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실한 상처의 기록
매끈한 해답은 찾아질 수 있을까
SpaceBA(대표 임도원/송요비, 이하 스페이스바)는 프로젝트 그룹 10 AAA와 함께 정의민 작가의 <-3.3> 개인전을 3월 2일부터 3월 15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정의민 작가(이하 작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답을 찾으려는 몸부림이라고 하겠다. 작품들은 나무와 에폭시*의 물성(物性)을 활용해 “존재하지만 非존재”하는 것 같은, 존재의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함’을 표현한다. 특히 작가는 누군가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자신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재료를 찾으려고 고심한 결과 나무를 선택했다.
* 에폭시: 제품을 만드는 주 재질로는 부적합하지만 수분과 날씨 변화에 잘 견디어 코딩용이나 접착제, 보호용 코팅 등에 많이 사용
“ 나무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보고 접할 수 있지만, 사람들은 나무의 존재를 스쳐지나갈 뿐이에요. 나무의 존재가 드러나는 순간은 흩날리는 벚꽃처럼 우리 시선을 끄는 결과물을 내보일 때 뿐이죠. 결국 나무도 저처럼 존재하지만 非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해석되지 않는 뒷모습
<-3.3> 전시는 Blind 작업들을 포괄하는 너무나 정확한 명칭이다. 작가는 나무처럼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희뿌연 존재’를 표현하기 위해 마이너스 시력의 관념을 차용(借用)했다. 마이너스 시력의 이미지는 크게 두 가지를 내포한다. 하나는 평범하게 사용하는 마이너스 시력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란 것이다. 즉, 시력검사표에 표기된 마이너스는 근시를 의미하고 플러스는 원시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마이너스 시력이 근시를 의미한다면, 바로 ‘곁’에 존재하지만 뿌옇게 보이는 이미지, 즉 애매하게 존재하는 것 같은 자신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작가는 애매하게 존재하는 것들의 존재감을 표현하기 위해 에폭시를 활용했다. 나무에 에폭시 작업을 더해 나무에 불투명한 이미지를 덧씌었다. 결국 작가는 투명한 액체 속에 갇혀 누군가에게도 만져질 수 없으며 쉽게 비춰지지 않는 자신과 같은, 非존재의 모습을 나타내고자 하는 것이다.
마치 존재하지만 정작 자신은 보지 못하는 ‘뒷모습’처럼.
- 가능성의 나무에 물주기
작품 <Blind-Ⅰ>(2019)은 거꾸로 매달린 나무에서 오는 직관적인 불안감에 더하여, 나무의 뿌리를 에폭시로 고정하여 ‘뿌리’라는 불안함의 ‘근원’이 불투명한 틀 안에 있기에 해소될 수 없는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작픔 <Blind-Ⅱ>(2019)은 똑바로 제대로, 정상적인 나무처럼 보이지만, 조각조각 각 층위가 나뉘어져 있다. 이는 작가 내면의 불안함을 환조**작업으로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즉, 없애려고 하면 오히려 더 불안해 지는 들끓는 불안을 보여준다. <Blind-Ⅲ>(2019)은 나무 가지 조각조각을 부조***작업을 통해 불안으로 분열된 자신을 퍼즐처럼 맞춰보려는 의지를 표현했다. 즉, 불안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다시 세상에 던져 넣기 용기를 내보기 위한 준비라고 할 수 있다. 불안에도 불구 전진해보려는 마음, 불안의 한 조각 만큼만이라도, 한 발짝 내딛어 보려는 작가의 발버둥이 느껴진다.
**대상을 완전히 삼차원성으로 구성하여, 그 주위를 돌아가며 만져볼 수 있도록 한 입체표현의 조각.
***평면상에 형상을 입체적으로 조각하는 조형기법.
<-3.3> 전시는 어쩌면 불안이라는 내면의 은밀한 동요(動搖)를 내면으로만 숨기다가 결국 상처가 돼버린 이전의 삶에서 나와, 그 불안한 상처를 품어버리는 용기를 내보고자 하는 한 발자국, 그 작은 행동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가 아닐까.
전시를 주최한 스페이스바는 현대미술작가와 기획자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예술단체로, 세운상가에 새로 들어선 세운 메이커스 큐브 2층에 위치하고 있다. ‘14년부터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활동한 스페이스바는 도시재생 사업 <다시, 세운> 뿐 아니라 현재 다양한 국제교류프로젝트와 도시와 사람, 시간과 공간, 그리고 기술과 노동에 관련된 프로젝트를 지원 및 협업하고, 예술인들의 활동을 위한 다양한 예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페이스바와 10AAA는 앞으로도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실험적 예술을 꿈꾸는 예술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 작가 발굴 및 전시 기획 ▲ 국제교류 ▲ 컨설팅 및 워크숍 ▲ 홍보 및 지원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PR 디렉터 미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