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제도Q&A] 청소년유해매체물 판정제도

위헌논란 사전심의, 복불복 사후심의 정책제도 Q&A

박경신 _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책제도 Q&A]는 공연, 시각 및 문화예술 전반의 정책제도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궁금증을 풀고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문화예술 관련 정책제도 중 궁금하신 사항을 독자엽서를 통해 질문해주시면 적극적으로 기획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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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유해매체물 판정제도는 국가가 성인은 자유롭게 향유할 수 있으나 청소년에게는 유해하므로 청소년은 향유하지 못하거나 향유하기 어렵도록 하는 제도를 말하며 주로 청소년보호법에 의해 규율된다. 이 글에서는 최근 판정제도에 의해 빚어진 음반심의위원회의 심의 논란에 대한 배경 및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심의제도의 범위와 내용

Q. 사전심의, 사후심의의 대상은 어떻게 구분되나요?


인터넷물, 간행물, 공연물, 음반, 방송물에 대해서는 유통이 시작된 후에 사후적으로 심의가 이루어지고, 영화, 비디오, 게임에 대해서는 사전적으로 심의가 이루어진다. 즉 영화와 비디오, 게임이 아닌 다른 매체물을 제작하는 사람은 심의기관에서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안심하고 있어도 된다는 이야기이다.

영화, 비디오, 게임 외에는 사전심의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첫째, 사전심의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각 매체물의 유통을 심의 전까지는 금지시켜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문화산업을 심대하게 마비시킬 것이고, 둘째, 사전심의를 위해서는 유통되는 매체물을 전부 다 심의해야 하는데 영화와 게임은 1년에 수백 편 정도이지만 유통량이 엄청난 다른 매체물들을 사전에 심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셋째, 국가기관에 의한 사전심의는 언제나 위헌논란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헌법재판소는 사전심의를 통해서 매체물의 유통 자체를 금지하지 않고 '청소년보호를 위한 유통제한만 하는 경우 합헌'이라고 판시하였지만, 청소년보호를 위한 유통제한이 실질적으로는 유통금지를 의미하는 경우가 있어 위헌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영화분야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도 현재 제한상영관이 없기 때문에 제한상영가 등급처분은 실질적인 유통불가를 의미한다.


Q. 청소년유해매체물로 판정을 받으면 어떤 제재나 의무를 부과받게 되나요?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이 되고 난 후에는 '청소년유해매체물임을 표시하고 포장할 의무'(법 제16조), '청소년유해매체물을 구분하고 격리하여 전시할 의무'(법 제18조), '청소년이 볼 수 있게 광고선전을 하지 아니할 의무'(법 제20조), '방송물의 경우 청소년보호시간에 방송하지 아니할 의무'(법 제19조)가 부과되고 결정적으로 '청소년에게 판매를 하지 않기 위해 구매자의 연령을 확인할 의무'(법 제17조)가 부과된다. 참고로 청소년보호시간대는 보통 오전 7시에 저녁 10시를 의미한다.

예술적 표현 규제에 대한 반발

Q. 예술가나 제작자의 입장에서 심의결정이 부당하다고 느낄 경우 어떻게 대처하면 되나요?


심의주체는 영화를 제외한 전 매체물을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사후심의를 하고, 다른 분야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송, 사후),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영화, 비디오, 사전), 간행물윤리심의위원회(출판물, 사후), 게임물등급위원회(게임, 사전)가 각각 분야별로 심의를 하는데, 청소년보호위원화나 분야별 심의기관 중 한 곳에서라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되면, 위의 법률상 의무가 모두 부과되는 중복적인 성격을 띤다. 영화와 비디오, 게임은 사전심의를 하기 때문에 유일하게 청소년보호위원회가 관여를 하지 않고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와 게임물등급위원회가 각각 독점적으로 심의를 한다. 즉 극장에서 상영하고자 하는 모든 영화는 사전제출 하도록 하여 극장상영 이전에 청소년유해판정에 따라 상영장소가 제한되고 게임도 출시되는 모든 제품을 사전제출하여 심의하도록 한다. 거꾸로 음반과 공연의 경우, 전문심의기관이 없는데 음반에 대해서는 청소년보호위원회에서 소위원회를 구성하여 사후심의를 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 음반심의위원회의 심의가 최근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자료 :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내 청소년유해매체물 검색 시스템

구분

지정시기

지정사유

관련기사

주문(동방신기)

2008.11

선정적 표현

"넌 내게 빠져:, "I got you under my skin"등

심야식당(보드카레인)

2011.2

유해익물

"한 모금의 맥주"등

그게 아니고(10cm)

2011.3

유해익물

"늦은 밤 내내 못자고 술이나 마시고 우는 게 아니고" 등

한잔의 추억(세시봉친구들)

2011.6

유해익물

"마시자 한 잔의 술"등

여자와 남자가 이별한 뒤에(여우비)

2011.6

유해익물

"추억은 가슴에 묻고서 가끔 술 한 잔에 그대 모습 비춰볼게요" 등

비가 오는 날엔(비스트)

2011.7

유해익물

"취했나봐 그만마셔야 될 것 같아" 등

 

자료 :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내 청소년유해매체물 검색 시스템
(최종검색일 : 2011.8.1) 참고 후 작성

음반제작사인 SM의 경우 자신들이 발매한 동방신기, SM더발라드 등의 음반이 청소년유해매체물 판정을 받자, 청소년보호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2009년 4월(동방신기)과 2011년 8월(SM더발라드)에 승소, 판정을 취소받은 바 있다. 행정기관의 유해판정은 SM의 사례처럼 사법부에 의해 번복될 수 있는 잠정적인 성격임에도, 행정기관의 판정부터 사법기관의 취소 사이의 기간 중, 음반에는 '19금' 딱지를 붙여 격리진열되어야 했고,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방송을 타지 못하는 것이다. 소송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의 경제적 손해에 앞서 그 기간 동안의 예술적 표현이 규제되어 있다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Q. 심의논란이 빈번하게 발생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행정기관이 유해식품 등을 지정하는 것은 유해식품은 곧바로 국민에게 물리적 피해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상이나 감정의 표현은 그 자체로 물리적 해악을 일으키지 않으며, 그것을 듣는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라 해악이 발생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일찍이 전 세계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표현의 자유보호 법리인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원칙에 따르면 '사람들로 가득 찬 극장에서 '불이야'라고 소리 지를 때' 나타나는 사람들의 반응만큼 명백하고 즉각적인 해악이 예견될 때만 표현물을 억제할 수 있다. 사실 모든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은 사물에 대한 변별력이 부족한 청소년의 의사결정과정을 교란시키고 현혹한다는 논리 아래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런데 청소년유해물 지정은 사물에 대한 변별력이 부족한 청소년의 의사결정과정을 교란시키고 현혹한다는 논리 아래 이루어지는 것으로,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의 원리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각 심의위원의 청소년관이나 교육철학에 따라 심의가 이루어지고 있고,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럴수록 다양한 청소년관과 교육철학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도록 절차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현재 청소년유해매체물 판정에서는 영화와 게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심의기관들이 매체물 작성자의 견해를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논란이 더욱 증폭되고 있지는 않은지 검토해 볼 일이다.



 
박경신 필자소개
박경신은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영화진흥위원회 국제법무 자문으로 활동 중이다. 『사진으로 보는 저작권, 초상권, 상표권 기타등등』의 저자이기도 하다. kyungsinpark@korea.ac.kr
 

 

 

weekly 예술경영 NO.145_2011.09.29 정보라이선스 정보공유라이선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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