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영향평가의 현실과 과제
글: 이경진_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도시재생사업은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도시재생법)에 근거를 둔 공공사업으로, 도시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활력 회복, 자생적 성장기반 확충, 경쟁력 제고, 지역공동체 회복 등을 통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문화영향평가는 「문화기본법」에 바탕을 둔 제도로서, 같은 법 제5조 제4항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각종 계획과 정책을 수립할 때 문화적 관점에서 국민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여 문화적 가치가 사회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따라서 실정법상 도시재생사업은 당연히 문화영향평가의 대상이 되며, 사업이 국민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과 문화적 가치의 사회적 확산 여부에 대해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떨까? 이 글은 문화영향평가의 개요와 추진 현황, 문화영향평가와 도시재생사업의 관계, 문화영향평가의 당면과제 및 미래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문화기본법은 ‘문화’를 단순한 문화예술의 차원을 넘어 생활양식, 공동체적 삶의 방식, 가치 체계, 전통 및 신념 등을 포함하는 사회나 사회 구성원의 고유한 정신적·물질적·지적·감성적 특성의 총체라고 매우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제3조). 이에 따라 문화영향평가가 다루는 가치와 지표도 대단히 광범위하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문화영향평가는 크게 문화기본권, 문화정체성, 문화발전 등 3대 영역으로 나뉘어 수행되며, 영역별로 2개씩 총 6개의 평가지표가 있다. 문화기본권 영역의 평가지표는 ‘문화향유에 미치는 영향’과 ‘표현 및 참여에 미치는 영향’이며, 문화정체성 영역은 ‘문화유산에 미치는 영향’과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 문화발전 영역은 ‘문화다양성에 미치는 영향’과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이다. 아래 표와 같이, 이들 6개 평가지표에는 다시 두세 개의 고려사항이 있다.
도시재생법과 문화기본법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둘 다 2013년에 제정되어 2014년부터 본격 시행되었으며, 입법 취지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있고, 문화적 요소의 부흥을 삶의 질 향상의 주요 수단으로 본다는 점이다. 도시재생사업은 도시재생법에 근거를 둔 실천전략이며, 문화영향평가는 문화기본법에 근거를 둔 실천전략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문화영향평가는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4건과 5건의 시범적 평가가 이루어졌다. 그러다가 2016년부터 본격적인 평가가 수행되기 시작, 그 수가 해마다 증가해 작년인 2020년에는 46건에 이르렀으며, 현재까지 문화체육관광부가 수행한 전체 성과는 도합 155건에 달한다.
아래 ‘전국 문화영향평가 수행 건수’ 표에서 보듯, 문화영향평가는 문화체육관광부 외에도 서울특별시, 경기도, 부산광역시 등의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시행 중이거나 시행 예정이며 그 밖에도 많은 지자체가 관련 조례를 제정했거나 그럴 예정이다. 이런 추세는 최근 들어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데, 이는 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증대와 함께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을 문화에 찾고자 하는 시대적 분위기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도시’라고 하면 흔히 도로나 전철망, 아파트단지, 상가, 고층빌딩, 공공시설 같은 물리적 요소가 집적된 곳이라고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도시는 무엇보다도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며, 도시를 움직이는 동력도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다시 말하면 물리적 의미의 도시는 삶의 장소, 배경, 환경, 객체일 뿐이며, 주체는 사람과 사람들의 공동체이다. 따라서 모든 도시재생사업은 어떻게 주민들이 장소정체성과 애착, 주인·공동체·정주 의식, 더 나아가 지속적 충성심을 갖게 하는가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이 점에서 문화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장소와 사람을 하나로 융합하고 그 바탕 위에 새로운 것을 창조·전파하며, 장소와 거기에 깃든 공동체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추동력이 바로 문화이기 때문이다. 도시재생법에 따르면 도시재생이란 결국 지역 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과 창출,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해 도시를 활성화하려는 것이고, 도시민과 그 공동체의 문화적 역량 강화, 도시 고유문화의 발굴·복원·창출·전파·계승, 문화의 자원화·상품화는 도시재생의 주요 전략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문화는 도시재생사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수행한 문화영향평가의 절반가량(정확히는 47.7%)은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약 74건). 한편, 도시재생 관련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추진 중인데, 다만 국토교통부 사업이 시설 조성 등을 포함한 하드웨어 중심이라면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도시조성, 문화특화지역조성 등의 사업처럼 지역문화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중심이라는 차이가 있다. 국토교통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사업을 모두 합하면 도시재생사업을 대상으로 한 문화영향평가의 비중은 전체의 약 76.8%에 달한다.
