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짚어보기]「2012 문화예술인 실태조사」

문화예술활동 동기의 균형성장

황준욱_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2012 문화예술인 실태조사」는 우리나라 문화예술인의 활동여건과 활동실태를 조사하여 문화예술 정책수립의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것에 의의가 있으며, 1988년부터 3주년 주기로 시행되는 보고서다. / 조사개요 / 조사대상│ 10개 분야(문학,미술,건축,사진,음악,국악,무용,연극,영화,대중예술)에서 각 200명씩 총 2,000명의 문화 예술인 / 조사대상기간│ 2011년 7월 1일 ~ 2012년 6월 30일  / 조사방법│ 우편, 이메일과 팩스 조사를 병행. 회수율이 낮은 분야에 한해서는 사전 전화 후, 개별 면접조사를 실시

문화예술인들의 변화된 모습의 지표

사람들은 왜 일을 할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일하는 동기로 경제적 동기와 사회적 동기를 이야기한다. 일을 통해 자신과 가족이 원하는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경제적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경제적 동기이고, 사회라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일하는 것이 사회적 동기이다. 경제적 동기는 일에 대한 경제적 보상과 관련을 맺고, 사회적 동기는 사회적 평가와 관련을 맺으며 작용한다.

 

문화예술인들 역시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지속할 수 있는 경제적 수단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노동자의 일반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일부 직종에서는 고용계약을 맺어 임금 형태로 경제적 보상을 받기도 하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경우 용역 혹은 도급 계약을 맺고 자신의 활동(노동) 결과물에 대한 보상을 받기도 한다. 다른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문화예술인들도 자신과 가족 이외에 사회라는 보다 넓은 범위의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일을 하며, 자신들의 예술 활동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기준으로 일한다.

 

2013년 3월에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2 문화예술인 실태조사」는 문화예술인들의 일하는 동기와 관련한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 조사는 1988년부터 매 3년마다 문화예술인 2천 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2012년의 조사결과 보고서는 2006년과 2009년의 자료와 비교할 만한 결과를 보여준다. 물론 보고서가 밝히고 있듯이, 이 조사는 엄격한 의미로 모든 조사에서 같은 설문대상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패널 형식의 조사가 아니라 각 조사 당 대상자가 다르다는 점에서 과거와 현재의 모습 간의 차이를 정확히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매 조사에서 같은 문항을 질문하고 있으며, 대상으로 하는 장르의 큰 변경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진행되는 문화예술인 관련 조사들 중에서는 비교적 문화예술인들의 변화된 모습을 잘 보여주는 자료라고 판단된다.

경제적 보상과 만족도는 점차 감소

먼저 문화예술인들의 사회적 동기와 관련한 문항에 대한 답변을 살펴보자. 조사에서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에 있어 사회적 동기가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를 직접 질문하는 항목은 존재하지 않지만 이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어떠한지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에 있어 사회적 동기와 관련이 깊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2012년에 답변한 문화예술인 중 17.4%(매우 높다 1.9%, 다소 높다 15.5%)가 높다고 평가하였고, 36.1%가 그저 그렇다고(보통) 평가한 반면, 낮다고 평가한 이들은 전체의 46.6%(다소 낮다 29.3%, 매우 낮다 17.3%)에 이르렀다. 이전 조사인 2009년과 비교하면 높다고 말한 사람들의 비중은 1.6% 포인트, 그저 그렇다고 평가한 사람은 7.3% 포인트가 각각 감소한 반면, 낮다고 평가한 사람은 8.9% 포인트 증가하였다.

▲ <그림 1> 문화예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평가 (자료출처_2012 문화예술인 실태조사, <표 II-1-1> 사용하여 작성.)
▲ <그림 1> 문화예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평가
(자료출처_2012 문화예술인 실태조사, <표 II-1-1> 사용하여 작성.)

 

 

다음 문화예술인들의 경제적 동기와 관련한 문항을 살펴보자. 조사는 문화예술인들에게 "문화예술인의 활동에 대한 경제적 보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질문하였다. 2012년에 질문에 대답한 문화예술인들의 고작 1%만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저 그렇다고 이야기한 사람들의 비중은 7.3%인 반면, 낮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전체의 91.7%였다. 그런데 이 결과를 2009년과 비교하면 높다고 평가한 사람들의 비중은 0.7% 포인트, 그저 그렇다고 평가한 사람들의 비중은 5.8% 포인트 감소한 반면,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에 대한 경제적 보상이 낮다고 평가한 사람들의 비중은 6.5% 포인트 증가하였다.

