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보는예술시장] 1980년과 비교해 본 작품가격 변동
김윤섭 _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 미술평론가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 물가 때문에 아우성이다. 이전 기록을 볼 때 1980~1985년경에도 굉장한 물가 상승률로 서민들은 큰 고초를 당해야만 했다. 2차 오일쇼크의 영향이었다. 그 이후로도 취사용 LPG, 등유 등 실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의 가격상승은 멈추지 않고 있다. 1975년을 기준으로 할 때 등유 가격은 현재 20배에 이를 정도이다. 서민들의 애환을 담은 담배, 맥주, 소주 값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다. 맥주는 1975년 대비 4배, 소주는 9배가 인상됐다.
통계청의 '2006 한국의 사회지표'를 참조하면, 근로자 평균월급이 1980년 50만 원 선에서 최근 250만 원 선으로 약 5배 이상 올랐다고 한다. 물론 그에 따른 주변의 물가 상승도 만만치 않다. 대학 등록금이 10배, 라면 값은 8.5배, 지하철 요금 8배, 버스비 6.7배 등 모두 월급 상승률보다 웃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국민 1인당 소득은 약 12배가 증가했다고 하니, 전반적인 국가 경제력은 크게 향상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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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1980년 vs 2009년 물가변동 비교 |
서양화 가격 상승폭, 애호가층 넓어져
그렇다면 미술시장의 작품가격은 어떨까? 흔히 미술경기는 실물경기 다음으로 여긴다.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눈요기로 미술품을 산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상대적으로 미술품을 직접 구매하거나 향유하는 계층은 중산층이 아니다. 일상의 장식용 소모품 그림이 아니라면 대개의 작품 값은 웬만한 근로자 월급 그 이상을 지출해야만 한다. 때문에 '미술의 감상이나 향유'는 대중화가 될 수 있어도, '미술품의 소유나 소장'이 대중화가 될 수 없는 이유도 그것이다.
1980년과 2009년 약 30년 사이 작품가격의 변화를 살펴보면 무척 흥미롭다. 개인이나 장르간의 변화폭이 큰 차이를 보인다. 평균적으로 서양화 장르가 한국화에 비해 값이 10배 이상 증가했으며, 선호도 면에서도 훨씬 폭넓게 형성된 것으로 나타난다. 가령 작고작가를 예로 볼 때 소정 변관식의 반절(약 20호) 크기는 600만 원에서 1800만 원, 운보 김기창의 호당 가격은 25만원에서 150만원으로 각각 3~5배 증가했다. 반면 서양화의 박수근은 호당 300만원에서 3억 5천만 원으로 약 120배, 이중섭은 250만 원에서 2억 원 이상으로 약 90배, 도상봉은 30만 원에서 1500만 원으로 약 50배 증가해 큰 격차를 보였다.
하지만 일부 현역작가를 살펴보면 장르에 상관없이 개인편차가 심하다. 원로 한국화가 서세옥은 호당 15만 원에서 75만 원 선으로 5배가 증가한데 비해, 원로 서양화가 권옥연은 호당 25만원 에서 약 500만 원으로 20배 증가해 여전히 장르별 우세를 유지한다. 그러나 장르나 연령 구분 없이 증가율의 최고기록은 원로 한국화가 천경자의 몫이다. 80년 당시 호당 20만 원 하던 것이 지금은 1억 원에 육박해 400~500배라는 놀라운 상승폭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통계표로 본다면 80년 당시엔 한국화 가격이 서양화에 비해 최소 2배에서 최대 20배 높았던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그 시점을 기준으로 미술시장의 장르 선호도가 서양화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어졌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최근엔 퓨전장르가 득세하면서 두 장르의 경계 역시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단위 : 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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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2] 1980년 vs 2009년 작품가격 변동 비교 정리: 한국미술경영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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