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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예술경영의 전문성을 바라보는 한 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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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7-09-07 조회수 2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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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당신은 예술현장의 전문가입니까? 당신은 예술현장의 전문가입니까?

예술경영의 전문성을 바라보는 한 가지 시선

이승렬(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

노동경제학을 전공한 필자가 2년 전인 2005년에 문화예술분야의 기획경영 전문 인력을 연구하는 기회를 얻었던 것은 지금도 소중한 경험으로 여기고 있다. 아마 이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던 계기는 이들 인력이 문화예술분야에서 활동하는 주체들 가운데 필자의 연구대상에 가장 가까운 존재라는 점이었을 것이다. 이 말을 바꿔본다면, 기획경영 전문 인력이야말로 문화예술과 관련이 없는 분야와의 경계가 가장 낮아 인력이 쉽게 들어오기도 나가기도 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문화예술분야에 종사하는 기획경영 전문 인력(이제부터 이를 예술경영인력이라 하기로 한다)의 ‘전문성’이란 무엇일까? 문화예술과 관련이 없는 분야에서 경력을 갖춘 인재가 예술경영인력이 될 수 있다고 한다면, 예술을 이해하고, 나름대로의 능력을 갖춘 이른바 ‘예술성’은 이들의 전문성을 구성하는 요소라 보기 힘든 것인가? 오로지 홍보나 마케팅, 회계 등의 기술적인 역량을 이들의 전문성이라 하여야 하는가? 예술경영인력의 전문성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예술경영인력은 어떠한 사람들로 구성되는가를 먼저 논의하여야 할 것이다. 2005년의 연구에서는 예술현장이나 해외 그리고 몇몇 연구서나 논문에서 일컬어지는 예술경영관련 직무를 수집, 분류하였다. 이들 분류를 100명 정도의 예술경영인력 종사자에게 제시하여 자신이 담당하는 직무를 표기하도록 하자, 예상과는 달리 제시되었던 모든 직무가 우리의 예술현장에서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를 나열하면, 신규작품 기획, 대관행정, 외부작품 심사, 예술가 일정관리, 예술가 이슈관리, 마케팅 전략수립, 마케팅 활동성과 분석, 홍보계획수립 및 집행, 홍보물 제작관리, 계약관리, 고객관리, 출판물 관리, 홈페이지 관리, 매체관리, 회원관리, 협력기관 관리, 커뮤니케이션 관리, 무대 이슈관리, 인사관리, 조직관리, 교육기획 및 사후평가, 교육진행, 시설관리, 매?수표 관리, 예산계획 수립, 재원조성 업무, 회계관리, IT시스템 관리이다. 우리가 눈으로 보기에도 어떤 직무는 예술과 관련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또 어떤 직무는 예술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않고서는 수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짐작되기도 한다. 이 때문인지 연구를 진행하면서 만났던 기획자, 예술감독 등 기획경영 전문 인력이라 할 수 있는 분들 가운데 예술을 전공하지 않은 기획경영인력이 적지 않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들은 대학시절에 연극 등 예술활동에 참가한 경험이 있거나 독문학 등 예술에 가까운 학문을 전공한 경험이 있는 경우였다. 일부는 예술과는 동떨어진 세계에 있다가 우연한 기회로 공연예술기관의 경영관련 직무를 담당하는 분들도 있었다. 이러한 사실로 본다면, 예술경영의 전문성이 무엇일까를 정의하기란 더욱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게다가 전문성이란 질적(qualititive)인 속성을 지니고 있어 명확히 정의내리기도 쉽지 않다. 2005년 연구에서는 한 가지 대안으로 미국 O*NET의 KSA(Knowledge, Skill and Ability) 분석방법을 응용하여 예술경영인력의 전문성을 확인하여 보았다. 이 조사는 공동연구진이었던 이정현 교수(명지대학교 경영학부)가 담당하였으며, 조사 결과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스킬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볼 때, 예술경영 직무 간에 필요한 스킬의 수준이 커다란 차이를 보이지 않아 이들 직무는 유사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들 직무가 대체로 필요로 하는 스킬이라면 복잡한 문제 해결 스킬, 자원관리 스킬, 사회적 스킬을 들 수 있었다. 다음으로 능력이라는 측면을 보면, CEO와 홍보ㆍ마케팅에서는 인식능력이 중요하나 기획, 고객지원, 경영관리 등의 직무에서는 아이디어 생산능력이 중요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특히 CEO는 말하기, 말의 인식, 색 인식 등 감각능력도 상당히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 흥미롭다. 물론 기획 직무는 인식능력의 중요성도 높은 편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이처럼 인식능력과 아이디어 생산능력이야말로 예술경영인력이 갖추어야할 능력일 것이다. 셋째, 지식은 CEO와 경영관리 직무에서 상당히 필요한 요소임이 확인되었다. 이 가운데 순수예술이라는 지식은 모든 예술경영 직무에 공통으로 포함되면서도 기획, CEO, 고객관리에서 높은 편이었으나 경영관리와 홍보ㆍ마케팅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이처럼 예술경영 직무가 전문성의 면에서 공통되는 면을 지니면서도 스펙트럼과 같이 다양성도 존재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서 예술경영 직무 안에서 예술성이 강조되는 직무가 있는가 하면, 경영관련 스킬의 중요성이 높은 직무가 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예술경영인력이 다양한 전공분야 출신을 필요로 하고, 그렇게 충원되고 있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순수예술 지식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예술경영관련 직무에 필요한 스킬이나 능력, 지식을 갖춘 인력이 앞으로 예술경영인력에 종사할 가능성은 높은 것인가? 공연예술분야의 성장성을 염두에 둔다면, 긍정적인 견해를 가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정적인 견해도 무시하기가 어렵다. 현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로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07년 상용근로자 1인 이상의 사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평균 임금이 257만원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과연 이 수준의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공연예술기관이 어느 정도 있을까를 생각해본다면, 이 분야에 경영관련 스킬을 제대로 갖춘 인력이 유입될 것인지를 짐작하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지금까지 예술에 대한 열정을 가진 인재들로 기획경영분야의 직무를 채워왔다고 한다면, 현재의 간단치 않은 환경이 향후에도 이러한 열정의 소유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예술세계라 하더라도 외부와 단절될 수 없는 만큼 노동시장의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근거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낮은 대우가 예술경영인력의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고, 이에 따라 문화예술분야의 성장성이 담보되지 못하는 악순환의 사슬을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는 점은 공연예술분야를 조금이라도 아는 인사라면, 공감할 것이다. 정부가 2006년 말에 시작한 문화예술 기획경영 전문 인력 양성사업도 아마 이 일환이지 않을까 추측된다. 이 사업이 예술경영인력 노동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결코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궁극적인 해결은 주체인 이들 인력과 공연예술기관?단체의 능동적 대응에 달려있을 것이다. 예술이 낳는 가치의 수혜자라 할 수 있는 필자가 조금이라도 제갈량의 지혜를 보태지 못하는 사실이 그저 개탄스러울 뿐이다.

편집자주: O*NET: the Occupational Information Network 직업정보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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