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진욱 개인전 : 구체적인 이야기
"꽃이 좋아지면 나이가 든 것이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이 말이 문득 마음에 남았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더 흥미로웠다. "더 나이가 들면 야생화가 좋아진다." . 신기하고 화려한 것에 끌리던 젊은 시절을 지나, 단순하고 본질적인 아름다움에 마음을 두게 된다는 뜻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되는 것들. 도진욱 작가의 그림을 보면 이 말의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도진욱 작가는 꽃과 정물, 자연 등 일상에서 가까이 있는 것들을 그리는 화가이다. 그의 작업은 세밀하고 사실적이다. 하지만 단순히 대상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우리 주변의 익숙한 소재를 화려한 기교나 꾸밈없이 그저 "그린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간결하면서도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특히 그의 그림에서 돋보이는 요소는 배경이다. 극사실주의 회화는 종종 배경까지 세밀하게 묘사하는 경우가 많지만, 도진욱 작가는 배경을 과감히 단순화하거나 거칠게 처리한다. 이러한 배경은 꽃이라는 대상에 시선을 온전히 집중시키며, 그림 전체에 긴장감을 더한다. 이는 단순한 생략이 아니라, 꽃의 형상과 본질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한 의도적인 선택이다. 작품 제목으로 자주 등장하는 <상(狀)>. '형상'을 뜻하는 이 단어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되, 그 너머의 감각적이고 구조적인 본질을 드러내려는 그의 의도를 담고 있다. 그의 눈과 손을 거쳐 '그려진' 꽃은 단순한 대상의 재현이 아니다. 아름답기에 누구나 그리고 싶어하지만 동시에 가장 평범해서 독창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꽃. 2008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의 시간 동안 수많은 붓질과 땀방울로 피워낸 '도진욱의 꽃'은 자연의 일부를 넘어 작가의 독창적인 해석이 담긴 새로운 존재이다. 콜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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