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조사』 보고서를 중심으로
글: 김태진_세종문화회관 문화재원팀장
『2020 국민문화예술 활동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문화예술행사 직접관람률은 21.3%가 줄었고 관람 횟수는 절반 이상 줄었다. 이러한 결과를 비추어 볼 때 기업의 홍보마케팅과 사회공헌 활동을 통한 문화예술 후원은 큰 영향을 미친다. 기업이 문화예술을 통해 이미지를 제고하고 상품 판매 효과를 극대화하며 관람객들과 소외계층들에게 서비스와 마케팅 활동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람객과 관람 횟수의 감소가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에 직접적으로 미친 영향을 한국메세나협회『2020년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조사 보고서(이하, 보고서)』를 통해 알아보고, 코로나19 여파로 축소한 기업 후원의 분석과 향후 방안 마련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응답을 한 기업 중 문화예술 지원 실적이 있는 기업이 39.6%로 아직도 60%가 넘는 기업이 문화예술을 통한 홍보마케팅과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 그만큼 척박한 후원 환경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기업 활동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라고 볼 수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금은 14.6%가 감소하였고 참여한 기업의 수와 후원 건수는 28.7%와 33.4%로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대기업의 참여는 유지되었으나 후원금과 사업 수를 축소하고 중소·중견기업은 참여 자체를 축소하여 상대적인 차이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분야별로는 클래식(-42.9%), 뮤지컬(-44.6%), 무용(-50%) 등이 큰 폭으로 감소하여 순수예술에서 고급예술의 이미지와 현장 관람의 필수적인 요소를 가진 분야의 감소가 두드러진다. 이에 반해 문화예술교육(-14.5%)은 비대면 방식으로의 전환 편리성과 유기적인 대처로 인해 감소의 폭이 적었다. 인프라 건립 분야의 경우는 전체 기업 후원 절반 이상이 기업의 문화재단을 통해 복합 문화시설 건립, 운영, 문화예술 직접사업비에 사용된다. 상대적으로 사실상 풀뿌리 문화예술계의 피부로 와닿는 문화예술 후원이 그리 크지 않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기업이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유형별로는 후원 및 협찬, 파트너십(18.9%)보다 기업의 자체(행사) 기획(71.4%)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홍보마케팅과 사회공헌 사업을 기업이 자체 기획하고 문화예술계의 대상을 선정·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여 공연, 전시 등의 창작을 간접 지원하는 구조로 이루어지는 현실이다. 기업과 시대 트렌트(4차 산업, 메타버스, AR, VR, ESG 등)를 분석하고 문화예술계와 기업 간 소통의 장을 늘려 협업을 통한 공동 기획으로 사업을 추진해 기업과 문화예술계, 관람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후원의 형태를 만들어 가야 한다. 조건부 기부(9.7%)는 문화예술단체가 영리법인이거나 공익법인(구 지정기부금단체) 등록이 되지 않았을 경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문화예술 공공기관을 통해 기업의 기부금을 전액 사업비로 지원받는 형태를 말하며 해당되는 문화예술단체의 활용이 더욱 필요한 제도이다.
산업군별 현황은 기업 재단을 제외한 높은 순위가 금융·보험(9.3%), 유통(9.1%)으로 전통적인 B to 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기업이다. 이들은 문화예술을 통한 홍보마케팅과 사회공헌의 필요성이 높다. 다음으로는 기타 제조업(7.7%), 건설(5.5%) 순으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서 CSV(공유가치창출, Creating Shared Value)로 확대된 기업 활동이 최근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1)로 변화함에 따라 환경·사회공헌·지배구조를 더욱 중요시하는 기업들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이러한 산업군을 대상으로 문화예술계의 전략적 후원사업 제안과 참여를 높이는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기업은 문화예술에 왜 후원을 하며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린 자주 질문해야 한다. 손자병법의 ‘지피지기 백전불태’처럼 기업을 알고 문화예술을 알아야 후원은 실패하지 않는다.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목적을 보면 사회공헌 전략(63.2%), 마케팅 전략(27.9%), 경영 전략(8.9) 순이다. 사실상 사회공헌 파트에서 설문 응답과 참여가 높아 필자는 사회공헌과 마케팅 전략이 비슷한 수준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문화예술 지원 사업비 지출 예산 계정으로 보면 기부금(54.3%), 홍보마케팅비(23.2%) 등으로 구성되어 기업은 사회공헌 파트에서 기부금을, 홍보마케팅 파트에서 해당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회복지, 교육, 환경, 국제구호 등 분야는 기부금만을 받지만 문화예술 분야는 유일하게 기부금과 홍보마케팅 비용 등을 공동으로 지원받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문화예술계는 기부금에만 국한해 지원받기보다 기부금을 포함한 홍보마케팅비, 복리후생비 등 다양한 비용을 바탕으로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연이나 전시 등 재원이 필요한 사업은 짧게는 며칠에서 길면 몇 달을 두고 기업 후원을 요청할 때가 많다. 그렇지만 매력적인 사업 제안과 상관없이 탑다운(top-down)을 제외한 후원이 유치되는 경우는 희박하다. 그 이유는 기업의 지원 사업 계획 사전 수립 여부를 보면 알 수 있다. 기업 대부분은 사전 수립(73.6%), 일부 사전 수립(23.6%)으로 해당 연도 사업의 예산 배정을 전년도 10월 전후에 완료한다. 문화예술계가 기업에 후원 제안을 한다면 지금 이 시기에 내년도 사업을 제안해야 한다. 단순히 사업의 매력도와 차별화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제안 시기의 문제가 더욱 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사전에 제안해야 한다.
