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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전문성-열정과 지식, 익숙한 즐거움의 다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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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7-09-07 조회수 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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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당신은 예술현장의 전문가입니까? 당신은 예술현장의 전문가입니까?

전문성-열정과 지식, 익숙한 즐거움의 다른 이름

표미라 (재단법인 통영국제음악제)

공연장 안내를 시작으로 처음 공연이라는 것을 접하게 되었을 때, 그렇게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새로운 것, 더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맸던 건 아마도 내가 정말 공연을 좋아하고 그것을 넘어서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매번 공연을 볼 때마다, 그 보는 순간이 일하는 순간이어서 완벽하게 집중할 수는 없지만 모든 것을 잊고 그것에 완전히 몰입함으로써 내 자신을 찾아가는 느낌이었다. 그러했기에 공연장에 있는 내 모습이 그리고 공연과 함께 하는 내 모습이 가장 솔직한 내 모습이라고 믿어왔고, 그래서 공연분야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은 것이 나의 욕심이었다.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그것이 단순히 욕심만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님을 알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일본어. 어찌 보면 공연 쪽 일을 하기에는 너무나도 낯선 전공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전공이 일본어라고 말하면 늘 “그런데 어떻게 이쪽 일을 하시게 되셨어요?”라는 물음이 뒤따른다. 실제로 내가 일하고 있는 곳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스탭이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이다. 내가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힘든 점이 있다면, 악보를 보지 못하여 악장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과 악기 명을 숙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뿐임에도 불구하고, ‘전공’에서 가장 큰 차이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피아노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보는 거였는데……”라는 후회마저 들 때쯤이면, 서서히 다른 문제까지 겹쳐지기 시작한다. 공연이 좋아서 공연 쪽 일을 해보려고 시작했던 것이, 점점 영수증이나 보고서 양식과의 싸움 같은 행정업무에 시간을 빼앗기게 되고, 피아노며 악보며 악장은 그저 나를 스쳐가는 일상임을 느끼게 된다. 그 일상이 공연과 멀어지는 계기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까지 느끼면서……. 차라리 공부라도 하고 시작할 걸 하는 후회가 생겼을 때, 예술경영을 공부하고 경력도 좀 있는 선배에게 “선배, 선배는 전공도 예술경영이고 했으니, 어때요? 전공을 하고 시작하니 뭔가 달라요? 저도 대학원이라도 들어가 처음부터 시작할까 봐요.”라며 투정 아닌 투정을 부려 보았다. “전공? 글쎄, 그냥 이론이었지. 현실은 이렇게 다른데. 차라리 너처럼 실무를 먼저 익히고 공부하는 편히 더 나았을 것 같은데.” 라며 무심한 대답이 돌아온다. 그러나 그 무심함 속에서 일본어 전공자인 나도 이곳에서 그저 이방인으로만 여겨지진 않을 것 같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되었다. 어느 곳에서든 처음은 다 낯설지 아니한가? 익숙해지면 낯설다는 표현은 어느새 무색해지는 법. 그렇게 익숙해지다 보면 나도 어느새 전문인력으로서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을까? 자연스레 공연자들과 공연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고 그 대화에서 비판으로 이어갈 수 있으며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고 그것을 실제로 시험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예술경영 전문 인력의 능력이 아닐까? 그것이 물론 전공자에 비해 두 배의 노력이 든다 할지라도 그 두 배의 시간 속에서 얻어지는 즐거움 또한 무시 못 할 것이다. 예술경영? 너무 거창하다. 전문성? 그저 익숙해지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늦은 밤까지 영수증과 보고서를 가지고 씨름을 하다가도, 누군가가 부탁한 다음 공연을 위한 음악CD 만드는 일을 즐겁게 하고 있는 내 모습에서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취미활동이거나 여가 생활의 하나 일 수 있는 ‘음악’이 나에게는 일인 동시에 여가활동이고 취미활동이다. 늦은 밤 음악소리가 울리는 사무실에 혼자 앉아 영수증을 정리하고 보고서를 쓰다가도 고개를 들어 “어? 이게 무슨 악기의 소리지? 어? 이게 몇 악장이지? 어! 이건 저번에 들었던 교향악단과는 또 다른 느낌인데?”라고 생각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희미한 웃음을 떠올린다. 전공자가 아닌 나의 모습이 늘 바보 같다가도 그 바보 같은 모습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때마다 전문가의 길을 걷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타인과는 조금 다른 시선에서 바라볼 줄 아는 능력을 갖는 것, 항상 만족하지 않는 것. 좀 더 나은 것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는 것이 예술경영 전문 인력의 전문성이 아닐까? 아니 역시 전문성은 과장된 느낌이다. 그냥 능력이라고 하는 것이 더 잘 어울리는 표현인 듯하다. 어쨌든 그런 능력은 한 번에 얻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작은 구멍가게 음료수 영수증부터 이름 있는 공연장의 대관료 영수증까지 숱한 영수증을 다루면서, 하다못해 아주 쓸모없을 것만 같은 잡무일지라도 그것에서부터 틈틈이 새로운 지식을 쌓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당장 눈에 띄는 성공을 이루지 못하고 있더라도, 늘 영수증만 상대하고 있는 자신에 대해 회의감을 느낄지언정, 그래도 스스로 무언가에 빠져들고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차이가 있다. 그래서 내가 일하고 있는 곳에서 만큼은 아주 조금씩 전문성을 갖춰가고, 늘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찾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아마도 나는 그 즐거움 때문에 후회와 회의 속에서도 이 일을 계속해 나가고 있을 것 같다. 어디서든 즐거움은 필요하다. 그 즐거움을 찾아가는 길이 바로 나의 전문성을 높이는 길임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즐거움을 찾아가다보면 분명 내 위치가 보일 것이다. 그것이 아주 낮은 위치일지라도, 결국 나 자신이 사람들이 보고 감동을 느끼는 공연의 일부분이었음을 자각함으로써 위로를 받을 것이다.

필자약력

표미라 표미라 재단법인 통영국제음악제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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