문화영향평가는 아직 도입 초기에 불과하여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으며, 여러 한계와 당면과제를 안고 있다. 그 중 특히 중요한 사항으로 다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평가대상이 불명확하고 강제성이 없다는 점이다. 문화영향평가는 문화기본법에 따른 법정평가지만 법에는 평가대상이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고, 평가도 권고사항에 불과해 강제적인 수행의무가 없다. 따라서 국민 삶의 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계획과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문화영향평가를 반드시 받아야만 한다는 의무는 성립되지 않는다. 도시재생사업 역시 법 해석상으로는 명확히 문화영향평가의 대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문화영향평가를 수행하지 않은 사업이 오히려 더 많은 실정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도시재생종합정보체계에 공개된 국토교통부 선정 도시재생사업은 2014년 13건, 2016년 33건, 2017년 68건, 2018년 99건, 2019년 116건 등 도합 330건이다. 그러나 이 중 문화영향평가를 수행한 사업은 앞서 말한 74건에 훨씬 미달한다(문화영향평가를 받았다고 해서 사업이 선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문화영향평가를 받은 동시에 선정된 사업은 74건보다 적게 된다. 또한 330건에는 2020년 선정된 사업이 누락되어 있는데, 74건에는 2020년 문화영향평가를 받은 사업도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에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가 자발적으로 문화영향평가를 수행하려는 동기가 미약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기피하려 할 수도 있다. 또한, 국토교통부(2019~2021)의 도시재생뉴딜사업 신청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17개 부처·청의 71개 연계사업을 활성화계획(안)에 포함하는 경우에는 사업선정 시 가점을 부여한다고 되어있다. 문화영향평가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연계사업 사업에 해당한다. 그렇다 보니, 도시재생사업에서의 문화영향평가는 사업 주체의 자발적 수행보다는 가점을 부여받기 위해 즉, 도시재생사업에 선정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만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도시 추진 가이드라인(2019)에 따르면 문화도시 조성계획 수립 시 문화영향평가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계획 수립에 반영하거나, 예비사업추진계획에 문화영향평가에 대한 수행계획을 포함하고 그 내용을 제시하는 경우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작년부터는 문화도시 최종 지정 심의 전까지 반드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의무사항으로 변경되었다.
둘째는 평가결과의 환류 체계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현행 문화영향평가 제도는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평가결과 반영 역시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일 뿐이다. 따라서 평가결과의 반영은 피평가자인 지자체 정책소관기관의 의지에 맡겨져 있다고 해도 과인이 아니다. 이와 같은 한계점은 평가의 의의와 실효성을 저하하는 중대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문화영향평가의 정착과 확산, 발전을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관계 법령의 정비, 평가 수행기관과 조직 체계의 정비,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 및 확산, 평가 전문가 양성, 정보 공유 체계의 정비, 관계 공무원 교육 등 많은 과제가 동시에 수행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영향평가의 사회적 기여도는 대단히 크며 미래는 매우 밝다고 말할 수 있다. 아래 2020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화영향평가를 받아본 지자체의 정책담당자들은 문화영향평가를 통해, 문화적 가치의 중요성을 재인식(6.3점)했고, 지역문화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개선(6.5점)했으며, 정책 수립에도 도움(6.5점)이 되었다며, 문화영향평가의 필요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6.0점).
또한, 문화영향평가를 직접 수행했거나 평가결과서를 검토해본 전문가들도 문화영향평가가 향후 문화적 가치의 확산에 기여(4.4점)할 것이며, 문화적 영향에 대한 고려를 확대(4.4점)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문화적 측면에서 나타날 수 있는 긍정적 영향을 강화(4.2점)하며,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거나 해소(4.2점)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그림 5] 참조, 2020년 기준, 5점 만점).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도시재생사업은 문화영향평가의 대상이며, 당연히 그 사업이 국민 삶의 질과 문화적 가치의 사회적 확산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받아야 한다. 나아가, 문화영향평가가 국가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국민의 문화향유 수준 및 삶의 질 향상을 실현하는 제도로 발전될 수 있도록 우리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이경진 연구원은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시계획 및 부동산학과에서 도시 및 지역계획학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현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연구본부 문화기반연구실에서 연구책임자로 문화영향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예술경영 462호_2021.3.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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