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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 아닌 정확한 진단
공공 문화 영역 내에서 정책을 결정할 때 그것이 합리적이고 타당한 기준에 의거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예산을 어디에 우선 투자할 것인가, 당장 필요한 문화시설은 무엇인가, 문화를 구성하는 여러 영역 가운데에서도 우리 도시가 가장 취약한 분야는 무엇인가, 시민들의 문화 수요는 어디에 있는가 등이 그러한 정책 결정의 참고 자료들이다. 문화지표는 바로 이런 내용을 총괄적으로 수집하여 정리해놓은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문화지표는 한 지역, 혹은 한 사회가 처해 있는 공공 문화 영역의 객관적인 상태와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결과이다. 의사가 환자의 객관적인 몸 상태를 알고 병의 원인과 진전 상태를 알아야 정확한 처방을 내리듯이, 문화지표는 한 사회가 처해 있는 문화의 수준과 상태를 알게 해주는 정책의 기초 자료로서 의미를 갖는다. 문화지표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만병통치 처방은 아니더라도 정책 입안의 합리적 기준과 방향을 내다보는 기초 자료로 활용되어야 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그에 부응하는 정책 대안을 수립함으로써 한 사회의 문화를 조금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의외로 이런 지표를 주기적으로 정리하고 있는 국내의 도시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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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문화재단에서 4년마다 발행하고 있는 「인천 문화지표 조사연구」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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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2004년부터 4년을 주기로 문화지표를 체계적으로 조사, 정리해온 유일한 도시이다. 올해가 2013년이므로 2012년에 세 번째 문화지표를 조사하여 분석한 결과가 제출되었다. 인천의 문화지표는 공공의 문화 영역을 크게 4~6 영역으로 분류하고 영역 아래에 관심영역, 그 아래에 세부관심영역을 설정한 뒤 세부관심영역에 해당하는 개별 지표를 만들어 조사를 수행하였다. 예컨대 세부관심영역에 속한 공공도서관은 영역으로는 문화환경, 관심영역으로는 문화시설에 들어가고, 공공도서관에 해당하는 지표는 공공도서관 1개소당 인구수, 사서 1인당 봉사시민수, 시민 1인당 장서수 등 공공도서관의 상태를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공공도서관에 해당하는 지표를 보면 인천의 공공도서관이 어떤 상황인지 객관적 자료에 근거하여 쉽게 알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런데 인천의 객관적 상태를 알기 위해서는 비교지표가 있어야 하므로 6대 광역시를 함께 조사하였고, 인천광역시 내에서는 10개의 기초자치단체를 구분하여 비교 제시하였다.
그동안 4년 주기로 세 번의 조사가 이루어지는 동안 문화를 구성하는 영역은 6개에서 4개로 통폐합되었고, 2008년부터는 관심영역 전체에 걸쳐 가치평가 개념을 도입하여 지표를 구성하였다. 예컨대 관심영역인 문화시설은 충분성과 활용도를 평가항목으로 설정하여 지표를 구성하였다. 즉 문화시설이 충분히 공급되고 있는가, 해당 문화시설이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지표를 구성하여 지표의 지향성을 드러내도록 한 것이다. 가령 문화예술인력은 충분성과 잠재성이 평가 가치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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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분화된 조사를 통해 본 문화지표들
한편, 2012년 조사는 그간 계속 문화지표의 하위 영역에서 조사되었던 시민들의 문화수요영역을 별도로 독립시켜 시민 문화수요조사로서의 기능을 뚜렷하게 부각시키는 대신 지표영역에서 제외시킴으로써 문화를 구성하는 영역을 간소화시켰다는 특징이 있다. 2012년 8월 1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 시민문화수요조사는 20세 이상 인천에 거주하는 시민 564명을 대상으로 개별면접조사를 하였으며, 표본은 성, 연령, 지역별 인구구성비례할당 방식으로 무작위 추출로 구성하였다. 신뢰도는 95% 신뢰수준이며 표준오차는 ±4.13%이다. 2004년에는 표본수가 1,000명이었고 2008년에는 500명이었다. 조사는 매번 유사한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8개 영역에서 총 30개의 문항으로 구성된 설문지를 이용하였다.
사실 시민문화수요는 그동안 지표로 드러내기 어려운 점이 있었는데, 2012년 조사에서는 그 점을 감안하여 시민문화수요조사를 지표와 별개로 독립시키는 동시에 예술인 실태조사도 병행하였다. 그렇게 본다면 2012년에 와서 인천문화지표는 지표체계 부분과 시민 문화수요조사, 예술인실태조사 등 조사 부분으로 이원화된 체제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세 번에 걸쳐 이루어진 지표조사를 통해 이제 시계열적 분석도 의미를 갖게 되었다. 2008년의 경우 앞선 사례가 2004년밖에 없어 시계열조사로서는 다소 무리라는 점이 지적되었는데, 2012년에 와서는 그간의 조사를 비교 분석하는 것이 의미를 조금 더 갖게 되었다. 이런 조사가 지속된다면 시계열적 분석의 의미는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여기에서는 그간 이루어진 지표조사와 시계열별 통계 일부를 소개함으로써 지표가 어떻게 활용되었는가를 보이도록 하겠다. 문화행정 면에서 문화 분야의 행정을 담당하는 인력의 비율이 어떻게 변화해왔는가를 알려주는 지표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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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 1> 문화행정인력 비율 |
위 지표를 보면 인천의 문화담당 공무원수는 완만하게 증가 추세를 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전국 광역시 평균에는 못 미치고 있음이 한눈에 드러난다. 울산과 부산을 제외하고 문화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비율은 늘어나고 있으나 인천의 증가 폭이 가장 완만하다는 것도 함께 알 수 있다. 이런 지표를 통해 인천의 문화담당 공무원수가 다른 광역시에 비해 적으며 그것은 곧바로 인천의 문화행정 역량에 대한 평가와도 연결됨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지표를 통해 인천의 문화행정 인력이 다른 도시에 비해 부족하고, 따라서 앞으로 이런 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 드러난다. 이 외에 다양한 지표항목들이 문화의 여러 영역에 걸쳐 모두 조사되어 인천 문화지표의 전체를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사례를 하나 더 보자. 시민들의 문화수요조사에서 인천시민들이 문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원론적으로 물어본 질문에 대한 답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래 소개한 내용은 '문화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지'에 대해 시민들의 답변을 정리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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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 2> 문화연상 이미지(상위 7순위) |
이러한 결과는 정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문화정책에 대한 인문적 바탕을 고민할 때 감안해야 할 바를 시사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주목할 것은 대중문화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상위권에 전통과 문화재, 예술 일반 등이 지속적으로 들어있다는 점이다. 즉, 시민들은 문화를 전통, 예술, 대중문화로 인지하고 있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결과라 하겠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문화정책을 수립할 때 무엇을 우선 고민해야 할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이렇듯 문화지표는 한 도시의 문화가 처한 현황을 체계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그것이 어떤 추이로 변화하고 있는가를 나타냄으로써 장기적으로 정책 수립의 방향을 알려주는 객관적 근거가 된다. 이런 지표조사가 인천에서 지속적으로 축적되어 나간다면 장기적 정책 수립에 도움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책의 검증 역시도 객관적으로 가능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 자료
2012 인천문화지표 조사연구 (자료제공 : 인천문화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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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이현식은 인천발전연구원의 문화정책 담당 연구위원으로 일하다 인천문화재단의 사무처장, 기획경영본부장을 역임하였다. 추계예대 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의 겸임교수를 지낸 바 있으며 현재는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 관장 겸 정책연구팀장으로 일하고 있다.이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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