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보는예술시장] 메이저 경매와 아트페어
김윤섭 _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 미술평론가
최근 국제 미술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아트페어와 경매이다. 아트페어가 양질의 작품을 쏟아내며 새로운 수요자를 끊임없이 창출한다면, 경매는 기존 컬렉터의 소장품 재판매를 도와 다시 시장에 나설 수 있는 동기를 불어넣는 셈이다. 이 둘은 주변의 경기변화에 매우 민감하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요즘 들어 주가지수 등 핑크빛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마른 샘에 물 고이듯 빈 지갑이 조금씩 충전되고 있다. 과연 이런 호재는 미술시장에 어떤 변화들을 일으킬까? 얼마 전 끝마친 가을 메이저 경매와 아트페어 결과를 통해 전망해 보자.
키아프, 악재에도 불구 일반 수요자 참여 늘어
먼저 며칠 전 끝난 국내 최대 규모 '2009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이하 키아프)의 결과는 많은 점을 시사한다. 관람객 5만6천 명과 작품 판매액 약 136억 원. 비록 대외적으론 예년에 비해 관람객과 판매액이 각각 약 5천 명과 4억 원 가량 감소했다고 우려한다. 그도 그럴 것이 2002년 1만8천명, 7억 3천만 원으로 출발한 이후 꾸준히 늘어 정점이었던 2007년 6만 4천 명과 175억 원에 비한다면 실망스런 성적이다. 그러나 속사정을 찬찬히 살피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번 키아프엔 몇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우선 행사 직전 대통령 서거와 신종플루 감염 확산 등 악재가 산재해 있었음에도 단 5일간 5만5천명을 훌쩍 넘겼다는 것은 분명 선방이었다. 또한 올해 주빈국이었던 인도의 화랑이 단 2곳밖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은 매출액 감소의 주된 요인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매출 규모는 액면가 그대로 순수 일반 판매액이란 얘기이다. "고가 작품 판매는 줄었지만 저가 작품 고객은 오히려 늘어났다"는 키아프 사무국의 의견에 비춰볼 때, 140억 원에 육박하는 판매 액수는 결코 쉽게 넘겨 볼 규모가 아니다. 결국 그만큼 예년에 비해 일반 수요자들의 관심과 시장참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투자 신중, 양질의 작품에 몰려
미술시장의 혈색이 밝아질 조짐은 얼마 전부터 감지되었다. 바로 하반기 가을 메이저 경매부터였다. 양대 경매사 중에 서울옥션이 9월15일 60%대 낙찰률에 낙찰총액 35억 3천만 원으로 먼저 테이프를 끊었다. 그 다음날 K옥션은 낙찰률 73%에 낙찰총액 71억 원으로 큰 호조를 띠었다. 경매 결과를 살펴보면 투자자들이 눈에 띠게 신중해진 반면, 양질의 작품에는 예외 없이 몰려드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박수근 김환기 장욱진 이대원, 이우환, 천경자, 김종학, 오치균, 김창열 등의 작고 작가와 원로 중진 작가 중심의 블루칩 작가군, 이동기, 이호련, 세오, 권기수, 윤기원 등 젊은 유망작가인 옐로칩 작가군이 큰 활약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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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2009년 9월 서울옥션 vs K옥션 경매결과 비교 |
※ 분야별 낙찰 최고가 작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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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눈길을 끈 것은 양사 모두 박수근의 공백을 대신해 내세웠던 주요 작가들의 선전이었다. 작고 작가 김환기를 비롯해 장욱진, 남관, 이대원, 생존작가 중에 천경자, 김창열, 이우환, 김종학 등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K옥션에서 기존의 불패신화 명성을 이은 천경자 화백의 작품 <초원Ⅱ>(105.5×130cm, 종이에 채색, 1978)은 12억원에 새 주인을 만났다.
한국화 고미술 회복세
이에 못지않게 한국화와 고미술의 회복세도 놓치지 말아야 할 관전 포인트이다. K옥션의 운보 김기창(<봉래산> 낙찰가 2100만원)과 내고 박생광(<용> 낙찰가 4200만원), 서울옥션의 추사 김정희(<시고詩稿> 1600만원)와 해공 신익희(<서간> 730만원) 등은 추정가 몇 배를 훌쩍 넘어섰다. 이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었던 한국화나 전통 고미술 장르에도 점차 관심도가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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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2] 주요작가 경매결과 분석 |
시장의 흐름은 분위기가 만들지만, 그 분위기를 조율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미술시장도 이제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뭉칫돈에 기대던 과거와는 달리, 수준 높은 전시와 양질의 작품을 직접 찾아 현장에 나서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이렇듯 각기 다양한 감성과 기호를 앞세운 미술애호가 층이야말로 우리 미술시장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 초석이 될 것이다. 미술계 역시 '귀한 손님'을 맞을 채비와 자구책 마련에 더욱 매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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