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쏭노인 퐁당뎐>(2011 안산국제거리극축제) |
뛰다는 지난 10년 간 창작레퍼토리 개발, 합리적인 극단 시스템 구축, 고유한 연기방법론의 실험을 통해 창작집단으로서의 정체성을 만들어왔다. 그 결과 외부적으로는 나름대로의 명성과 어느 정도의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삶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기 힘든 구조적 환경에 의해 지쳐갔으며, 창작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작업에 대한 열망이 싹트고 있었다.
최근에 들어 문화산업의 개념이 공연예술에도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연극행위가 점점 상업적 구조 위에 놓이면서 공연의 '예술성'보다도 '상품성'이 더 중요시되는 경향을 띠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극단으로 하여금 매끈하고 완성도 높은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과 새로운 마케팅 시스템에 대한 적응을 피해갈 수 없게 만들었다. 이는 생존의 문제를 떠나 예술가로서 삶과 예술이 분리되는 심리적 피로를 쌓이게 만들었다. 한편, 연극적 체험이 연극을 통해서만 경험할 수 있는 그 무엇이라고 한다면 관객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한 소통이야말로 물고 늘어져야할 뛰다의 화두였다. 때문에 뛰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연극놀이, 거리공연, 공동체 연극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앞으로 10년, 화천에서
도시에서의 삶과 작업에서 무엇보다도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극단으로서 5년 후, 10년 후의 미래를 꿈꾸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뛰다는 이미 공동체적인 성격을 갖추고 있었지만 도시는 이런 공동체적인 예술단체가 활동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창단 초기에 막연한 꿈으로 이야기되었던 지역이주가 2007년경에는 당면한 현실적인 문제로 거론되었다. 그리고 3년 후 뛰다는 강원도 화천으로 이주하였다. 이는 창단이념 중의 하나였던 '자연친화적인 연극'이 '자연친화적인 삶과 연극'으로 발전한 순간이었다.
화천으로의 이주는 문화예술에 대해 매우 우호적인 화천군의 적극적인 도움에 의해 이루어졌다. 뛰다는 화천군과 2010년 화천 문화예술진흥에 대한 협약(MOU)을 체결하여 10년간의 무상임대를 약속받고, 폐교에 대한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그곳을 '시골마을 예술텃밭'이라고 이름 지었다. 폐교를 창작공간으로 조성하면서 12명의 단원들은 학교 인근에 각자의 집을 얻어 가족들과 함께 이주하였다.
예술텃밭의 공간의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공연예술창작공간이며 또 하나는 지역의 문화예술센터이다. 뛰다의 창작활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예술가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의 주민들과 함께 문화예술활동을 진행하려는 것이다. 단지 극단의 창작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굳이 강원도 산골마을로 찾아갈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기반으로 예술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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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 예술텃밭 지도 |
시골마을 예술텃발 공사모습 |
지역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2011년 뛰다의 프로그램 역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 프로그램이고 하나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다.
창작 프로그램은 배우훈련, 공연제작, 예술가 레지던시, 창작워크숍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뛰다의 배우들을 위한 상설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배우훈련은 신체·움직임·소리에 대한 훈련(매일 오전)이며 일 년에 한 달 정도는 별도의 프로그램으로 인형, 오브제, 광대, 아크로바틱, 판소리, 탈춤 등의 자체워크숍을 진행한다. 공연제작은 평균 1년에 한 편의 창작공연을 제작하는데 2011년에는 호주 스너프 퍼펫과 공동제작으로 <쏭노인 퐁당뎐>을 제작하였다. 또한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2011년 7월에 트러스트무용단과의 물물교환워크숍과 인도, 일본 강사진들이 참여하는 워크숍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창작워크숍은 공연제작을 위한 단계적 프로그램으로 2012년 광주아시아예술극장 제작공연을 위한 광주창작워크숍과 2013년 공연제작을 위해 일본 도리노게키조와의 창작워크숍을 진행한다. 공연창작집단 뛰다는 공연제작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장점을 활용하여 다양한 예술가들과 교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화예술 프로그램은 지역의 문화예술공동체 형성을 위하여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연극교육프로그램, 주부극단, 마을축제, 문화지도, 마을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에 문화예술의 활기를 불어넣고, 지역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지역 주민과 함께 만든 첫 번째 작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