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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동작N] Since 1987 우리 동네 서점, 대륙서점

공모ㆍ기금ㆍ행사 내용
기간 2022-10-14~2022-10-14
주관 동작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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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22-10-14 조회수 470 작성자 동작문화재단



노량진역에서 출발하는 마을버스 2번이나 11번을 타고 성대전통시장 방향으로 가다 보면 ‘다음 정류장은 대륙서점입니다’라는 안내 방송을 듣게 된다. 서점이 버스 정류장 이름인 곳이 얼마나 될까? 1987년에 문을 연 상도동의 대륙서점은 마을버스가 다니기 시작한 순간부터 동네 정류장이 되었고 참고서, 다양한 서적, 문구, 인쇄 등 동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는 곳이었다. 


대륙서점은 1987년 개업 이후 35년 동안 두 차례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다. 2015년 가을, 대륙서점을 처음 운영하였던 책방 지기들이 더 이상 서점을 운영하기 어려워 사라질 위기에 처하였다가 상도동에 이사 온 신혼부부가 서점을 인수해 운영하게 되면서 첫 번째 위기를 넘겼고, 두 번째 위기는 2020년 코로나19가 시작되었던 해 가을, 바이러스로 서점 경영이 어려워져 성대골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던 동네 서점이 문을 닫을뻔했지만 동네에서 에너지전환 활동을 하던 단체가 서점을 인수하면서 서점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다.





2020년 8월 말에 서점을 시작하고 공간을 정리하면서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35년 전에 올린 간판을 새로 바꿀 것인가, 그대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시즌 3로 새롭게 단장된 서점 공간은 2014년 1월에 오픈 한 에너지 슈퍼마켓이 합쳐지며 ‘성대골 전환센터’라는 정체성이 추가되었다. 새롭게 부가된 공간의 특성을 이유로 간판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의견과 35년의 역사의 트레이드마크인 간판을 그대로 사용하자는 의견으로 갈렸다. 두 의견을 모두 수렴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기존 간판 아래, 새롭게 어닝을 설치하면서 ‘성대골 전환센터’라는 이름을 작게 새겼다.


대륙서점을 찾는 손님 중에는 참고서, 문제집, 각종 서적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색이 바랜 간판을 보고 학생들 문제집 등을 급하게 찾는 학부모 손님과 사전, 토정비결 책, 여행서적, 지도 등 각종 서적을 찾는 시니어 손님 등 '서점'이라는 간판과 그 안에 적힌 문구에 이끌려 방문하곤 한다. 아쉽게도 방문하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만큼 대륙서점에는 많은 서적이 비치되어있지는 않아 찾는 책이 없다고 하면 난감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 하신다. 


다양한 서적을 취급하는 대형 서점과는 달리 현재 대륙서점은 생태환경 도서들과 최근 이슈가 되는 도서 그리고 서점 지기 취향에 맞는 책들이 들어와 있다. 그 외 책들은 필요한 손님이 주문을 하면 하루 이틀 기다려 전달을 해드린다. 최근 동네 서점을 찾는 분들이 줄었지만 동네 서점의 어려움과 가치를 아는 손님들은 이런 대륙서점의 특색 있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대륙서점이 <성대골 전환센터>라는 타이틀과 함께 에너지 전환 운동을 펼치는 주요 공간으로 운영되면서 자체적으로 진행되는 강좌나 모임이 많아졌다. 강좌는 매달 1회 이상 진행이 되고 환경영화 상영도 분기별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지난 연말부터 ‘동네 서점에서 공부하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활동가, 작가 등을 섭외해 특강을 진행하고 있고 관련된 학습 모임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서울특별시 교육청 산하의 동작도서관과 콜라보로 진행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인데, 이 사업은 매년 5번의 강좌, 2번의 영화 상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매번 50여 명의 신청자가 접수되면서 성황리에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는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 프로젝트로 식량안보, 채식 생활, 제로 웨이스트 등의 주제로 책과 작가를 선정해 온라인이나 현장에서 만남을 갖고 있다.





최근에 가장 인기가 있었던 바느질 모임은 서점을 자주 오가는 동네 청년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림을 그리는 청년은 손재주가 좋았다. 할머니의 영향인 듯하다며 할머니 자랑과 함께 자신의 재능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예뻤다. 서점이 가진 이미지에 맞게 헌 옷이나 자투리 실을 모아 쓸만한 물건을 만드는 업사이클링을 해보기로 했다. 모임을 알리자 순식간에 10명의 신청자가 들어왔고 해 질 무렵 6시에 모여 각자 가져온 헌 옷들을 펼치고 뭘 만들지 궁리를 했다. 책 커버, 노트북 파우치, 핸드폰 주머니 등 아이디어를 내고 재봉틀을 가져와 본격적인 리폼 작업이 이루어졌다. 손은 분주히 일하고 입은 신나서 재잘재잘 쉴 틈이 없었다. 






서점은 마을학교 역할도 하게 되었다. 도담도담 마을학교 프로젝트는 에너지전환학교, 제로 웨이스트 학교, 채식 생활학교로 구성되었고 동네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이 참여하여 마을활동가들과 함께 체험활동을 한다. 책을 선정해서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햇볕 좋은 날에는 태양열로 조리 가능한 솔라 진공관 오븐으로 감자를 구워 나눠먹기도 한다. 성대전통시장에서 <비닐봉지 일몰제> 캠페인도 하고 시장에서 장을 봐 채식 요리를 만들어 보기도 한다.







1987년에 오픈한 서점은 세 번째 운영진에 의해 시즌 3를 보내고 있다.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과 같은 플랫폼 사이에서 작은 동네 서점이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대륙서점은 아이들이 크는 동네에 서점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1세대 책방 지기들의 뜻을 받아 동네의 정류장으로, 배움이 있는 공간으로, 또 서점으로 문을 닫기 전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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