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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 아트프라이스'의 「2010 미술시장 보고서」(Art Market Trends 2010 보고서 보기) 는 각 분야에 대한 통계결과를 통해 급변하는 세계 미술시장의 새로운 기상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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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프라이스의 「2010 미술시장 보고서」
출처 아트프라이스 닷컴 |
우선, 미술시장이 경기변화에 더욱 민감해졌음을 확인하게 된다. 가령 세계 미술품경매사의 양대 축인 크리스티와 소더비의 2009년 이후 순수미술 분야 수입이 전년에 비해 50% 이상 감소했다는 것은 세계적인 경기불황지수와 직결된 결과임은 분명하다. 결국 자금의 흐름은 미술시장 내부가 아닌 철저하게 외부요인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둘째, 투자의 '안정성 추구' 욕구가 반영되었음을 볼 수 있다. 미술품 혹은 작가층의 구매추세에 있어 상위권을 차지한 것은 대개 클래식 성향이거나 기존의 검증된 작가들이다. 이는 시장이 불안정할 땐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성 유지나 점진적 발전을 꾀한다는 여느 경제투자 논리와 마찬가지인 셈이다. 데미안 허스트나 제프 쿤스처럼 2009년 말까지 세계 시장을 달궜던 현대미술 작가들의 성적이 크게 떨어진 반면, 자코메티나 모딜리아니, 피카소, 앤디워홀 등의 선전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셋째, 동서양 시장의 빠른 평준화 현상이다. 글로벌화의 속도는 점점 가속화 되고 있다. 세계 미술시장의 무게 중심이 뉴욕을 중심으로 한 미국이나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에서 아시아로 이동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예를 들어 홍콩시장이 규모에 비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놀라울 정도로 팽창되고 있다. 아마도 이는 중국 미술시장의 급성장에서 기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세계 15위 옥션회사 중 5개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 매출 규모 역시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 머지않아 세계 미술시장이 중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것이고, 지금이 바로 시장 재편의 과도기이자 진입기라고 여겨진다.
중국, 자국 내 든든한 미술시장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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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자면, 이번 통계발표로 중국의 비중이 확연해졌다는 점과 중국을 더욱 주시해야 한다는 사실의 확인이다. 중국의 급진적인 글로벌화는 누구도 거부할 수 없게 됐다. 경제, 정치, 사회를 망라해 전 방위적인 영향력은 고스란히 미술시장에서 재현되고 있다. 더욱이 이전에는 세계에 흩어진 화교 중심의 자본력에 의존했다면, 지금은 자국 내의 자본력도 그에 못지 않다는 것이다. 2010년 '중국 아트파워 100'에서 1위를 차지한 류이쳰&왕웨이 부부의 한 해 동안 미술품 구매액은 4천억 원이 넘는데, 이들은 중국 내 100대 부자에도 못 든다고 하니 미뤄 짐작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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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쟈더사계 경매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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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홍콩 크리스티의 경우 2010년 한 해 동안 유화와 현대미술품 경매의 거래액은 10억3천500만 홍콩달러한화 약 1,430억원에 달했다. 이는 시장이 가장 뜨거웠던 2007년 한 해 동안 달성했던 11억2천600만 홍콩달러에 버금가는 액수이다. 2009년의 6억7천200만 홍콩달러와 비교해 증가폭이 54%에 이른 것이다. 세계적인 불황을 비웃기라도 하듯 중국의 비상은 현재 진행형이다.
중국 미술시장은 최근 5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으며, 2007년 최고점과 2008년 하반기 금융위기 이후 2009년을 기점으로 또 다시 'V'형 급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미 최근의 발표에 의하면, 2010년 중국 미술품 시장의 거래액 비율이 23%로 34%인 미국에 이어 22%를 차지한 영국을 제치고 세계 2위로 부상했음을 알 수 있다. 2006년 4.2%로 프랑스보다 뒤쳐졌던 것을 감안하면 그 성장속도가 급진적이란 표현이 적합할 것이다. 또한 2010년 프랑스 아트프라이스 닷컴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순수 미술 작품(회화, 조각품, 판화, 영상미술, 설치미술)이 전 세계에서 차지한 비중이 33%에 달해, 처음으로 30%의 미국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랐다고 한다. 또한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19%, 5%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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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2010 순수미술 판매거래액
출처 아트프라이스 닷컴 |
이런 큰 변화는 중국 경제의 빠른 발전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중국 사회의 전반적인 수익증대를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더욱 중국 미술시장이 주목되는 것이 트렌드에 민감한 현대미술의 의존도가 낮다는 점이다. 2010년 중국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시장 거래액이 가장 높았던 주요 분야는 중국서화다. 그 다음이 골동품이며, 유화와 현대미술의 비중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이는 중국의 시장은 이미 서양 중심의 흐름에 의존하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든든한 기반을 갖췄다는 점을 시사한다. 더욱이 자국은 물론 세계에 흩어진 화교의 엄청난 자금을 동시에 수혈 받고 있는 현실에서 앞으로 얼마나 어떻게 변모해갈 지는 섣불리 짐작할 수 없는 잠룡임에 분명하다는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아트프라이스의 「2010 미술시장 보고서」는 미술품 투자의 안정성 지향과 세계 미술시장의 무게중심이 중국 기점의 아시아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음을 확인해 주고 있다. 특히 세계의 이목이 점차 아시아로 집중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과제를 안겨준 셈이다. 더불어 최근 조금씩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국 미술시장이 좀 더 넓은 글로벌마켓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도록 응원해줄 시기임을 확인하자.
참고사이트
아트프라이스 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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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윤섭은 월간 [미술세계] 편집장과 월간 [아트프라이스] 편집이사, 문화체육관광부 국고지원사업 평가위원과 미술시장실태조사 공동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시립미술관 가격심의위원,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운영위원, 동국대 사회교육원 교수, 울산대 객원교수,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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