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투] 초보프로듀서의 고군분투 네트워킹

우연, 인연이 되다!

김미선 _ 독립프로듀서

시작은 막연한 호기심과 친분에서 출발했지만, 한 단계씩 나아갈수록 함께 할 수 있는 이야기는 구체화되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만난 동남아시아 공연예술인들은 적극적인 교류와 네트워킹에 목말라있었다. 관광행사에 초점을 둔 일회성 이벤트 같은 교류에 지쳐 있었고, 장기적인 네트워킹을 고대하고 있었다.
 

태국 마히돌대학교 강의 풍경
태국 마히돌대학교 강의 풍경
미얀마 민요 그룹 산 사와다(San Thawda)
미얀마 민요 그룹 산 사와다(San Thawda)
오키나와 전통악기 연주자들
오키나와 전통악기 연주자들

필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영아트프론티어 활동으로 '아시아 민요 프로젝트'(Asian Folk Song Project)를 기획, 2010년 6월부터 8월까지 아시아를 다녀왔다. 어떻게 이 짧은 기간 동안, 그 긴 세월이 담겨있는 진짜 노래들을 다 만날 수 있을까? 시작은 2006년 국립극장 아시아문화동반자 특별공연 <아시아, 우리들의 향기>였다.

아시아문화동반자 사업이 시행되면서 아시아 연주자들이 10개월간의 여정으로 국립극장에 모이게 되었다. 필자는 그해 5월, <아시아, 우리들의 향기>를 진행하면서 몽골, 베트남, 미얀마,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에서 온 아시아 연주자들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아시아인이지만, 아시아공연예술에 대해 전혀 몰랐던 나에게 공연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만나는 아시아 음악은 별천지였다. 낯설기만 했던 아시아공연예술에 대한 관심이 커졌던 시기였으며, 아시아 연주자 네트워크의 출발점이 된 작업이었다.

아시아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 해 여름, 바로 한 달간의 중국, 몽골, 러시아 기차여행을 기획하게 되었다. 중국, 몽골, 러시아 문화에 대한 비교와 자연환경의 차이에 따른 문화의 차이를 몸소 익히고, 각 공연예술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었다.

이 여행을 끝내고 와서, 이제는 친구가 된 아시아 연주자들의 숙소로 찾아가서 술 한 잔 기울이며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언젠가 여러분들 다 찾아다니면서 여행할 거예요. 기다려 주세요."

그로부터 4년 뒤, 본격적인 아시아 여행이 시작되었다. 3개월간 나라마다 우여곡절은 모두 있었지만, 진행 형태는 다음과 같이 대략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사전-관련 페스티벌 참가, 음반 조사, 학교 및 가관 방문, 현지 관계자 인터뷰 1단계-오랜 친구들을 수소문 또는 직접 부딪치기 2단계-인연이 또 다른 인연으로 연결 3단계-관련 콘텐츠에 대한 확인 작업 및 새로운 사업 제안

훼 음악원장과의 만남

베트남은 세로로 긴 나라이다. 짧은 기간 동안 하노이를 중심으로 한 북부, 훼를 중심으로 한 중부, 호치민을 중심으로 한 남부를 모두 아우르기에는 힘든 일이었다. 하여 아시아문화동반자에 참여했던 전통악기 연주자 느구이엔 티 마이 사오의 소개로 베트남 역사문화의 중심으로 알려진 훼를 선택하였고, 마침 전통예술축제가 있어 금상첨화였다.

훼의 민요가수 및 전통악기 연주자들은 생계를 위해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주로 배 위에서 연주를 한다. 느구이엔을 따라 공연을 보러 간 선착장에서 민요가수인 또 한명의 느구이엔 씨를 만났고 중부지방의 대표적인 자장가를 녹음하였다. 또, 느구이엔의 스승인 트롱 느곡 탕 음악원장님을 소개받게 됐는데 원장님은 한국과의 좀 더 적극적인 교류-현지 레지던시, 워크숍 프로그램-에 무척 긍정적인 의사를 표명하셨고, 네트워크 확장에 대한 의지 등을 확인받았다.

전통공연 찾아 클라탄까지

말레이시아는 말레이 문화부터, 이슬람 문화, 섬 문화, 중국문화 등 상당히 다양한 문화를 갖고 있는 나라다. 역시 한국에서 만난 전통악기 연주자 로슬란 빈 하룬의 소개로 보르네오섬에서 매년 있는 레인포레스트 월드뮤직페스티벌에 참가했고, 이후에는 쿠알라룸프르에 있는 이스타나 부다야를 중심으로 네트워킹을 진행했다. 민요도 녹음하고, 작곡가, 연주자도 소개받았지만, 진정한 전통공연을 관람할 수가 없었다.

이대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 낙심하던 차에 마침 가장 전통이 살아있다는 클라탄이 고향인 문화잡지 편집장, 소퉁 씨를 소개받게 되었고, 그의 안내로 그림자인형극 그리고, 우리의 굿과 비슷한 샤먼씨어터인 <막용>을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 그곳에서 만난 공연예술인들과 또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어 갈 수가 있었다.

