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투] 뛰다, 화천에 정착하다

지역이주, 연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서

김덕희 _ 공연창작집단 뛰다 프로듀서

예술단체가 지역에서 해야 할 일은 많다. 물론 이런 작업들이 수익을 창출하지는 못한다. 때문에 결국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라는 문제로 항상 되돌아가고는 하지만 길을 찾다보면 어떻게든 살아갈 길이 열릴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이러한 예술단체의 작업들이 충분한 공공의 가치를 갖고 있다면 부채의식 없이도 당당히 지원을 요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도시의 문화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면 지역은 이제 새로운 가능성이 시작되는 곳이다.
 

2010년 6월, 공연창작집단 뛰다는 그동안 활동해 왔던 수도권을 떠나 강원도 화천의 한 폐교로 이주하였다. 12명의 단원들이 가족들과 함께 창작공간과 생활공간을 한꺼번에 옮기는 집단이주였다. 그리고 폐교를 리모델링하여 '시골마을 예술텃밭'이라 이름 지어 닫힌 교문을 다시 열었다.

지난 10년, 그동안의 변화들

<쏭노인 퐁당뎐>(2011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쏭노인 퐁당뎐>(2011 안산국제거리극축제)

뛰다는 지난 10년 간 창작레퍼토리 개발, 합리적인 극단 시스템 구축, 고유한 연기방법론의 실험을 통해 창작집단으로서의 정체성을 만들어왔다. 그 결과 외부적으로는 나름대로의 명성과 어느 정도의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삶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기 힘든 구조적 환경에 의해 지쳐갔으며, 창작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작업에 대한 열망이 싹트고 있었다.

최근에 들어 문화산업의 개념이 공연예술에도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연극행위가 점점 상업적 구조 위에 놓이면서 공연의 '예술성'보다도 '상품성'이 더 중요시되는 경향을 띠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극단으로 하여금 매끈하고 완성도 높은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과 새로운 마케팅 시스템에 대한 적응을 피해갈 수 없게 만들었다. 이는 생존의 문제를 떠나 예술가로서 삶과 예술이 분리되는 심리적 피로를 쌓이게 만들었다. 한편, 연극적 체험이 연극을 통해서만 경험할 수 있는 그 무엇이라고 한다면 관객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한 소통이야말로 물고 늘어져야할 뛰다의 화두였다. 때문에 뛰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연극놀이, 거리공연, 공동체 연극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앞으로 10년, 화천에서

도시에서의 삶과 작업에서 무엇보다도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극단으로서 5년 후, 10년 후의 미래를 꿈꾸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뛰다는 이미 공동체적인 성격을 갖추고 있었지만 도시는 이런 공동체적인 예술단체가 활동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창단 초기에 막연한 꿈으로 이야기되었던 지역이주가 2007년경에는 당면한 현실적인 문제로 거론되었다. 그리고 3년 후 뛰다는 강원도 화천으로 이주하였다. 이는 창단이념 중의 하나였던 '자연친화적인 연극'이 '자연친화적인 삶과 연극'으로 발전한 순간이었다.

화천으로의 이주는 문화예술에 대해 매우 우호적인 화천군의 적극적인 도움에 의해 이루어졌다. 뛰다는 화천군과 2010년 화천 문화예술진흥에 대한 협약(MOU)을 체결하여 10년간의 무상임대를 약속받고, 폐교에 대한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그곳을 '시골마을 예술텃밭'이라고 이름 지었다. 폐교를 창작공간으로 조성하면서 12명의 단원들은 학교 인근에 각자의 집을 얻어 가족들과 함께 이주하였다.

예술텃밭의 공간의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공연예술창작공간이며 또 하나는 지역의 문화예술센터이다. 뛰다의 창작활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예술가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의 주민들과 함께 문화예술활동을 진행하려는 것이다. 단지 극단의 창작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굳이 강원도 산골마을로 찾아갈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기반으로 예술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시골마을 예술텃밭 지도 시골마을 예술텃발 공사모습
시골마을 예술텃밭 지도 시골마을 예술텃발 공사모습

지역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2011년 뛰다의 프로그램 역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 프로그램이고 하나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다.

창작 프로그램은 배우훈련, 공연제작, 예술가 레지던시, 창작워크숍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뛰다의 배우들을 위한 상설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배우훈련은 신체·움직임·소리에 대한 훈련(매일 오전)이며 일 년에 한 달 정도는 별도의 프로그램으로 인형, 오브제, 광대, 아크로바틱, 판소리, 탈춤 등의 자체워크숍을 진행한다. 공연제작은 평균 1년에 한 편의 창작공연을 제작하는데 2011년에는 호주 스너프 퍼펫과 공동제작으로 <쏭노인 퐁당뎐>을 제작하였다. 또한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2011년 7월에 트러스트무용단과의 물물교환워크숍과 인도, 일본 강사진들이 참여하는 워크숍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창작워크숍은 공연제작을 위한 단계적 프로그램으로 2012년 광주아시아예술극장 제작공연을 위한 광주창작워크숍과 2013년 공연제작을 위해 일본 도리노게키조와의 창작워크숍을 진행한다. 공연창작집단 뛰다는 공연제작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장점을 활용하여 다양한 예술가들과 교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화예술 프로그램은 지역의 문화예술공동체 형성을 위하여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연극교육프로그램, 주부극단, 마을축제, 문화지도, 마을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에 문화예술의 활기를 불어넣고, 지역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지역 주민과 함께 만든 첫 번째 작품

