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보는예술시장] 성남시 사랑방문화클럽
안성아 _ 추계예술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장
인기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촬영 현장이었던 성남시에는 드라마처럼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문화클럽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은 3년 전이었다. 처음에는 이러한 모임이 존재하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 규모인지에 대해 성남문화재단도 필자가 소속한 연구팀도 반신반의한 채 조사가 시작되었다.
문화클럽이란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오프라인에서 정기적 모임을 가지는 동호회로 그 개념을 잡았다. 그러나 외부에 홍보하며 모이지 않기 때문에 동호회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사팀은 클럽들이 활동할 만한 공간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무작정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주로 공공기관과 주민시설을 뒤졌는데, 주민자치센터, 사회복지기관, 관공서, 공기업, 사회봉사단체, 문화시설, 아파트, 학교, 종교시설, 카페 등이 대상이 되었다.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를 찾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되었다.
우리 동네 '베토벤 바이러스' 찾기
어려운 조사과정 끝의 열매는 풍성했다. 확인된 클럽 수만 1,100개가 넘었고 문화프로그램 수도 2,000개에 가까웠다. 연구진은 심층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스포츠 및 종교관련 클럽을 제외하고) 접촉이 가능한 320개 클럽들에게 설문을 부탁하였다.
설문결과 문화클럽은 전문가들의 모임(27%)에서부터 취미를 공유하는 친목모임(34%)까지 여러 모습을 띄었다. 장르 면에서는 음악클럽이 25%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미술클럽이19%였다. 클럽의 주 구성원들은 학생(24%), 주부(19%), 직장인(32%) 등 각양각색이었고, 회원 연령대는 20대가 가장 많았지만 40, 50대 이상의 클럽도 20%가 넘었다. 모임횟수는 주1회 이상이 50%가 넘을 만큼 활발한 동호회가 많았다.
문화클럽 유형 : 친목클럽에서 공헌클럽까지
문화클럽의 주요 활동 및 관심사를 따라 유형을 분류해 보았다. 분류 기준은 '전문가에게 배우는 활동', '친목도모 활동', '정보/지식 교류활동', '활동결과 발표', '직업적 관심 정도', '타클럽과의 교류정도', '지역사회 기여정도' 등 7개 변수였고, 군집분석(cluster analysis)1)을 적용하여 4개의 집단으로 나누었다(그림 참조).
첫번째 군집은 친목도모를 위해 모이며 학습이나 대외적인 활동은 관심이 적은 특징을 보였다. 전체 23%를 차지하는 이 그룹은 학습보다는 친목이 목적이기 때문에 '친목클럽'이라고 이름 지었다. 두번째 군집은 전문가에게 배우고 정보를 교류하는 학습활동이 주를 이루고 있어 '배움클럽'이라고 하였다. 다른 커뮤니티와의 교류나 대외활동에 관심이 적은 배움클럽의 비중은 33%로 가장 높았다. 세번째 군집은 배우는 활동을 하면서 그 결과물을 발표하고 지역사회 기여하는데 관심이 있다. 이들은 '숙련클럽'이라고 명명하였다(19%). 마지막으로 네번째 군집은 친목과 정보교류, 발표회뿐 아니라 다른 커뮤니티와 교류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정도가 가장 높기에 '공헌클럽'이라고 하였다(24%). 공헌클럽은 모임이 시작된 시기가 가장 오래되었고 구성원 중 전문적 예술활동을 하는 회원들이 가장 많았다.
운영진의 리더십이 클럽 활동에 중요
이렇게 분류된 클럽들의 운영진 리더십이나 구성원 간 교류는 어떠할까? 각 군집의 운영진 리더십과 구성원들 간 커뮤니케이션 정도를 지수화 하여 비교해 보았다.
리더십이 가장 높은 클럽은 단연 공헌클럽이고 다음으로 숙련클럽이었다. 두 집단의 대외활동(지역사회 활동이나 발표회)이 가장 활발하다는 점에서 운영진의 리더십은 클럽 발전에 중요한 영향력을 끼침을 알 수 있다.
회원들의 교류 점수가 가장 높은 것도 공헌클럽이었다. 클럽 내에서 회원들 간 단합 및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많았고(수평적 문화) 회원들 간 위계질서(수직적 문화)가 가장 잘 정립되어 있었다. 반면 회원들의 교류가 가장 적은 군집은 배움클럽이다. 이들은 학습이 주 활동이기 때문에 구성원들 간 대화나 친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친목클럽에서 공헌클럽으로 발전 경로 보여
위의 군집들은 활동특성에 의한 분류이지만, 문화클럽 수명주기를 따라 발전하는 단계로도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처음에는 '친목'이나 '학습'의 목적을 위해 동호회 활동을 시작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자신들의 실력을 보여주고 지역사회를 위해 '기여'할 기회를 찾는 사례들이 많기 때문이다. 필자도 위 조사결과에 자극을 받아 라틴댄스 동호회에 가입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배우려고 모인 회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실력이 늘자 연말에 발표회를 가졌고 이를 계기로 지역 내 다른 클럽들과 교류가 싹트는 것을 보았다. 그렇다고 모든 클럽들이 이렇게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공간의 부족으로 때로는 정보의 부재로 클럽활동이 정체되거나 클럽이 아예 사라지기도 한다.
시민들의 문화 활동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때이다. 문화클럽은 시민 개인의 행복지수를 높인다는 점에서 소중한 문화적 자원이지만, 지역사회와 연결되고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된다면 그 존재는 더욱 빛날 것이다. 이를 위한 문화정책들이 발굴되고 문화클럽이 지역 공동체에 활력을 주는 사회적 자원으로 자리 잡아 가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성남시 사랑방문화클럽 실태 및 욕구조사」성남문화재단,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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