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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예술경영 분야의 전문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전문적이지 않은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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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7-09-07 조회수 2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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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당신은 예술현장의 전문가입니까? 당신은 예술현장의 전문가입니까?

예술경영 분야의 전문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전문적이지 않은 대답, “밥상만 잘 차려도 좋겠다.”

김의숙((주)파임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언제쯤이면 완벽한 비즈니스우먼다운 모습을 보여 줄거니?"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짜증 섞인 한마디를 던진다. 복잡한 강남의 고층빌딩 주차장 어딘가에 얌전히 있어야 할 차를 삼십 분 넘게 찾느라 친구와의 소중한 점심시간을 망쳤다. 땀을 뻘뻘 흘리며 주차장 위아래 층을 찾아 헤매는 내 모습이 한심하고 짜증이 나 울고 싶은 심정에 친구의 지적까지 더해져 점점 더 스스로가 초라해진다. 놀라운 일이다. 내가 주차해 놓은 차도 못 찾는 정신으로 어떻게 수십 명이 함께 움직이는 공연제작을 하고 타인의 창작 활동을 돕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을까. 어쩌다 요행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기엔 십 수 년이란 세월이 너무 길지 않은가. 가방 안에 든 휴대폰과 열쇠를 찾는 데 소비하는 시간이 너무 길다고 느껴지는 요즘도 ‘매사에 정확하고 성격이 똑 부러지며, 호불호가 명확한 사람일 것’이라는 오해(!)를 받는 걸 보면 그럴싸하게 보이긴 한가보다. 이렇듯 어수룩함의 극치인 내가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동선을 설계하고, 끝없이 잔소리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기획되지 않아도 좋을 사적인 만남에서까지 첫째, 둘째를 꼽아가며 전체적인 윤곽은 이렇고, 디테일하게 따지면서 발생할 변수들은 저렇고 하며 저도 모르게 기획적 사고를 하다가 ‘직업병’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웃기도 한다. 예술경영인이 지녀야 할 전문성에 대해 글을 쓰려다보니,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내가 예술경영 전문가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사전을 찾아보니, ‘전문가(專門家)란,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 이란다. ‘상당한 지식과 경험’ 이라니, 막연하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 이런 일을 해야 하나, 하는 좌절과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방향을 잃은 듯 막막함을 친구로 삼고 있음에도, 지금 내가 해야 할 일과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대한 인식은 무서울 정도로 따라다니고 있으니, 적어도 예술경영인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내가 이 분야에서 나름 오랜 경험을 가진 ‘전문가’ 대우를 받다보니 -스스로 원하든 원하지 않든 - 후배들이 진지하게 상담을 요청해올 때가 있다. 언제고 이런 후배들의 진지한 얼굴 앞에서는 긴장하게 되고, 그들이 원하는 똑 떨어지는 대답 대신, 거꾸로 내 고민을 장황하게 털어놓는 경우가 더 많지만. 여하간, 되레 내 이야기를 들어야했던 후배들의 주된 상담 내용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지금, 무엇을 투자하여야 할 것인가. 이 질문은 대부분 학문적 진로에 대한 고민과 관련되어 있다. 상급학교 진학과 유학 중 어떤 것이 좋을지, 공부한다면 어떤 분야가 좋을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몇 가지의 노선을 정하는데 선배의 자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조직이나 이 분야에서 경험하는 불만스러운 현실이 미래에도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자신이 꿈꾸었던 것과는 다르게 현재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이 창의적이지도, 뚜렷한 비전이 보이지도 않으면서, 심지어 공들인 만큼의 보상조차 받지 못한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나에게 이 두 가지 질문은 같은 것으로 들린다. 사실 무슨 상담을 해도 대답은 비슷하다. 한마디로 하자면 ‘오늘이 없는 내일은 없다.’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건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한 달 후, 혹은 일 년 후에 본인이 하는 일 역시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학습의 필요성과 욕구가 어디에서 비롯됐을지 다시 생각해 보라. 오늘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한 것들을 채우길 원한다면, 미래를 위한 투자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지금 할 것들을 그냥 해라. 불행하게도 예술경영인은 구현되는 예술을 위해 그 어떤 것이라도 해야 하지만 그 자체가 예술이 되진 못한다. 그러면서도 성취된 예술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의 일이 누군가에게 눈에 띄어 인정받는 일은 드물다. 그러니, 끊임없이 스스로를 칭찬하라. 자신이 선택한 일에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타인들의 활동을 통해 내 존재감이 생기게 되는 이 일을 계속하기는 힘들다. 그러고 보니 공연제작과 마케팅 분야에서 내가 가진 ‘상당한 지식과 경험,’ 그 ‘전문성’이라는 것은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의 밥 챙기기에서 발현되는 것 같다. 함께 작업하는 모든 이들을 때 맞춰 잘 차려진 밥상 앞에 앉게 하는 일이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어수룩함의 대가인 내가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얼키설키 얽히는 속에서 나의 존재감이 느껴진다고 대견해하며 살아가는 것이 바로 그 비결이었다. 그래, 밥상만 잘 차려도 좋겠다. 필자약력

김의숙 김의숙 공연제작자, (주)파임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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