지원 대상 선정 경위는 자체 선정·발굴(36.4%), 전문기관과의 협업(25.4%), 예술단체의 지원 요청(18.6%)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 사회공헌(CSR) 1세대 부서장이 한 강의에서 기업이 해당 사업의 파트너를 선정하는 방법은 ‘인터넷 서치와 다른 기업의 소개’라고 했다. 기업은 좋은 제안보다 해당 사업의 파트너(문화예술기관과 예술단체)에 대한 신뢰를 가장 우선으로 하며, 완성도 있는 사업 수행과 피드백, 지속가능성을 우선으로 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자체 선정이나 전문기관과의 협업 등이 지원 대상 선정 경위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기업이 전문기관과 협업할 경우, 「문화예술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른 한국메세나협회, 광역문화재단 등 전문성이 있는 후원 매개단체와의 협업이 신뢰를 바탕으로 한 완성도 있는 사업수행에 적합하다고 본다. 문화예술계는 언론과 온라인, SNS 기반의 홍보마케팅 활성화가 필요하고, 후원 매개단체와의 협력을 통한 기업 제안과 더불어 기업, 공공기관, 매개단체 간 적극적이고 긴밀한 네트워크가 절실히 요구된다.
지원 대상의 선정 기준(사업 내용)으로는 8가지 항목 중 1, 2, 4번째 해당이 기업 필요에 맞는 적합도를 우선순위로 하며 낮은 순위로 예술단체 적합도를 보고 있다. 이에 따르면 기업은 예술단체 자체 사업에 기부나 협찬을 요구하는 방식보다 문화예술 사회공헌과 브랜드 전략 방향이 적합한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문화예술계에서 사업 제안을 기획한다면 우선순위로 제안할 기업의 필요를 먼저 파악하고 차순으로 해당 사업의 연계성이 우수함을 드러내는 순서로 진행해야 파트너십이 맺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지원 동기를 보면 지역사회(29.6%), 기업 이미지 제고(25.4%), 문화예술계 발전(25.4%) 순이다. 문화예술계의 지원 효과보다 지역사회와 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우선하는 것도 기업 자체적인 목적에 부합한 사업 선정과 지원 동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문화예술계의 후원은 기업과 문화예술이 함께 성장하고 발전한다는 공동의 목적으로 사업을 제안하고, 후원 유치에 참여해야 한다.
지금까지 문화예술 지원 기업(39.6%)을 분석했다면, 이제 다수에 해당하는 지원 미실시 기업(60.5%)의 인식을 봐야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후원 확장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지원 미실시 인식 이유로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20.8%), 자금의 여유가 없다(20.4%), 담당부서가 없다(15.6%) 순으로 나타나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는 ‘굳이 왜 문화예술에 후원해야 하지?’라는 말에 선뜻 자신 있게 답할 후원 명분이 부족한 문제가 가장 크다. 문화예술계가 기업과 긴밀한 소통을 이어간다면 이러한 모멘텀을 만들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자금의 여유가 없는 문제는 사실상 기업 사회공헌이 대부분 자선 분야에 집중되어 있고 문화예술에까지 할애할 예산의 문제와 더불어 기업 경영진을 설득할 마땅한 문화가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담당 부서가 없다는 문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화예술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기업 대상 ‘메디치 클라스’를 개설하여 기업의 문화예술 이해도를 높이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가칭)문화예술 후원매개 전문가’를 육성하여 보다 나은 문화예술 지원 네트워크를 양성, 기업과 문화예술계에 확산하는 것으로 전문성과 인력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본 보고서를 중심으로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을 들여다볼수록 우리는‘기업=지원기관’, ‘예술단체=수혜기관’이 아닌 문화예술을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로 기업은 문화예술계를 존중하고 문화예술계는 기업을 이해하고 다가서는 이러한 자세가 문화예술 후원을 활성화하는 첫 단추이다. 더 나아가 문화예술 후원 문화가 한국사회에 정착하고 전문성과 네트워킹, 지속가능성을 겸비한다면 자연스레 유럽과 미국을 넘어선 문화예술 후원 선진국가가 될 것이다. 이것에 노력은 단순히 후원금액이 늘어나는 것이 아닌 한국사회가 문화예술 필요를 절실히 인식하고 문화예술의 향유자가 늘어나며 함께 동참 하는 기업 그리고 국민들의 참여까지 이끌어 낸다면 이보다 좋을 순 없을 것이다.
1)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재무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
김태진은 학부를 건축과 교육, 사회복지를 전공하였고 연세대 행정대학원에서 사회학(M.A)을 전공하였다. Art Fundraiser(문화예술 재원조성 전문가)로 17년째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세종문화회관 문화재원팀 팀장으로 근무 중이다.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상지대학교를 거쳐 왔고 한국모금가협회 전문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다양한 문화예술기관과 예술단체에 후원 및 재원조성 시스템 구축과 활성화에 참여하고 있다. 이메일
예술경영 472호_2021.09.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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