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와 소통을 즐기는 사람 - 축제기획자
황혜신(과천한마당축제 기획팀)
프랑스의 거리극 공연단체 *Royal de Luxe(흐와이얄 드 뤽스)는 “시간여행을 위한 코끼리를 탄 인도 술탄의 방문(La visite du sultan des Indes sur son éléphant à voyager dans le temps)이란 긴 제목의 공연에서 도시 전체를 무대로 대형 빌딩만큼이나 커다란 코끼리와 아이를 등장시킨다. 몇일이 걸리는 준비 기간을 통해 도시 전체는 무대가 되고 나아가 축제의 장이 된다. 공연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관련 기사에 의하면 공연을 보았던 관객들, 즉 대부분이 공연이 이루어졌던 도시의 거주자들인 관객들은 공연이 끝나면 어른들도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그들이 눈물을 흘리는 이유가 집채보다 큰 코끼리를 더 이상 보지 못하기 때문일까? 그들의 눈물은 그들이 잠시나마 함께했던 상상력, 즉 꿈이 사라지는 상실감에 의한 것이리라. 사람들에게 축제의 의미는 무엇일까? 방문객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든 다른 기대를 가지고 축제의 장소로 모여들 것이다. 마음을 울리는 공연을 관람하고자 하는 사람, 축제의 다양한 행사들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여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 보고자 하는 활동가, 열기가 넘치는 축제 현장의 분위기에 물씬 취해보고자 분위기파...... 어떤 목적을 가지고 축제를 방문하던지 이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아무래도 “지리하고 때로는 고달프기까지 한 일상으로의 소박한 일탈”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즉 축제는 잃어버리거나 잊고 있었던 꿈을 잠시나마 찾게 하는 용인된 일탈의 장이라고 본다. 고로 축제 기획자는 일상이란 틀을 벗어나는 일탈을 축제라는 틀 안에 치밀하게 만들어 내는 조직책인 것이다. 능력 있는 축제 기획자가 되기 위해서는 축제가 이루어지는 지역, 공연·예술 작품과 같은 단위행사 혹은 아이템들에 대한 이해와 이를 프로그래밍하고 실현시킬 수 있는 전문성 등의 테크니컬한 능력과 성실함, 책임감과 같은 덕목 등이 필수조건이다. 하지만 진심어린 축제 기획자는 무엇보다도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를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 축제이든 공연예술 축제이든 모든 축제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지고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사람들로 이루어진다. 즉 축제에 참여하는 방문객, 공연을 제작하는 아티스트 혹은 이벤트를 만드는 단체, 자원봉사자 등 여러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로 인하여 축제는 구성되고, 기획자는 그들이 적당한 시간과 장소, 컨텐츠로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마치 모자이크화의 아교처럼. 그러니 다양한 사람들과의 소통이나 관계 맺기에 능하고 또 이를 즐기지 않는다면 축제는 갈 방향을 잃을 테고 기획자 스스로에게도 얼마나 고된 일이 될까? 이는 나 역시 늘 자문하고 고민하는 질문이다. 축제의 의미와 기획자의 몫에 대해서 너무나 뻔한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이야기를 꺼내 버린 것 같지만, 축제 기획자로서 늘 고민해야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축제의 의미와 기획자의 몫에 대해 진심으로 충실하고자 한다면,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의 고질적이고 현실적인 고민거리들, 예를 들자면 축제의 정체성 수립이나 방문객들의 참여방법, 양질의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 방문객수와 같은 문제들은 그 답이 보일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Royal de Luxe 극단은 1979년에 창단하여 독특한 기계제작과 자유로운 상상력 그리고 도시 전체를 무대화하는 대형 퍼레이드 공연으로 프랑스의 거리극 역사의 상징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극단이다.
필자약력: 필자 황혜신은 영국 The Liverpool Institute for Performing Arts를 졸업했고 베세토연극제,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조직위원회 등을 거쳐, 현재 과천한마당축제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