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제도읽기] 예술단체 법적 지위의 유형
김성규 _ 한미회계법인 대표
예술단체를 운영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1인이 주도할 수도 있고, 동인제와 같이 여러 명이 책임과 권리에 대한 지분을 나누어 운영할 수도 있다. 또 규모에 따라, 예술 활동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단체의 법적 지위라고 하면 민법상의 비영리 법인(사단법인, 재단법인), 영리법인(주식회사 등), 임의단체(개인사업자 포함)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전문예술법인ㆍ단체(문화예술진흥법)와 비영리민간단체(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는 법률상의 법적 지위와는 다른 개념으로 해당 정부 부처에서 필요에 따라 인정하는 개념이다.
예술단체의 법적 지위를 결정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개별 단체의 특성, 예술 활동의 특성, 그리고 법제도의 틀이라는 주어진 상황에서 오로지 한가지의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여러 가지 가능한 방법의 일장일단이 있어 그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이다. 정책, 지원제도, 예술시장의 관습 등 기타 개별적인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어느 단체든 꼭 고려해보아야 하는 일반적인 검토사항을 정리해보았다. 물론 이것은 참고자료일 뿐이며 실제로 한 단체가 법적 지위를 선택할 때에는 더 많은 요소와 각 요소들의 중요도를 판단해서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무슨 일을 하고자 하는가
단체의 유형을 결정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하고자 하는 사업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단체의 설립 목적이 비영리성이 강하다고 하면 비영리법인 또는 개인사업자를, 영리성이 강하다고 하면 영리법인 또는 개인사업자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강하다고 표현한 것은, 문화예술이라는 범주 자체가 영리와 비영리의 개념을 모두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사례에서는 딱히 영리라고 하기에도, 비영리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비영리사업이라 함은, 구성원 개개인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사업을 말한다. 그렇다고 반드시 공익을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비영리법인의 경우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은 언제나 그 사업목적의 수행에 충당되어야 하며, 어떠한 형식으로든지 구성원에게 분배해서는 안 된다. 즉 구성원들은 노동의 대가로 받는 급여 이외에는 법인에 아무리 돈이 많아도 개인들이 받아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익이 많이 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고, 구성원들이 그 이익을 받아갈 의향이 있다면 비영리법인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단체의 규모는
단체의 규모와 인원수가 단체의 유형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단체의 규모가 크고 인원수가 많다면 개인사업자보다는 법인을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단순하게 생각해서 단체의 규모가 크니까 또는 단체에 소속된 직원이나 단원이 많으니까 당연히 법인으로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아니다.
법인을 설립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자본을 출연해야 하고 등기비용이 발생하며 다양한 행정적인 업무가 발생하게 된다. 단체의 규모가 클수록 소요되는 비용은 증가하겠지만 비용에 대한 부담은 오히려 줄어들 것이다. 또 법인 설립에 따른 비용을 감당한다 하더라도 개인사업자보다는 대외적인 신뢰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비용 부담을 상쇄하는 장점이 있다.
또 단체의 규모가 크고 인원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의 조직 관리 능력이 필요로 하며, 그에 따라 일반적으로 이미 내부에 관리직 인원을 갖추고 있다는 것으로 법인화에 따른 추가적인 인력 소요가 거의 없을 것이다. 소규모단체에서 법인으로 운영한다면, 제때에 총회를 개최하고 여기저기 보고하고 등기 사항을 챙기는 것부터가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다.
재무 자료를 투명하게 신고할 수 있는가
필자가 문화예술계를 처음 접하면서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분들의 순수함과 진지함에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차츰 최소한 돈에 관해서는 투명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비리가 있다거나 부정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저 사람 참 괜찮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렇지가 않더라.' 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물어 보면 다 나름대로의 사연들이 있으며, 우리나라 다른 어떤 분야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니 그리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다만 문화예술계를 접하면서 혼자만의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일 것이다.
