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산업 특수분류의 작성과 활용을 위한 제안
글: 양혜원_한국문화관광연구원/연구위원
문화예술 분야는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것이 어렵고 정부 지원 의존도가 높다는 이유로 경제적·산업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문화예술 분야도 여타의 산업 분야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사업체와 경제주체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 간의 역동적인 상호작용과 거래를 통해 예술작품 및 문화 활동의 생산, 유통과 매개, 소비와 향유가 이루어지는 영역이다. 또한 문화산업 또는 창조경제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구성하는 문화예술 분야는 다양한 실험과 혁신의 산실이며, 다른 분야 및 기능적 요소와의 융합을 통해 훨씬 더 큰 시너지와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해내고 있다(OECD, 2018; 양혜원 외, 2019).
이러한 이유로 영국, 미국과 같은 해외 주요국에서는 핵심창조영역에 해당하는 순수예술 분야나 비영리 문화예술 분야까지 포괄하여 문화산업 또는 창조경제영역의 규모와 경제적 영향을 측정·산출하여 활용해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문화예술정책과 문화산업정책이 발전해오는 과정에서 각각 별도의 조사·통계시스템을 구축하게 됨에 따라 문화산업통계가 문화예술 분야를 포괄하지 못하는 형태로 생산되고 있으며, 통계청에서 사용하는 ‘한국표준산업분류’ 역시 문화예술 분야의 범위와 특성이 반영되지 않아 문화예술산업의 전체적인 규모나 현황, 경제적 효과를 제대로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UNESCO, EU, OCED 등 국제사회에서는 ‘문화산업’이나 ‘창조산업’ 또는 ‘문화 및 창조산업(CCIs, Cultural & Creative industries)라는 개념과 범주를 주로 활용하며, ‘문화산업(Cultural Industries)’을 상업적 가치와 관계없이(irrespective of the commercial value they may have) 문화적 표현(cultural expressions)을 내포하거나 전달하는 특정한 속성, 이용 또는 목적을 갖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산업으로 정의하고 그 범주에 공연예술, 시각예술, 문화유산, TV, 라디오, 비디오 게임, 뉴미디어, 음악, 서적과 언론 등을 포함한다. 한편 ‘창조산업(Creative industries)’은 문화를 투입요소(input)로 사용하거나 문화적 차원(cultural dimension)을 갖지만, 그 결과물(output)은 대부분 기능적(functional)인 산업으로 정의하고 그 범주에 창의적 요소를 더 넓은 프로세스에 통합하는 건축과 디자인뿐 아니라 그래픽 디자인, 패션디자인, 광고 등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렇듯 국제사회에서는 ‘문화산업’ 영역에 ‘문화예술 일반’ 부문을 포괄하고 있으며, ‘문화예술 부문’은 문화산업과 창조산업으로 가치가 확장되는 시발점인 핵심영역에 존재한다는 점, 디지털 전환의 진전으로 ‘문화예술 부문’과 ‘문화산업 부문’의 경계가 급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에서도 문화예술 부문을 포함한 ‘문화예술산업(Arts & Cultural Industries)’이라는 새로운 산업 특수분류체계를 작성하고 이를 활용하여 그 규모와 산업 활동의 실태, 경제적 효과를 측정·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문화예술산업”은 UNESCO의 ‘문화산업’에 대한 정의를 준용하여 “문화적 표현(cultural expressions)을 내포하거나 구체화하거나 전달하는 특성, 용도, 목적을 갖는 문화예술 활동(activities) 및 그 결과물(art works), 상품(goods), 서비스(services)를 생산·유통하는 산업(양혜원·전진영, 2021)”으로 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예술산업 특수분류체계 개발 연구(양혜원·전진영, 2021)』는 국제기구, 해외 주요국의 분류체계에 대한 검토와 우리나라 문화예술산업 생태계의 현실과 특성을 고려하기 위해 관계자 및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다음과 같이 문화예술산업의 포괄영역과 특수분류(안)를 제시하였다.
〈표 1〉문화예술산업의 포괄영역
구분 | 정의 |
핵심문화예술산업 (Core Arts & Cultural Industry |
공연예술, 시각예술 및 공예, 문학, 시청각 및 상호작용 미디어, 그리고 문화예술 공통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지적·정신적·심미적·창조적 표현활동과 그 결과물의 창작·실연, 기획·제작·유통, 소비·향유 등과 이에 관련된 서비스를 하는 산업 |
문화예술 관련 산업 (related industry) |
그 기능이나 활동이 핵심문화예술산업의 생산, 유통 및 판매에 기여하는 산업 |
출처: 양혜원·전진영, 『문화예술산업 특수분류체계 개발 연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21.
