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세계 미술시장 주요 이슈
글 : 박수강_에이엠콤파스 대표
2019년 세계 미술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대두하고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확산하면서 2018년보다 규모가 감소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세계 미술시장의 82%를 점유하며 미술시장의 1~3위를 차지한 미국, 영국, 중국의 시장은 모두 전년보다 축소되었다. 한편, 4위에 오른 프랑스는 주요 시장 중 2018년보다 성장한 유일한 지역으로, 브렉시트 시행 후 유럽연합의 미술시장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순수미술품 경매시장에서는 전후/동시대 미술의 약진이 돋보였다. 온라인 미술시장에서는 신규 고객의 매출 비중이 높아졌고 온라인 경매는 지속해서 성장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활약은 미술시장에서도 돋보였는데, 창작자인 동시에 구매자로서의 위상을 높였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2019년의 주요 이슈에 관해 아트바젤&UBS의 <2020 미술시장보고서>, 아트프라이스의 <2019 미술시장>, 히스콕스의 <2020 히스콕스온라인미술품거래보고서>를 참고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미술시장’의 범위는 <2020 미술시장보고서>를 따랐으며 별도의 언급이 없는 한, 순수미술(회화, 조각, 수채화, 판화, 드로잉, 사진, 태피스트리, 필름, 비디오, 뉴미디어 등)과 장식미술 및 골동품(가구, 장식품, 의상, 보석, 텍스타일, 기타 골동품 등)을 포함한다.
<2020 미술시장보고서>는 2019년 세계 미술시장 규모가 $64.1B(74.7조 원)으로 추정되어 2018년보다 5%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미·중 무역 전쟁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대두하면서 미술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특히 경매시장에서는 거래액이 $24.2B(28.2조 원)에 그쳐 2018년보다 17% 하락했다. 이는 고가의 출품작이 줄면서 $10M(117억 원) 이상 가격대에 팔린 작품 수가 전년 대비 1/3 이상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화랑을 포함한 딜러시장은 $36.8B(42.9조 원)으로 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미술시장의 1~3위는 미국, 영국, 중국으로 이 세 국가가 2019년 세계 미술시장의 82%를 점유했지만, 시장 규모는 모두 전년보다 감소했다. 미국은 전년 대비 5% 하락한 $28.3B(33.0조 원) 규모로 세계 미술시장의 44%를 점하며 1위를 차지했다. 지난 50년간 미술품 무역의 중심지였던 미국은 무역 전쟁의 심화로 중국과 유럽에서 수입되는 일부 미술품에 대해 관세를 조정하기로 해 이것이 미술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2위인 영국의 거래총액은 $12.7B(14.8조 원)으로 전년 대비 9% 감소했고, 시장점유율은 20%로 나타났다. 3위는 중국으로 $11.7B(13.6조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0% 하락했고, 시장점유율은 18%였다. 중국의 경우, 2019년은 1990년 이래 경제성장률이 가장 낮았고, 부가세 개혁이 경매시장의 거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침에 따라 시장이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프랑스는 주요 시장 중 2018년보다 성장한 유일한 지역이다. 영국을 제외한 유럽연합의 미술시장 규모는 $7.6B(8.9조 원)으로 전년 대비 5% 상승했는데, 이는 프랑스가 2018년에 비해 7% 상승한 $4.2B(4.9조 원)의 거래액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미술시장 규모, 문화 기반 시설, 역사적인 면 등을 고려할 때 브렉시트 시행 후 유럽연합의 미술시장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기대감을 반영하듯 2019년에는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를 비롯한 미국과 유럽의 대형 갤러리들이 앞다투어 파리에 지점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심한 규제와 복잡한 조세 제도는 유럽연합 이외 지역과의 미술품 거래에서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유럽연합을 탈퇴한 영국에서 유럽연합 이외 지역과의 미술품 거래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커서, 브렉시트로 인해 유럽연합 미술시장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2020 미술시장보고서>에서는 순수미술품의 제작 시대를 작가의 출생 연도에 따라 올드마스터(1250~1820), 인상파/후기인상파(1821~1874), 근대(1875~1910), 전후/동시대(1911~)로 구분했다. 이 중 전후/동시대 미술의 거래가 2019년 순수미술 경매시장의 반 이상을 차지하며 가장 높은 거래액과 거래량을 보였다. 전후/동시대 미술은 최근 10년간 급성장한 분야로 거래액 기준 53%, 거래량 기준 51%를 차지했다. 그러나 2018년과 비교하면 거래액은 $6.1B(7.1조 원)로 전년보다 10% 감소했고, 낙찰 작품 수는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
