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보는예술시장] 공연장 회원제 프로그램 설계
안성아 _ 추계예술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장
올 12월부터 '서울시향에서 정기공연 티켓을 판매한다'는 헤드라인의 기사가 떴다. 내년에 상연예정인 다수의 공연을 패키지로 묶어 서울시향 회원에게는 20~30%, 일반인에게는 10~20%의 할인 혜택을 주는 제도라고 하는데, 클래식 공연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회원제 프로그램 공연(Subscription Concert) 제도의 모체는 미국 예술단체에서 오랫동안 사용하여 온 회원제 프로그램(Subscription Program, 회원제 예약 프로그램)이다. 미국의 예술단체들은 시즌이 시작되기 전 해당 시즌에 상연할 모든 작품을 선정하고 여러 개의 공연을 묶어 할인가격에 판매하는 회원제 프로그램이라는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였고, 이는 전체 티켓판매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개막 전에 일 년치 티켓을 다양한 패키지로 판매함으로써 청중은 저렴한 가격에 좋은 자리를 구할 수 있고, 예술단체는 안정적으로 고객을 확보한 뒤 마케팅을 강화해 객석 점유율을 높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장점이 있다.
그러나 회원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마케터의 고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기공연제도를 만들 때 몇 개의 공연으로 패키지를 구성하면 좋을지, 할인율은 어느 정도가 적정할지, 관객마다 선호하는 패키지가 어떻게 다른지 등등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이 있다.
컨조인트 분석으로 프로그램 속성 중요도 파악
큐림(Currim)과 그의 동료들은 일찍이 공연시장의 회원제 프로그램 구성에 대해 관객들에게 직접 물어봄으로써 최적의 상품구성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비록 오래전 연구이기는 하지만, 현재 우리 공연시장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법론이기에 이번 기회에 소개하고자 한다.
큐림은 회원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속성으로, 실무자들과의 협의를 통해 공연장까지의 거리, 좌석선택 우선권, 프로그램에 포함된 공연 수, 티켓가격, 공연자 의 명성, 가격 할인율 등의 여섯 가지를 뽑았다. 분석방법은 이러한 6개 속성들로 구성된 여러 가지 상품 조합을 조사자에게 제시, 평가하게 한 후 이를 바탕으로 각 속성들의 중요도를 알아내는 컨조인트 분석(Conjoint Analysis)을 사용하였다. 조사는 스탠포드대학 내 공연 프로그램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우편설문으로 진행하였으며 총 281명의 응답이 분석에 사용되었다.
공연장 위치 따라 잠재시장 규모 달라져
컨조인트 분석 결과 전체 응답자들이 가장 중요한 속성으로 선택한 것은 '공연장까지의 거리'였다. 다음으로 '공연자의 명성'이 중요했고, '가격'과 '좌석우선권'이 그 다음 순위였다. '공연 수'와 '가격할인율'은 가장 마지막이었다.
무엇보다 '공연장까지의 거리'가 가장 중요한 속성으로 나왔다는 결과는, 공연장이 어느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가에 따라 잠재시장 규모가 달라짐을 말해준다. 설문대상을 보더라도 회원들 대부분은 스탠포드대학에서 자동차로 30분 이내 거리에 살고 있었다. 이는 거리상 먼 곳에서 개최하는 공연 프로그램은 아무리 좋아도 구매하기 어려움을 시사한다.
두 번째 재미있는 것은 '좌석우선권'이 가격할인보다 더 중요한 속성으로 선호된다는 점이다. 이는 회원제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으로, 가령 '좌석우선권 제공+가격할인 없음'으로 기획한 프로그램이 '좌석우선권 없음+가격할인30%' 프로그램보다 수요를 자극하는데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저자들은 소득에 따른 세분 시장별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선호하는 공연 수 및 소득수준에 따라 응답자를 6개 그룹으로 나누고 그룹별 속성에 대한 속성 중요도를 다시 추정하였다. 기대한대로 가격할인율은 저소득 그룹에서 중요도가 높았고, 고소득층은 할인율을 크게 개의치 않았다. 가격의 중요성 또한 (선호하는 공연 수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소득이 증가할수록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가격이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한 그룹은 3만 달러 이하의 저소득층(8개 공연 선호그룹)이었고, 43만 달러 이상 고소득층 그룹(5개 공연 선호그룹)에게 가격할인은 가장 덜 중요한 속성이었다. 결론적으로 티켓가격 전략은 소득이 다른 세분시장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관객은 어떤 프로그램을 원할까?
위 조사결과는 80년대 미국 어느 지역 공연장의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결과이다. 갑자기 2010년을 바라보는 대한민국 관객들은 공연프로그램에 대해 어떤 니즈와 요구를 가지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기획 단계 잠재고객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면 조금 더 매력적인 회원제 프로그램을 제시할 수 있지 않겠는가. 관객에게 물어보는 센스, 공연 마케터의 경쟁력이다.
출처
김민주 외,『컬덕시대의 문화 마케팅』서울문화재단, 2005
안광호, 임병훈 공저,『마케팅조사원론』(제4판), 학현사, 2006
연합뉴스, 「서울시향, 내년 정기공연 티켓 판매 개시」, 2009.11.18
Currim, Weinberg and Wittink(1981)「Design of Subscription Programs for a Performing Arts Series」Journal of Consumer Research. Vol.8. J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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