을 모두 거친 전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각 과정을 이동함에 있어 기회와 위기의 순간이 있을 때마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찾아가며 작품 발전의 모든 단계를 몸으로 체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명랑씨어터 수박은 자신들에게 맞는 방법론을 찾아낸 것이다. 7년 동안 꾸준히 이어온 <빨래>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고 관객과 만날 것인가? <빨래>의 또 다른 시즌의 시작을 통해 우리는 공연 프로덕션 개발 과정의 새로운 양상을 만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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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이수현은 연극과 예술경영을 공부하고, 독립기획자 그룹 여유.作의 대표이자 공연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 이다엔터테인먼트와 두산아트센터 프로듀서로 재직한 바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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