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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에 시작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부 프로그램인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은 우수한 프로젝트를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대중들에게 소개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여 소액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다. 투자를 받은 사람은 투자자에 대해 반드시 수익을 주는 것이 크라우드펀딩의 기본 취지라 할 수 있는데 이런 크라우드펀딩은 소셜네트워크를 통하여 더 큰 힘을 얻게 된다. 소셜네트워크가 가지고 있는 확장성은 그 어느 홍보매체보다 우수하기 때문이다.
대중에 의한 선택
사실 현재의 문화예술의 지원채널을 돌아보면 대다수가 정부지원에 있다는 것을 공감할 것이다. 단체의 규모가 크거나 개인적인 인맥이 있는 단체라면 기업지원의 채널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새로이 시작되는 크라우드펀딩은 정부도 기업도 아닌 대중에 의해 지원되는 또 다른 지원채널이다. 물론 해외에서는 3~4년 전부터 시작되어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활성화 되고 있다. 예로 킥스타터 바로가기와 인디고고 바로가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시각으로 볼 때 크라우드펀딩은 지원채널의 확장으로 보여 질 수 있다.
하지만, 크라우드펀딩은 대중(Crowd)의 입장에서 볼 때, 그들의 취향에 맞게 프로젝트를 선택하여 펀딩할 수 있으므로, 기존 대중의 취향이 배제된 지원방식과는 다른 성격을 느낄 수 있다. 투자(Funding)를 한다는 것은 결코 기부나 후원과 같이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기부나 후원은 수혜자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그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라면 투자는 어떠한 형태로든 이익을 전제로 한다. 그러기에 크라우드펀딩은 해피빈(네이버), 사랑의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 희망해(다음) 등과 같은 온라인 모금에서 보여주는 형태와는 분명 다르다. 또한 대중이 문화예술계에 투자를 하고 얻고자 하는 수익은 참신성, 작품성, 다양성 등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인 기업에 투자하고 기대하는 수익과는 분명 다른 기대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한편 국내 기부 현황을 측정할 만한 통계자료가 충분하지 않지만 2009년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사회공헌백서』에 의하면, 문화예술·체육 분야에 대한 기부는 전체 기부액 1조 700억 중 불과 8.7%(929억 원)에 불과하다. 이도 문화예술과 체육 분야의 기부를 합산하여 나온 금액이다. 스포츠단체장의 상당수가 기업 CEO인 점을 감안한다면 순수 문화예술분야에 기부된 금액은 이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추측된다. 문화예술에 대한 개인 기부의 경우는 사정이 더욱 열악하다. 2008년 일반 국민의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순수 기부액은 전체 1조 1,300억 원 중 불과 0.2%인 22억에 불과하다. 나머지 분야 중 60% 정도는 자선단체와 종교단체에 집중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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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설명하고, 설득하고
이처럼 열악한 기부 환경 속에서 문화예술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했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이원국발레단의 <돈키호테>와 박기원 작가의 이다. 사실 크라우드펀딩의 지향점은 소액으로도 자신의 예술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예술가가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활발히 펀딩을 받을 수 있는 창구가 되는 것이지만, 첫 크라우드펀딩은 시범사업으로 시작하였기에 일단 참여할 예술가를 섭외하여야 했다. 다양한 장르에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연락하여 크라우드펀딩을 설명하고 이 과정에서 이원국발레단과 박기원 작가가 동참하게 되었다.
예술가들에게 크라우드펀딩을 설명하는 과정도 쉽지 않은 부분이었다. 펀딩을 해야 하는 대중이 크라우드펀딩 자체를 모른다는 상황도 예술가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 프로젝트는 잘되면 본전, 실패하면 본인의 작품 활동이 평가를 받는 듯한 일일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예술가들은 이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것에 호의적이었다.
현실성 있는 목표설정과 온·오프 홍보 모색
이렇게 시작된 프로젝트는 펀딩의 목표금액과 사용처를 두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첫 시도였던 만큼 목표액을 100~200만 원 정도로 하여 실현 가능성을 높이고 싶었지만, 발레의 경우 정식으로 공연을 올리기 위해 적게는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너무 소액일 경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며칠간의 논의 중 발레공연을 할 때 비용 절감 때문에 배역들의 의상을 타 공연에서 사용한 의상을 조합하여 진행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공연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주요배역의 의상제작을 위한 펀딩을 받기로 하였다. 전체 의상을 지원받기에는 목표금액이 너무 높아져 <돈키호테>의 등장인물 중 돈키호테, 산초, 바질, 키트리 등 7~8인의 주요배역 의상제작을 할 수 있는 금액을 목표액으로 설정하였다.
박기원 작가의 경우 기존 작업의 대다수가 공간을 주제로 하고, 작업비가 수천만 원이 넘는 작업이 많았다. 그래서 박기원 작가에게는 크라우드펀딩이 지향하는 취지에 대해 수차례 설명을 하고, 소액 펀딩으로 실현 가능한 프로젝트 기획을 부탁했다. 많은 고민 끝에 그는 설치 작품안 몇 가지를 제시해 주었고 그 중 작품의 의미와 비용적인 부분을 고려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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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딩기간은 이원국발레단의 <돈키호테>가 6월 중 공연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어 이에 맞춰 4월 14일부터 1개월간 진행하게 되었으며, 박기원 작가도 6, 7월 정도에 설치를 할 계획으로 같은 기간을 설정하여 진행하게 되었다. 지금은 무사히 성공해서 편하게 말할 수 있지만, 펀딩을 진행하는 1개월이 그렇게 짧게 느껴진 적도 없었다.