미얀마의 민요를 직접 음반에 담다

한국에 체류했던 양곤대학 교수 유 라잉 윈멍의 주선으로 방문한 미얀마에는 민요 관련 CD가 아예 없었다. 190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가요CD는 구할 수 있어도 민요관련 자료는 거의 없는 듯 했다. 하여 윈멍 교수는 스튜디오 녹음을 제안했고, 나는 흔쾌히 응했다. 그는 미얀마 줄인형극의 대가 우슈키(U Shue Kyi)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사업규모에 대한 차이와 네트워킹에 대한 견해에는 차이가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예산의 문제와 영어 의사소통의 문제로 현지 예술인들과는 직접적으로 네트워킹을 맺어가기가 힘들었다. 주옥같은 노래들을 담아올 수 있었지만, 네트워크를 다지는 방식과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아쉬움이 남았던 경험이었다.

축제에서의 만남이 현지 네트워킹으로

태국의 방송프로듀서 니티 바티우티퐁과는 2009년 프랑스 샤를르빌 세계인형극축제에서 만났던 것이 인연이 되었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여행준비를 하면서 계속 얘기를 많이 해서였을까. 많은 성과가 있었던 방문이었다. 니티의 주선으로 태국 전통음악의 전반적인 소개뿐만이 아니라, 마히돌대학교 교수님, 다양한 월드뮤직 그룹, 인형극단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향후 네트워크를 다지는 것까지 수월한 편이었다. 오랜 인연은 아니었지만, 서로 정성스럽게 준비를 해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공연 진행에서 만난 오키나와 음악의 핵심

오키나와는 민요의 섬이었다. 나하시에 있는 대표적 번화가인 국제거리에 있는 민요관련 극장 및 레스토랑만 해도 수십 개가 넘는다고 했다. 그럴 만도 했다. 거리가 온통 산신Sanshin, 오키나와 민요를 부를 때 함께 연주하는 일본전통악기 사미센과 비슷한 악기소리로 가득했다. 많은 사람들 중에서 정확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오키나와 키지무나 페스타 사무국장인 메구미 씨는 예술무대 산의 <달래이야기> 오키나와 공연으로 알게 된 인연인데, 오키나와 출신으로 연출가이나, 작사가로도 활동하여 음악인들과의 탄탄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었다. 그녀를 통해서 프로젝트에 맞는 뮤지션과 유서 깊은 음반레이블 등을 추천받을 수 있었다.

경기문화재단 레지던시에 참여했던 와라비좌 민족예술연구소장인 차타니 주로쿠의 안내를 받아 아키타현 등의 전통예술축제와 민요에 대해서도 좋은 공부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관광행사에 지친 아시아 공연예술인들

시작은 막연한 호기심과 친분에서 출발했지만, 한 단계씩 나아갈수록 함께 할 수 있는 이야기는 구체화되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만난 동남아시아 공연예술인들은 적극적인 교류와 네트워킹에 목말라있었다. 관광행사에 초점을 둔 일회성 이벤트 같은 교류에 지쳐있었고, 장기적인 네트워킹을 고대하고 있었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인 것처럼, 네트워크도 움직이고, 확장되어야 생존할 수 있다.


 


이제 곧 12월이면 홍대에서 이번 프로젝트의 쇼케이스를 갖는다. 내가 만난 아시아 친구들도 몽골에서, 오키나와에서 먼 걸음을 해주기로 했다. 이 기회가 또 다른 재미있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4년 만에 찾아간 나를 반갑게 맞아 준 나의 아시아 친구들과 한국에서 온 이름 모를 사람에게 민요를 선뜻 들려준 태국 치앙마이 민요가수, 인도네시아 발리 할머니, 미얀마 바간 청년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김미선 필자소개
김미선은 대학에서는 광고홍보학과 풍물을 배웠고, 2001년 극단 목화레퍼토리 컴퍼니 기획으로 대학로에 첫 발을 디뎠다. 2003년부터 2009년까지 공연제작사 (주)파임커뮤니케이션즈에서 홍보팀장과 기획실장으로 근무하였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영아트프론티어로 활동 중이며, 퓨전국악보컬그룹 아나야와 예술무대 산의 해외 프로듀서를 맡고 있다. misun.kim0601@gmail.com
 

 

호기심과 친분 쌓기 성향파악-인간적인 면과 사업적인 면 함께 고려 네트워킹 진행 및 확장 충분한 사전 커뮤니케이션 작업 사업 진행 후 피드백 사전, 사후 조사를 거쳐 상호간의 전반적인 사업평가 네트워크 심화 및 새로운 관계 형성 ↓↓↓
weekly 예술경영 NO.101_2010.11.04 정보라이선스 정보공유라이선스 2.0

덧글 0개

덧글입력

quick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