전후/동시대 미술 분야의 거래액 비율은 생존 작가가 44%, 작고 작가가 56%를 차지했다. 특히 최근 20년 이내에 창작된 생존 작가의 작품이 거래액의 23%를 차지해 2018년 14%를 점유했던 것과 비교하면 급성장했다. 이는 생존 작가의 작품 유통이 딜러시장(화랑)에서 경매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온라인 미술시장에서는 딜러(화랑)와 경매회사 모두 신규 고객의 매출 비중이 높아, 온라인 채널이 신규 고객 유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2020 미술시장보고서>는 딜러의 온라인 매출 중 57%는 갤러리 방문을 한 적이 없거나 딜러와 친분이 전혀 없는 신규 고객이 차지했고, 경매회사의 온라인 고객 중 신규 고객 비율은 2018년에는 25%였으나 2019년에는 34%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온라인 경매시장은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2020 히스콕스온라인미술품거래보고서>에 의하면 온라인 경매시장의 1~3위를 차지하고 있는 헤리티지, 크리스티, 소더비의 규모는 $1B(1.2조 원)으로 2015년 대비 58% 증가했다. 히스콕스 보고서의 온라인 미술시장은 순수미술, 시계와 보석, 장식미술, 기타 수집품(동전, 우표, 지도, 책 등) 등을 포함한다. 온라인 경매 매출 1위인 헤리티지의 경우 기타수집품이 온라인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했지만, 크리스티나 소더비, 필립스 같은 전통적인 경매회사는 온라인 매출의 절반 정도가 미술품 판매에서 발생했다. 미술품 전문 경매회사도 매출 향상과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서는 향후 온라인 경매를 통해 수집품을 다양하게 선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미술품을 수집품 및 명품과 같이 판매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시장 간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스탁엑스(stockX)는 카우스와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 스니커즈를 판매해 $100M(1,17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고, 더리얼리얼(therealreal)이나 체어리시(Chairish)는 미술품, 핸드백, 인테리어 제품을 함께 취급하고 있다.
1) 창작자
아트프라이스의 <2019 미술시장>에서는 경매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1980년 이후 출생한 40세 미만 작가들을 분석했는데, 이 그룹의 경매총액 상위 20위를 보면 남자 11명, 여자 9명으로 성별 분포가 비슷하고, 지역도 아시아, 아프리카, 북미, 남미, 유럽 등 모든 지역에 골고루 분포했다.
2) 구매자
<2020 미술시장보고서>는 자산가(부동산과 사업체를 제외한 투자 가능한 순자산 $1M 이상)의 미술품 구매에 관해 세대별로 분석했는데, 밀레니얼 세대가 다른 세대보다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밀레니얼 세대의 구매가 가장 활발해 지난 2년간(2017.12-2019.12) 베이비붐 세대 평균의 6배에 달하는 금액인 $3M(35억 원)을 지출했다. 재판매 경험도 밀레니얼 세대에서 71%로 가장 높아, 작품의 재판매를 통한 투자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또한, 구매 채널도 가장 다양하게 이용하고 온라인 채널도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세대로 나타났다. 특히 온라인 구매 경험이 있는 밀레니얼 세대의 36%는 $50,000(5,800만 원) 이상의 미술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해, 고가 작품의 온라인 구매에 저항감이 적었다.
* 환율: 2019년 연평균 환율 USD1=1,165.65원 적용(출처: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금액 표기: M=백만, B=십억, T=조
박수강은 회계학과 아트비즈니스를 전공하고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에서 근무하면서 국제전시와 국제교류 실무를 익혔다. 이후 에이엠콤파스를 창업해 미술시장 조사 및 분석, 현대미술갤러리 에이엠씨랩(AMC Lab) 운영, 전시기획, 출판 등을 진행해 왔다. 저서로 『아트마켓 홍콩: 아트 바젤은 왜 홍콩에 갔을까?』(공저)가 있다. 홈페이지
예술경영 459호_2020.1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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