〈표 2〉문화예술산업 특수분류(안)
구분 | 대분류 | 중분류 |
핵심문화 예술산업 |
공연예술 영역 | 공연예술 창작·실연업, 공연예술협회·단체, 공연예술 기획·제작·출판업, 공연시설 운영업, 공연예술 유통·판매업 |
시각예술 및 공예 영역 |
시각예술 및 공예 창작업, 시각예술 및 공예 협회·단체, 시각예술 및 공예 기획·제작업, 시각예술 및 공예 시설·공간 운영업, 시각예술 및 공예 유통·판매업 | |
문학 영역 | 문학 창작업, 문학 협회·단체, 문학 출판업, 문학 시설 운영업, 문학 유통·판매업 | |
시청각 및 상호작용 미디어 영역 | 만화·웹툰 창작·제작·유통업, 영화·애니메이션 창작·제작·유통업, 방송 창작·제작·유통업, 게임 창작·제작·유통업 | |
문화예술 공통영역 | 융복합 문화예술 창제작업, 문화예술 시설·공간 운영업, 문화예술 유통·판매업, 문화예술 교육 향유 서비스업, 문화예술 보존·아카이브업, 문화예술 지원서비스업 | |
문화예술 관련 산업 | 문화예술 공통영역 | 문화예술용품 및 장비업, 운송·보관업(문화예술 분야), 부동산 임대업 (문화예술 분야), F&B 운영업(문화예술 분야), 보험업(문화예술 분야), 법무 관련 서비스업(문화예술 분야) |
출처: 양혜원·전진영, 『문화예술산업 특수분류체계 개발 연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21.
여기에서 핵심문화예술산업의 대분류 영역 중 공연예술, 시각예술 및 공예, 문학 영역은 문화적 표현의 정수(essence)라 할 수 있는 전통적인 순수예술 부문(또는 기초예술 부문)으로 구성되며, 경제적 부가가치의 창출 여부보다는 예술성, 심미성, 독창성(창조성), 실험성과 같은 문화적 가치와 의미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 외의 문화예술산업 분야와 구별된다.
그리고 미디어와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디지털 기술 및 플랫폼과 결합한 창·제작과 유통, 향유와 소비가 크게 증가하고, 이에 따라 전통적인 순수예술 부문과 문화콘텐츠 부문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여 ‘시청각 및 상호작용 미디어 영역(Audio-visual & Interactive media domains)’을 하위 영역으로 포함했다. 또한, 최근 문화예술 분야의 장르 및 부문 간 경계 파괴 및 통섭적 교류의 확대로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장르와 분야를 넘나드는 다장르 예술, 융복합 예술의 확대가 진행되는 경향을 고려하여 공연예술, 시각예술 및 공예, 문학, 시청각·상호작용 미디어 영역 중 2개 이상의 영역에 걸쳐 있거나(multi domains), 여러 개의 영역이 복합되어 영역을 특정하기 어려운 문화예술산업 영역(Transversal domains)을 ‘문화예술 공통영역(common domains)’으로 문화예술산업의 하위영역에 추가하였다.
핵심문화예술산업의 중분류 체계는 해당 산업의 문화적 기능(Cultural Function)에 따라 “ⅰ) 창작·실연업 ⅱ) 기획·제작·출판업 ⅲ) 시설·공간 운영업 ⅳ) 유통·판매업 ⅴ) 교육·향유 서비스업 ⅵ) 보존·아카이브업 ⅶ) 지원서비스업”으로 구분하여 ‘창작(Creation)-실연(Performing)-제작(Producing)-유통(Distribution), 소비(Consumption)-향유(Enjoyment)-교육(Education)’과 같은 문화예술산업 활동과 결과물의 전반적 흐름을 포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마지막으로 문화예술 관련 산업은 핵심문화예술산업의 투입요소(input) 또는 인프라(infrastructure)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서 후방연관산업(rear industries, downstream industries)과 관련이 있으며 핵심문화예술산업이 활발하게 작동하기 위한 토양이 되는 동시에, 핵심문화예술산업과 동반성장산업의 성격을 띤다고 하겠다.
문화예술산업 특수분류체계 개발의 근본적인 목적은 ‘문화예술산업’의 규모와 산업활동의 실태, 그리고 그 경제적 효과를 파악하는 데 있다. 따라서 문화예술산업 특수분류(안)은 『(가칭) 문화예술사업체 실태조사』를 위한 조사 모집단 설계, 조사 내용의 설계, 조사 결과의 분석에 우선적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 특히 문화예술산업 특수분류와 한국표준산업분류와의 연계표를 통해 현재 통계청에서 수행하는 『전국사업체조사』의 조사 결과(원자료)를 활용하여 ‘문화예술사업체 실태조사’의 조사 모집단을 설계할 경우 문화예술산업 부문의 대표성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존에 추진되고 있는 공연, 미술, 문학 분야 실태조사 및 시장정보시스템의 보완과 개선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문화예술산업 특수분류는 문화 위성 계정(Cultural Satellite Account)의 구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은 국립예술기금(NEA, 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과 경제분석국(Bureau of Economic Analysis)이 협력하여 ‘문화예술 생산 위성 계정(ACPSA, Arts and Cultural Production Satellite Account)’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통계분석을 하여 예술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국가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한국 또한 문화예술산업 특수분류체계가 마련되면 이를 활용하여 문화예술 생산 계정의 구축과 이를 통한 문화예술산업 분야의 경제적 효과를 파악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양혜원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정책연구실 연구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예술정책연구실장을 역임했으며 다양한 범주의 문화 및 예술정책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예술이란 미적 형식을 통해 진실을 드러내 보이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며, 정책과 예술 현장의 매개를 통해 그 작업에 동참하고자 한다.
이메일
예술경영 479호_2022.03.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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