모금이 진행되는 동안 이원국발레단의 <돈키호테>와 박기원 작가의 을 알리기 이전에 국내 문화예술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크라우드펀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리는 일이 더욱 시급했지만, 급하게 진행된 일정상 프로젝트와 크라우드펀딩을 동시에 알릴 수밖에 없었다. 4월 14일 예술가의집에서 다년간 예술위원회를 통하여 기부한 기업들에게 감사패를 증정하는 '나눔의 밤' 행사를 진행하면서 크라우드펀딩의 시작을 알리고 크라우드펀딩의 프로젝트인 이원국발레단의 <돈키호테>와 박기원 작가의 을 처음 소개하게 되었다. 펀딩기간이 절반쯤 지난 후 코레일과 협조하여 '코레일과 함께 하는 크라우드펀딩'이라는 타이틀로 코레일 홈페이지를 통하여 접속한 기부자에게 책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였으며, 서울역과 연계하여 5월 3일, 이원국발레단이 서울역 3층 오픈콘서트홀에서 대중들에게 50분간 발레공연을 하면서 크라우드펀딩을 홍보하기도 하였다. 크라우드펀딩을 홍보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으나 이원국발레단 전체 단원들의 재능기부로 진행되었기에 향후 이처럼 많은 인원이 재능기부 형태로 움직여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반면, 설치작품을 기획한 박기원 작가의 경우는 펀딩이 성공하여 설치작품이 전시되기 이전까지 별도로 대중과 소통하며 보여줄 수 있는 창구를 찾지 못하여 이원국발레단과는 대조적으로 온라인과 유인물 홍보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더 다양한 장르의 예술 프로젝트가 참여할 텐데 펀딩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이 자신의 장르나 프로젝트를 드러낼 수 있는 홍보방안까지도 고려한다면 펀딩의 성공률을 높이는 데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나눔의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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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기부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과 참여가 미흡하고,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크라우드펀딩이 자리 잡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번 1차 크라우드펀딩의 초기 모금액의 절반은 프로젝트의 성공을 염원하면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임직원을 비롯하여 관련 인맥의 모금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때까지는 많은 우려와 걱정이 팽배했다. 하지만, 모금 기간의 중반 이후부터는 진정 이원국발레단과 박기원 작가를 응원하는 이들의 모금이 시작되어 무사히 성공할 수 있게 되었다. 모금이 끝나고 이원국발레단과 박기원 작가는 이번 기부 참여자들에게 공연 관람과 전시 초대 등의 방식을 통해 이들의 투자 제공에 부응하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후원이 아닌 투자로서의 문화예술 가치를 대중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이야말로 펀딩의 잠재적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한편, 크라우드펀딩을 준비하면서 이 프로젝트의 취지를 전해들은 이들의 예기치 않은 기부가 시작되었다. 처음엔 만화가 이현세 씨의 재능기부로 홍보물을 만들게 되었다. 이를 촬영하던 다큐영상제작업체 이미지다큐에서 재능기부로 이원국발레단과 박기원 작가의 홍보영상제작을 할 수 있었다. 펀딩에 참여한 이원국발레단에서도 크라우드펀딩 홍보를 위하여 서울역 공연에 재능기부를 해주었으며, 서울역에서도 공간기부 및 홍보협조를 해 주었다. 또한 조명전문회사 필룩스에서는 박기원 작가의 펀딩이 성공하면 작품이 설치될 공간과 작품에 조명을 더하겠다며 현물기부 의사를 밝혔고 현재 박기원 작가와 협업 중에 있다. 조형물제작업체 유니온아트는 펀딩된 금액이 작품을 만들기 위한 최소의 금액임을 알기에 작품제작을 위한 인건비 부분을 받지 않겠다며 재능기부 의사를 보내준 상태이다. 이렇게 이어지는 여러 형태의 참여들 속에 2차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6월 15일부터 서울발레시어터의 '온몸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홈리스 발레 <호두까기 인형>', 행복나무의 '음악으로 꿈을 심어주는 행복나무 오케스트라 <삶과 나눔 콘서트> '이다.
문은 열려있고
크라우드펀딩을 신청하고 싶은 예술가나 문화예술단체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펀딩을 받으려는 프로젝트와 목표금액, 기간 등을 등록하면 내부 심의와 조율을 거쳐 펀딩을 진행할 수 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신진예술가뿐 아니라 여러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공동프로젝트도 신청 가능하다. 크라우드펀딩이 다양한 문화예술 창작에 기여할 수 있는 데 또 하나의 창구가 되었으면 한다.
관련 사이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온라인 기부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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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황용구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지원컨설팅센터 기획·운영을 맡았고, 현재는 예술나눔부에서 크라우드펀딩 진행 및 문화나눔포털 구축을 담당하고 있다.
archi75hyg@arko.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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