단체의 유형을 얘기하다 말고 갑자기 엉뚱한 데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사실 단체의 유형을 결정하는 요소로 단체의 투명성을 거론하는 것이 이상하긴 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어느 문화예술단체 또는 어느 기업이라도 투명하게 운영하여야 하며, 수익과 비용을 정확하게 신고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특히 IMF 이후 많이 개선이 되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지만 아직도 일부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단체의 유형과 관련하여 상담을 할 때 항상 이 부분을 질문을 하게 되고, 재무자료 특히 매출과 관련하여 투명하게 신고할 자신이 없으면 가급적 개인사업자를 권유한다. 왜냐하면 똑 같은 상황이더라도 개인사업자가 법인보다 노출이 안 되고, 세금을 추징당하더라도 개인사업자가 법인보다는 보통의 경우 절반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출연(출자) 가능한 금액이 얼마인가
하고자 하는 사업에 출연할 금액이 크면 클수록 단체의 유형으로 법인을 선택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법인의 유형은 사단법인, 재단법인, 주식회사 모두 가능하다. 만약 출연한 사람이 적당한 시기에 출연금을 회수할 의도가 있다면 주식회사를 선택하여야 할 것이다. 재단법인을 선택하고자 한다면, 출연금과 향후의 운영비를 추정해 보아야 한다. 재단법인에 출연한 금액은 기본재산이므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기본재산에 대한 운영수입(예를 들어 은행이자)으로 상당기간 동안의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것이 절대 조건은 아니지만, 재산을 토대로 성립한 재단법인의 경우 존속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그 정도의 충분한 출연금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사단법인을 설립하는 것을 검토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익과 그에 따른 세금
법인과 개인의 소득에 대하여 적용하는 세율이 다르며, 소득금액이 커지면 커질수록 법인세보다는 소득세가 세금이 더 많이 계산된다. 그렇기 때문에 단체의 이익이 커진다고 예상이 되면 세금 면에서 법인이 개인사업자보다 유리한 점이 있다. 그러나 추가적으로 고려할 것이 있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대표자의 급여는 단체의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단체의 소득으로 합쳐져서 소득세 계산을 하는 반면에, 법인의 경우 대표자는 급여에 대해서 개인 소득세를 내고, 대표자의 급여는 비용으로 인정받아 법인세 계산에서 고려가 된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이익을 출연자가 갖고 갈 경우 법인에서는 배당소득을 추가로 납부하여야 하는 부담이 있다. 또 한 가지 고려할 것은 법인의 경우 설립 시에 등록세 등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세금효과를 고려할 경우에는 대표자의 급여는 어느 정도에서 결정될 것인지, 자본금의 규모는 얼마인지 등을 복합적으로 검토해서 따져 보아야 한다.
지원금, 기부금의 비중
마지막으로 재원에서 기부금이나 지원금 등의 비중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많은 문화예술단체들이 지원금을 받고 있으며, 향후에는 기부금에 대한 의존도가 조금씩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 지원금을 받을 때에는 개인사업자보다는 법인이 더 유리할 것이다. 개인사업자보다는 법인이 아무래도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를 할 것이고, 지원금을 주는 쪽에서도 점점 법인을 선호하는 추세이다.
기부를 받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개인사업자보다는 법인이 유리할 것이다. 개인사업자는 대표자와 인격체가 동일하므로 개인사업자에 기부한다는 것은 곧 대표자에게 기부를 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상징적일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기부자에게는 같은 조건이라면 비영리법인으로 등기되어 있는 단체가 훨씬 선호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전문예술법인은 기부금 모집을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전문예술단체는 그렇지 못하다. 다만, 현행 제도상 주식회사도 전문예술법인이 될 수 있도록 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를 지정해 주는 기관에서 주식회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전문예술법인을 인정해 줄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지원금이나 기부금을 많이 받아야 하고, 받을 수 있다면 가급적 비영리법인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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