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보는예술시장] ‘브로드웨이 쇼 공연의 영향요인’
안성아 _ 추계예술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장
히트송 사이언스는 (gee)가 히트할 줄 알고 있었다
얼마 전 SBS에서 <히트곡의 비밀>이라는 스페셜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미국의 뮤직 인텔리전스 솔루션(Music Intelligence Solution)사 개발한 '히트송 사이언스(Hit Song Science)'라는 기술을 소개하였는데, 이는 새로운 음악의 리듬, 박자 등 음악적 요소들을 분석해 히트 정도를 예측하는 시스템이었다. 신인이었던 노라 존스(Norah Jones) 데뷔곡의 히트를 예측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많은 미국의 인기가수들이 신곡을 내기 전 이 기술을 이용한다고 한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소녀시대의 (gee), 원더걸스의 <텔미>,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등 국내 유명 가요들을 이 시스템에 넣어 보았고, 그 예측결과는 실제 히트정도와 잘 맞아 떨어졌다.
흥행과 공연 특성의 상관관계
(gee)
미국 공연 분야에서도 흥행요인을 밝히고 이를 예측하려는 모델을 시도가 연구가 있다. '히트송 사이언스'가 음악적 패턴(박자, 리듬 등)의 유사성을 가지고 히트를 예측했다면 레디(Reddy)와 그의 동료들이 1998년 발표한 연구 '브로드웨이 쇼 흥행의 영향요인 조사'(Exploring the Determinants of Broadway Show Success)는 공연의 박스오피스 데이터와 공연 특성 간 상관관계를 이용하여 흥행요인을 찾고자 하였다.
레디와 그의 동료들은 공연 흥행의 기준을 '상연기간'과 '총 관객수' 둘로 나누고, 각 결과변수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추정하였다. 영향요인으로 정보원이 되는 평론가의 비평, 프리뷰, 광고, 그리고 공연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티켓가격, 공연유형, 제작진, 개막시기 등을 포함하였다. 데이터는 80년대 초반과 90년대 초반 공연 142편을 사용하였고, 분석모델은 공연의 관객 수와 상영기간에 대한 두 개의 모형을 동시 추정하는 '2단계 모형'(two-equation model)을 채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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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흥행에 가장 영향력 있는 비평은 뉴욕타임즈
레디 모형의 분석결과 평론가의 비평이 매우 유의한 영향요인으로 나타났다. 공연은 보기 전에 품질을 알 수 없는 대표적인 경험재이므로 관객들은 공연에 대한 정보를 찾기 마련인데 그들은 비평을 중요한 정보원으로 삼고 있었다. 또한 같은 공연에 대한 비평이라 해도 매체(잡지)에 따라 그 효과가 달랐다. 예를 들면 [뉴욕타임즈]는 [뉴욕포스트]나 [데일리 뉴스]보다 약 2배 정도 박스오피스에 미치는 영향력이 컸다.
공연형태 중에는 뮤지컬이 흥행과 가장 관련 있었다. 뮤지컬은 브로드웨이에서 인기가 많고 최장기 자주 공연되는 장르인 만큼 다른 형태의 공연보다 더 오래 상연한다는 추정결과가 일리가 있어 보인다. 뮤지컬은 평균 제작비가 거의 천만 달러에 이르러 작품 선택이 매우 조심스럽지만, 한번 오픈하면 이 비용을 회수하고도 남을 만큼 오래 상연될 가능성이 큰 장점이 있다. 개막시기로는 3월이 공연의 상연기간에 정(+)의 영향을 미쳤다.
제작진 인지도는 전체 관객 수에 영향을 미쳤지만, 상연기간에는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스타성 있는 제작진이 공연 초반 마케팅에서 관객을 유인하기에는 좋으나 롱런하는 공연의 필수요소는 아님을 알 수 있다. 영화흥행 관련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 적이 있다. 안성아와 김태준의 연구(2003)는 영화 개봉 첫 주 배우나 감독과 같은 마케팅 요소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만, 상영 이후에는 영화의 품질만이 흥행 지속력에 중요한 영향요인임을 밝히고 있다. 또한 공연흥행에서의 이러한 결과는 초반에는 유명배우를 동원하지만 상연기간이 길어지면서 배우교체가 많이 일어나는 것도 한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광고 규모는 관객수와 상연기간 모형 둘 다 유의하게 영향을 미쳤고, 프리뷰는 총 관객 수에는 정의 영향을 미쳤지만 상연기간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프리뷰가 공연의 흥행에는 영향을 주지만 그것 때문에 오래가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
데이터가 경쟁력
서두에서 소개한 '히트송 사이언스'의 높은 적중률의 비밀은 내부에 쌓아둔 350만 곡의 음악 데이터베이스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최근 국내에서 영화 실제 데이터를 활용한 논문들이 많이 발표되는 것도 2000년 중반부터 극장전산망이라는 통합시스템을 통해 박스오피스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고 이 양질의 데이터를 공개한 것이 그 기반이 되었다.
국내 공연시장 데이터를 활용한 실증 연구들은 아직 많지 않은 것 같다. 그 이유를 묻는다면 단연 '요리할 재료'의 문제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가 정보를 만들고 정보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이다. 국내 공연산업도 데이터를 모으는 데 조금 더 관심을 가진다면 시장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많이 창출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공연에 관심이 많은 연구자들이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맛있게 요리할 재료를 찾고 있다.
참고문헌
안성아, 김태준「영화 개봉점유율과 관객감소율의 영향요인 분석 마케팅 연구」, 2003
Reddy, Swaminathan and Motley, 'Exploring the Determinants of Broadway Show Success',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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