PPP 프로그램

PPP 프로그램

<쏭노인 퐁당뎐>은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진행한 첫 번째 공연이라 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2009년 서울아트마켓에서 호주의 스너프 퍼펫을 만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뛰다의 국제교류파트너인 아시아나우를 통해 호주와의 국제 공동작업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었고 2010년 봄 뛰다의 스너프 퍼펫의 공동작업을 통해 공연을 제작하기로 결정하였다.

스너프 퍼펫과의 공동작업은 크게 세 번의 만남을 통해 진행되었다. 첫 번째 만남은 2009년 9월 광주에서의 창작워크숍이었다. 두 단체가 공식적인 첫 만남을 가지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연에 대한 목표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두 번째 만남은 2010년 12월에 스너프 퍼펫이 화천에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화천의 지역주민과 함께 'PPP'(People';s Puppet Project in Hwacheon)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세 번째 만남은 2011년 3월 다시 화천에서 만나 인형제작과 장면 만들기를 진행하였고 5월에는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서 첫 공연을 올렸다.

뛰다는 <쏭노인 퐁당뎐> 제작을 위해 2010년 7월에서 8월에 걸쳐 파로호 인근주민들에 대한 이야기발굴단 프로그램을 통해 화천댐과 평화의 댐 그리고 6.25에 얽힌 이야기들을 조사하였다. 이야기발굴단을 통한 파로호에 얽인 이야기들은 PPP 프로그램 및 공연의 주요 모티프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스너프 퍼펫이 화천에서 진행한 PPP 프로그램은 2주일 동안에 지역의 주민들과 함께 직접 대형인형을 제작하여 공연을 올리는 프로그램이었는데 화천의 주민들 20명 정도가 참여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쏭노인 퐁당뎐>은 이렇게 화천의 이야기 그리고 화천의 주민들이 만든 공연을 토대로 하여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발전된 '공동체 중심'의 창작공연이었다.

축제형 야외인형극인 <쏭노인 퐁당뎐>은 2011년 국내 주요 공연예술축제 일곱 군데에서 공연이 사전에 계획되고 제작되는 선초청 후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한 작품이 국내 주요 공연예술축제들에서 동시에 초청되었다는 것과 이것이 선초청 후제작의 방식으로 진행되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또한 기존의 공연제작방식을 벗어나 지역의 공간을 활용한 레지던시, 지역으로부터의 소재를 발견하는 공동체 중심의 창작작업을 통해서도 창작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서

지역에 이주한 후에 새삼 느끼게 된 점은 지역과 도시의 문화적 격차가 너무 심하다는 것과 그래서 예술단체가 지역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점이었다. 물론 이런 작업들이 수익을 창출하지는 못한다. 때문에 결국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라는 문제로 항상 되돌아가고는 하지만 길을 찾다보면 어떻게든 살아갈 길이 열릴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이러한 예술단체의 작업들이 충분한 공공의 가치를 갖고 있다면 부채의식 없이도 당당히 지원을 요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도시의 문화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면 지역은 이제 새로운 가능성이 시작되는 곳이다. 더 많은 예술가들이 지역으로 내려가면 이로 인해 새로운 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김덕희 필자소개
김덕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극학과를 졸업하였지만 졸업 후 드라마터그의 꿈을 접고 기획자의 길로 들어섰다. 2004년부터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기획팀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뛰다의 프로듀서, 신읍1리 사무장, 솔(딸)이의 아빠로서 화천에서 살고 있다.
 
문화예술 프로그램 교육사업: 지역주민들에 대한 문화예술교육을 프로그램. 연극교육팀을 신설하여 연극놀이를 중심으로 진행. 현재 창의적 체험활동(화천고, 화천정보산업고), 방과후 아카데미(화천청소년수련관), 청소년 연극캠프 등을 진행하고 있다. 주부극단: 주부들의 자치활동을 통한 연극활성화를 위해 주부극단 설립을 목표로 주부교실을 운영. 현재 20대~70대에 이르는 주부 18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마을축제: 7월 중 3주간에 걸쳐 매주 토요일마다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하는 소규모 마을축제. 워크숍과 레지던스 프로그램의 결과물들 그리고 일본 극단의 초청공연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문화지도: 극단이 거주하는 신읍1리에 대한 마을조사를 통해 마을에 얽힌 이야기나 사연들을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마을을 소개하는 책자를 제작. 사진가 이승희와 함께 마을 사람들을 담은 마을 사진전도 개최한다. 마을사업: 신읍1리에서 추진중인 새농촌건설사업에 참가하여 마을개선사업에 대한 컨설팅 및 행정적이니 작업을 지원
weekly 예술경영 NO.133_2011.06.30 정보라이선스 정보공유라이선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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