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제도읽기] 학예사 자격제도

경력인정대상기관 체계적 관리 필요

최환 _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학예사 자격제도는 실무경력을 근거로 자격 및 승급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경력인증대상기관의 관리는 제도 운용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습과 실무 연수에 적합하다'고 학예사운영위원회가 인정한 기관이라는 경력인정기관의 평가 기준이 모호한데다가 처음 인정받을 때 진행하는 심사를 제외하고 중간 평가나 최종 평가를 통한 보완사항 제시나 인정취소와 같은 조치는 취해지지 않고 있다.


학예사 자격증의 실무경력 근거

문화체육관광부 및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박물관·미술관의 질적 성장 및 역할의 확대를 위한 학예연구직 전문성 확보"를 위해 2000년부터 학예사 자격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현행 학예사 자격제도는「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이하 법) 시행령(전부개정 2007.9.10. 대통령령 제20253호)에 따라 정학예사(1, 2, 3급)와 준학예사로 구분된다.

학예사 자격증 교부는 실무경력을 근거로 심의가 연 2회 이루어지는데, 2008년 하반기까지 2,218명(2급 정학예사 138명, 3급 정학예사 1,824명, 준학예사 256명)이 자격증을 교부받았으며, 현재까지 1급 정학예사는 배출되지 않았다. 2000년 12월에 처음으로 실시한 준학예사 자격시험은 2008년 현재 9회째 진행되어 왔다.(연 1회)


연공서열식 학예사 승급요건

현재 정학예사의 경우, 1,2,3 등급으로 구분되어 있으나, 상위 등급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요건이 단순한 연공서열 방식이며, 능력 및 자질과는 무관함으로써 등급 간의 구분이 무의미하다. 현행 법 시행령에 의하면 준학예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는 1년의 실무경력이 필요하며, 준학예사 자격증 취득 후 3급 정학예사로 승급하기 위해서는 4년, 3급 정학예사에서 2급 정학예사로의 승급은 5년, 2급 정학예사에서 1급 정학예사로의 승급은 7년의 실무경력이 요구된다.

즉 학예사 자격증 취득을 희망하는 일반인이 1급 정학예사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는 총 17년의 실무경력이 소요되게 된다. 이러한 비현실적인 승급을 위한 실무 경력기간은 학예사 자격증을 관리·감독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유사 자격증에 언급되어 있는 승급과 비교해보면 상당한 편차가 존재하고 있다.

또, 법 시행령에 의거하여 준학예사의 경우 필기시험에 합격한 후 1년의 실무경력이, 3급 정학예사의 경우 석사학위 소지 외에 2년의 실무경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국내의 교육기관(대학 등 고등교육기관 포함)에서 운영 중인 학과의 교육과정상 현장실습이 정규과정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는 몇몇 기관에 해당하며, 그나마 교육기관 재학생이 아닌 경우에는 이러한 현장실습기회가 없다. 또한 박물관·미술관 등록요건 상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조건으로 자격증 소지자를 채용하고, 추가적으로 인력이 필요한 경우에는 자격증 소지 여부와 관계없는 직원 채용 정책을 구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박물관·미술관에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지 않는 한 5년 이상의 실무 경력을 축적해서 승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불가능하므로 현실적 차원에서 실무 경력 대상기간의 조정 또는 폐지 등 자격증의 전문성과 실효성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제도로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경력인정대상기관 인력 관리 기준 모호

학예사자격제도 개선방안 모색 세미나(2008년)
학예사운영위원회가 인정하는 경력인정대상기관은 국ㆍ공립박물관, 등록된 사립ㆍ대학박물관 중에서 인력, 시설, 자료의 관리 실태 및 업무 실적에 대한 전문가의 실사를 거쳐 인정한 기관이다. 이는 해당 박물관의 근무자가 재직, 실습, 혹은 실무경력을 쌓았을 때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기관을 의미하며, 등록 사립ㆍ대학 박물관이 신청하는 경우 심의를 통해 선정되고 있다.

사립ㆍ대학 박물관의 경우, "등록된 박물관으로서 인력ㆍ시설ㆍ자료의 관리실태 및 업무 실적(소장품 도록 또는 특별전시도록, 연구보고서 발간 여부 및 상설전시 여부의 확인)이 향후 학예사 자격을 취득하고자 하는 자의 실습과 실무연수에 적합하다고 학예사운영위원회가 인정한 기관이다"라고 자격 요건이 기술되어 있는데, 그 내용 가운데 '실습과 실무 연수에 적합하다고' 학예사운영위원회가 인정한 기관이라는 부분은 경력인정기관의 평가 기준을 매우 모호하게 제시해 놓았다.

특히 박물관에서 실습과 실무 연수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학예사 자격증 소지자인 동시에 박물관 조직 구조상 교육 담당부서 및 이러한 업무를 담당하는 상근 직원을 반드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유 인력의 경우 학예사자격증을 소지한 전문직원(관장 포함)이 2인 이상으로 그 평가기준을 제시해 놓았다.

