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보는예술시장] <아바타> 매출액과 미술시장
김윤섭 _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 미술평론가
온 세상이 '아바타 열풍'으로 들썩인다. <아바타>가 쏟아내는 온갖 기록과 뒷얘기는 더 이상 제임스 카메론 감독 개인의 영화나 성과가 아니다. 그 존재 자체가 혁명이며 새로운 역사로 기록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23일 드디어 38일 만에 외화 최초로 국내 관객 동원 1000만 명을 달성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북미 박스오피스 집계사이트 박스오피스모조닷컴에 따르면 지난 25일까지 전 세계 흥행 수익 18억 5,886만 6,889달러를 기록, 13년 전 카메론 감독 자신이 <타이타닉>으로 세운 18억4,287만9,955달러라는 흥행 수익 기록을 갈아치웠다. 참고로 국내 역대 최고 흥행작을 비교해보자. ('괄호'는 천만 명 달성 기한) <괴물> 1,301만 명(21일), <해운대> 1,139만 명(33일), <태극기 휘날리며> 1174만 명(39일), <왕의 남자> 1,230만 명(45일), <실미도> 1,108만 명(58일) 등이다.
<아바타>는 이 영화 한 편으로 얼마나 벌었을까? 이 영화는 역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인 4억 달러(4642억 원)를 쏟아 부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아바타>의 흥행 수입은 무려 2조 2,000여억 원을 넘었다. 이는 국내 최고급 승용차 에쿠스(7,000만 원 기준) 3만 1430대, 서울의 웬만한 30평형 아파트 4,400채를 구입할 수 있는 금액이다. 그리고 얼마 전 국내 순수 입장객 매출이 1,000억 원을 넘겨 영화 직배사인 20세기폭스는 통상 수익분배율(6:4)만 고려해도 이미 600억 원 이상을 확보한 셈이다. 또한 현재 전 세계 122개 국가 1만 6,000여개 상영관에서 상영 중이고, 차후 DVD, 주문형비디오(VOD), 비디오테이프, 인터넷TV, 캐릭터 게임 등 부가 판권을 감안한다면 매출 30억 달러(약 3조 5000억원)는 무난할 전망이다.
영화는 3차 서비스 산업에 속한다. 서비스 산업은 '만져지지 않는 무형의 형태로 소비자의 효용을 증가시켜 주는 속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사람의 능력'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예를 들어 작년 말 UAE 원전 수출사례의 경우 건설비 이외 추후 20년 동안 관리비 400억 달러를 더 받는 것은 바로 서비스 산업의 매력이자 위력인 셈이다. 이런 서비스 산업엔 대표적으로 금융, 교육, 회계, 의료, 통신, 엔터테인먼트 등이 속한다. 물론 미술장르도 포함된다. 보통 통계적으로 경제가 발전할수록 GDP의 서비스 산업비중이 점차 높아진다. OECD국가에선 대략 3/4을 차지한다고 한다. 그래서 '문화산업의 역량이 곧 국가 경쟁력'이란 비유가 설득력을 얻는 모양이다.
<아바타> 매출액, 한국 미술시장의 10배
얘기가 나온 김에 이번 <아바타> 영화 한 편과 우리 미술시장을 비교해보자. 현재 국내의 순수 미술시장 규모는 3,500~4,000억 원 정도로 본다. 그러니 <아바타> 한 편의 매출액이 OECD 국가 중 국민총생산 GDP 10위권인 한국의 미술시장 전체 규모의 10배라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 국내 최대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의 작년 한 해 매출액이 350억 원 정도라고 할 때, 영화 직배사 20세기폭스는 단 한 편을 한국에 들여온 수수료로 서울옥션 1년 매출의 2배를 벌어들였다는 것이다.
비교에 무리가 따르겠지만, 관람객 동원도 격세지감은 마찬가지. 이번 아바타의 관람료는 일반 영화 8,000원, 3D 영화 1만 3000원이었다. 보통 블록버스터급 전시의 성인 입장료도 비슷하다. 아바타가 38일 만에 1,000만 명을 넘겼다지만, 그동안 100만 명을 넘긴 전시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나마 선전한 전시들은 이렇다. 《불멸의 화가-반 고흐》전(2007.11.24~2008.3.16, 서울시립미술관)이 전시기간 100일 만에 82만 명 동원이 최고였다. 다음으로 약 5개월간 총 70만 명을 기록한 《색채의 마술사-샤갈》전, 《오르세미술관》전 47만명, 《초현실주의 거장-르네 마그리트》전 35만명, 《비엔나미술사박물관》전 25만 명 등이 뒤를 잇는다.
미술시장에서 그나마 대표적인 수익사업으로 알려진 대형 기획전의 흥행 성적표다. 평균 입장료 1만원으로 계산해도 수익은 뻔하다. 보통 한 전시를 들여오기 위해선 엄청난 로열티와 많게는 1조 원에 육박하는 보험가액을 감수해야 하며, 운송과 설치비나 진행경비 역시 만만치 않다. 그래서 많이 남아야 순수익 40억 원 내외가 고작이다.
오죽 답답했으면 '행복한 눈물'이 돈 벌어줬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까. 잘 알겠지만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행복한 눈물>은 당시 삼성이 비자금 86억 원으로 구입했다고 해서 세간에 큰 관심을 독차지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최소 200억 원은 충분히 넘을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니 이유야 어찌되었건 그림 단 한 점이 몇 년 만에 에쿠스 2,300여대를 수출해야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남겨준 셈이다. 물론 시간이 더 흐르면 흐를수록 그 수익도 더 높아질 것이다. 상대적으로 정부의 연간 총 문예진흥기금은 200억 원 정도이고(그나마 미술에 할당되는 액수는 아주 미비하다), 국립현대미술관의 1년 작품구입액 역시 50억 원 선으로 매우 열악하다.
앞에서 지금 우리는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 산업시대를 맞았다고 했다. 무형의 가치는 유형의 현물가치가 지닌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영화 <아바타>의 돌풍은 영화산업 이외의 다양한 분야에 수많은 과제와 비전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파울로 코엘료가 명저 『연금술사』에서 '행복은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라고 했듯, 그 아름다움을 현실에 구현하는 미술장르야말로 무궁한 비전을 품고 있다고 믿는다. 머지않아 '미술시장의 아바타 영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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