▲ <그림 2> 문화예술 활동의 경제적 보상에 대한 인식 (자료출처_2012 문화예술인 실태조사, <표 II-1-9> 사용하여 작성.)
▲ <그림 2> 문화예술 활동의 경제적 보상에 대한 인식
(자료출처_2012 문화예술인 실태조사, <표 II-1-9> 사용하여 작성.)

3년 전인 2009년과 비교하여 2012년 문화예술인 활동의 사회적 동기와 경제적 동기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많은 문화예술인들은 자신의 활동에 대한 경제적 보상 및 사회적 평가가 그리 높지 않으며 그 정도가 최근 더 심해지고 있다고 생각함을 알 수 있다. 즉, 문화예술인들이 일을 하는 사회적, 경제적 동기는 상당히 약하며 최근 더 약화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화예술 활동에 관한 예술적 동기는 두드러져

그렇다면 우리나라 문화예술인들은 왜 일을 할까? 무엇을 바라면서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것일까? 문화예술인들이 일하는 데에는 다른 분야의 노동자들이 갖고 있지 않거나 혹은 적게 가지고 있는 동기가 존재하는데, 바로 예술적 동기다. 예술적 동기는 그 범위와 양태가 넓고 다양하여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예술적 동기는 경제적 동기, 사회적 동기와 뚜렷하게 구별되며, 많은 문화예술인들의 창작과 관련한 활동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예술적 동기는 문화예술인의 내부에 존재하여 외부의 보상이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활동에 만족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자신의 예술활동을 인정하는 외부 환경과 연관을 맺으며 나타나기도 한다. 문화예술활동에 있어 경제적, 사회적 동기가 미흡한 우리나라 문화예술인들은 주로 이러한 예술적 동기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문화예술인들이 자신의 문화예술 활동에 대해 비교적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문화예술 활동에 힘을 주는 사회적, 경제적 동기들이 더욱 약화되고 있다고 평가하는 상황에서도 문화예술인들 중 절반에 가까운 48%가 자신들의 문화예술 활동에 대해 만족한다고 대답하고 있으며, 불만스럽다고 대답한 사람들의 비중은 27.6%에 그친다. 그런데 만족도에 대한 문화예술인들의 생각은 2009년과 비교하면 상당히 부정적이 되어감을 알 수 있다. 2009년 조사에서 만족한다는 대답이 전체의 59.3%, 불만이 15.4%였던 것에 반해, 2012년에 만족은 48%로 1/5 정도가 줄어든 동시에 불만이라는 대답이 27.6%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경제적, 사회적 동기에 상관없이 자신이 생각하는 문화예술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만족하던 과거 문화예술인들의 활동 및 보상 구조가 최근 들어 조금씩 그 기반이 흔들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 <그림 3>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만족도 (자료출처_2012 문화예술인 실태조사, <표 II-1-37> 사용하여 작성.)
▲ <그림 3>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만족도
(자료출처_2012 문화예술인 실태조사, <표 II-1-37> 사용하여 작성.)

물론 여전히 자신의 예술활동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절반에 이른다는 사실은 아직도 상당수 문화예술인들이 외부의 평가 혹은 환경에 의존하여 활동하기보다는 자신 내부의 예술적 동기에 힘입어 활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최근 만족도의 급격한 감소가 보여주듯, 문화예술인들이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경제적, 사회적인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하지만 활동을 계속하는 일종의 '예외적' 상황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예술인들이 일하는 데 있어 경제적, 사회적, 예술적 동기는 어느 하나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없는 필수 요소이다. 이중 어느 한 가지라도 부족하게 되면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 작품 활동은 어렵게 될 수 있다. 2012년 문화예술인 실태 조사는 지속적으로 미약해지는 문화예술인들의 경제적, 사회적 동기와 더불어 더 이상 예술적 동기만으로는 예술활동을 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을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관련자료
「2012 문화예술인 실태조사」 보고서 보기 (자료제공: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황준욱 필자소개
황준욱은 서울에서 태어나고 교육을 받았다. 프랑스 파리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한국에 들어와 기획예산처, 노동연구원을 거치면서 정부 혁신을 기획하고 문화예술노동을 연구했다. 2010년대 제주도에 입도하여 연구 활동과 발효식품 개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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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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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uck40
  • 2013-07-01 오후 6:46:51
다음에는 실태조사를 근거로, 변화되고 있는 문화예술인 복지체제와 해결방안 등을 모색할 수 있는 내용을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 실상을 알곤 있었지만, 막상 읽고 나니 씁쓸한 기분이 드네요. [Del]
  • 웹진
  • 2013-07-03 오전 10:49:21
그렇지 않아도 특집기획 아이템으로 논의 중인 주제입니다. 관심가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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