이와 함께 대부분의 경력인정대상기관의 경우 인턴 및 실무 연수생을 위한 교육 지침서나 인턴 운영 매뉴얼을 갖고 있지 않다. 이러한 안내 지침서가 부재한 상황에서는 체계적인 실무 습득 및 평가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인턴 및 실무 연수생 관점에서는 향후 박물관ㆍ미술관에 근무하거나 학예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실질적인 학습 효과를 얻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 인턴 및 실무 연수 경력을 지닌 박물관 ㆍ미술관 관련 전공자들이 심지어는 박물관·미술관 업무와 전혀 관련성이 없는 업무를 맡아서 실무 경력 습득에 불만족스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부분적으로 이러한 원인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경력인정기관의 심사는 학예사운영위원회에 의해 매년 두 차례에 걸쳐 지원서의 제출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처음 인정받을 때만 진행하고 중간 평가나 최종 평가를 통한 보완사항 제시나 인정취소와 같은 조치는 취해지지 않고 있다. 이에 경력인정기관으로 인증된 후 보유인력(학예사)의 이ㆍ전직 유무나 시설의 변동 등과 관련된 사실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고 이들 기관들의 인턴 등의 실무 연수생 선발 방식, 박물관들이 이들에게 맡기는 업무의 특성 및 범위, 박물관들의 인턴 등의 실무 연수생 관리 방식, 선발 인원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축적되지 않기 때문에 경력인정기관의 관리가 제도적 차원에서 매우 시급한 선결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실무 성과 평가 시스템 구축 필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경력인정기관에 대한 정기적인 현장 실사와 서면 평가가 이루어고 인턴 및 실무 연수생을 교육할 수 있는 교육부서 및 담당 인력의 보유 현황을 평가의 핵심적인 기준으로 편입시키며 전반적인 평가 기준에 대한 세부 지침이 마련되어야 한다. 평가 기준의 변화와 함께 경력인정기관을 관리하는 부서에서는 인턴 및 실무 연수생을, 역으로 인턴 및 실무 연수생은 경력 인정기관을 평가하는 쌍방향의 '실무 성과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서 학예사운영위원회에서 경력인정기관으로서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한 후 지속적으로 경력인정기관으로 인증해 줄 것인지의 여부에 대해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라 판단된다.

또한 경력인정기관은 인턴 및 실무 연수생에 대한 평가와 그들이 평가한 박물관의 인턴 및 실무 연수생 관리에 대한 평가를 적어도 연 1회 학예사 운영위원회 및 국립중앙박물관에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여 현재의 경력인정기관으로서의 자격 유지 여부를 평가하는 기준 및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며 경력인정기관의 인턴 및 실무 연수생 관리와 관련된 문서 관리 시스템의 유지를 의무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학예사자격증제도안내

 


최환  

필자소개
최환은 프랑스 파리1대학교 예술사(박물관정책) 석사(DEA)과정을 졸업하고 프랑스 국립고등사회과학연구원(Ecole Haute des etudes en science sociale) 박물관정책분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모란미술관 학예연구사와 지적박물관 학예실장을 거쳐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박물관정책과 및 기획총괄과에 근무 중이다.



 
weekly 예술경영 . 정보라이선스 정보공유라이선스 2.0

덧글 1개

덧글입력

  • 박복한
  • 2009-06-11 오전 9:37:07
매우 공감하는 글입니다. 차차 나아지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현직에 종사하고 있는 학예사 입니다. 그러나 매번 현실의 문제와 한계점들을 발견할 때 갈수록 기운빠지고 실망만 쌓여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최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경력인정대상기관에 대한 정기적인 관리감독에 있어서 제생각엔 공립에 대한 부분은 강화되어야 할 듯합니다. 사립의 문제점은 사립이라는 설립 배경을 통해 표면화 되어 있지만 사실 공립 역시 그 못지 않다고 여깁니다. 기초자치단체에서 설립해 놓고 운영에 대한 정체성부재로 인해 적재적소에 맞는 인력배치와 그 관의 성격을 보여주는 사업내용들이 뒤엉켜 있는 경우들이 간혹 있습니다. 모든 공립관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국립, 공립, 사립, 대학에 이르는 다양한 설립형태의 뮤지엄들이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춰 새로운 뮤지엄의 정책과 방향을 모색하는 것에 있어 최소한 뮤지엄이 사회에서 하는 역할에 대한 큰 골격은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현재 뮤지엄 등록절차에 있어서도 각 지자체에서 하다보니 시설이나 소장품, 인력 등에 대한 조사에 있어 간단한 절차를 통해 등록 인정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문제발생의 소지가 많고 사립의 경우 등록 후 학예사의 역할은 그것으로 끝내버리고 사직시키고 나서 학예사 없는 형태로 운영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공립의 경우도 자동경력대상기관임을 통해 전직원의 학예사 자격취득화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뮤지엄의 내용들이 다양화 되어가는 시대를 살다보니 전공의 영역이 확대되고 그로 인해 전공에 대한 제한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관에서 근무한다는 이유로 학예사자격증을 취득하고자 합니다. 이런 현실은 전시기획이나 뮤지엄 운영정책에 대한 연구와 실무를 담당했던 전공자들에게는 정말 실망스런 현실로 다가옵니다. 공립뮤지엄들의 경우에도 학예사를 계약직으로 뽑고 있는 현실이고 어떤 경우에는 아예 예산에 포함시키지 않아 단기적인 국고지원사업을 통해 확보해 전혀 다른 업무를 맡게 되고 단지 학예사 자격증을 통해 등록작업을 완료하는 식으로 가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이런저런 여러가지 문제점들에 대한 인식은 이제 많은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압니다. 하루아침에 선결되어 선진화되어질 문제점들이 아님을 알지만 문제의 인식이 확대됨을 볼 때 이에 대한 대안이나 문제해결에 대한 노력들이 보여지길 바랍니다.[Del]

quick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