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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맥베스> 토론회 및 관객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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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8-07-15 조회수 3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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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맥베스> 토론회 및 관객과의 대화

 

<레이디 맥베스> 공연 둘째 날인 7월 12일, 한중 양국의 연극 평론가와 공연예술 관계자들, 관객들의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토론회에는 왕샤오잉(국가화극원 부원장)의 사회 아래 리춘시(중국희극가협회부주임), 딩루루(중앙희극학원 연출가 교수), 오수경(한양대학교 교수) 및 한태숙(레이디 맥베스 연출)과 출연진들이 함께 하였다. 특히 28년 전, 중국에서 처음 <맥베스>를 공연하여 연극계에 큰 영향을 끼친 쉬샤오중 중앙희극학원 전임 원장이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재해석하였다고 하나 이 작품은 재해석보다도 더 뛰어난 창조성을 가지고 있다’고 극찬하였다. 열띤 분위기 속에서 1시간 반 가량 계속된 토론회는, 2008 미트인베이징 한국공연예술주간의 일환으로 개최된 <집중 한국연극-삼인삼색>이 중국 연극인들에게 자극과 귀감이 될 것이라는 평가로 마무리되었다. 일시: 2008년 7월 12일(토) 20:40~22:10 장소: 북경 동방선봉극장 참석자: 왕샤오잉(국가화극원 부원장) 리춘시(연극평론가, 중국희극가협회부주임) 딩루루(중앙희극학원 연출과 교수) 오수경(연극평론가, 한양대학교 교수) 한태숙(레이디 맥베스 연출) 궁중의사 정동환, 레이디 맥베스 서주희, 음악 시종 원일, 움직임 시종 박호빈, 오브제 시종 이영란, 어린 시종 권겸민 한태숙(레이디 맥베스 연출): 훌륭한 극장에서 공연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협조가 원활히 이루어져서 공연이 순조롭게 이루어졌습니다. 극단 물리의 <레이디 맥베스>는 원작 <맥베스>의 전 막이 아닌, 맥베스 부인이 몽유 상태에서 자신의 죄의식을 느끼고 실체가 밝혀지는 5막 1장을 확대 해석하여 만든 작품입니다. 해를 거듭하면서 이 작품은 조금씩 발전하였고 오늘의 공연은 서울 공연하고 조금 다르게 이루어졌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아티스트인 안무가와 음악가가 참여하게 되어 기쁩니다. 딩루루(중앙희극학원 연출과 교수): 오늘 극장에 들어오자마자 <레이디 맥베스> 공연을 위해 새롭게 변신한 무대를 보고 동방선봉극장이 이렇게 변하였구나 하는 호기심이 생기었습니다. 무대를 보며 갖게 된 기대감처럼 공연을 본 후의 느낌도 좋았습니다. 라이브로 공연된 연주와 회화 등의 시청각적 요소가 강렬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이런 점이 이 공연의 매력이 아닌가 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어떤 형식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용을 더 잘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해하였습니다. 이러한 예술 형식 자체도 굉장히 높은 예술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연의 모든 효과들이 굉장히 강렬하였고, 이렇게 강렬한 공연을 연출하신 분이 여성일 거라고는 직접 뵙기 전에는 생각하지 못하였습니다. 연출자에게 몇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보면 맥베스 부인의 역할은 그리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특별히 맥베스 부인을 연출하게 된 것이 여성 연출가이기 때문인가요? 그리고 얼마 동안의 기간을 거쳐서 작품을 완성하였나요? 한국 관객이 <레이디 맥베스>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한국 공연 시 관객의 이해에 어려움이 있지는 않았는지요? 한태숙: <레이디 맥베스>는 이미 여러 차례 수상을 하였고, 한국 관객에게는 상당히 유명한 작품입니다. 98년 초연 후에 전석 매진이 된 사례가 많고, 올 해 3월 예술의전당 공연 시에도 거의 매진되었는데, 관객들이 이미 잘 알려진 작품을 신뢰하는 측면에서 얻은 것이 있습니다. 특혜라고나 해야 할까요? <레이디 맥베스>의 시의성이라든가 예술적 감각이 시대에 너무 떨어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발전을 거듭하면서 관객에게 계속 좋은 공연으로 남아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공연 연습기간은 처음에는 굉장히 오래 걸렸습니다. 오브제라든지 음악, 배우와의 어우러짐 등 수 없는 실험을 하였고, 옷을 짜면 물이 나올 정도로 덥고 작은 연습실에서 여름 내내 고생하기도 하였습니다. 분초를 다투는 분석과 판단을 요하기 때문에 초기의 연습시간은 상당히 길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양한 방법을 찾기 위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왜 레이디 맥베스인가에 대한 답변은 이렇습니다. 저는 처음 여자대학에서 연출을 하였습니다. 과에 남학생이 없다 보니까 여자 주인공이 대표성을 갖는 연극을 무대에 올릴 수 있도록 시도하였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레이디 맥베스를 전면에 내세워 공연하는 예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맥베스>의 드라마틱한 핵은 남편으로 하여금 살인을 부추기는 레이디 맥베스, 즉 권력욕의 화신 역할을 하는 그의 부인이고, 그녀가 죄의식에 함몰되어 결국에는 죽음을 자초하는 인물이라는 설정이 연극적입니다. 모든 이들이 그녀에게 매력을 느꼈다시피 저도 레이디 맥베스를 택하게 된 것입니다. 리춘시(연극평론가, 중국희극가협회부주임): 오늘 공연은 섬세함이나 강렬함의 측면에서 인상이 깊습니다. 숨소리 하나까지도 정확하며 모든 표현력이 뛰어납니다. 저는 특히 이번 공연에서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연기는 진정성을 가지고 있으며, 내면의 감정에 충실하면서도 격정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레이디 맥베스가 물 속에서 스스로를 벌하는 장면에서 배우가 보여준 신체 연기와 발성, 손과 발끝 동작 하나하나까지도 뛰어난 연기였습니다. 사실주의적 요소뿐 아니라 음향적 효과, 밀가루, 진흙 등 오브제를 이용하여 현장에서 바로 보여주는 장면이 잘 결합하여 독특한 공연양식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양한 시청각적 요소뿐 아니라 이를 보여주는 공연양식과 내용이 원작을 재창조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악몽에서 시작하여 죄의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레이디 맥베스의 영혼을 잘 비추어주고 있습니다. 대사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뛰어난 표현력과 에너지를 통하여 이를 묘사하는 것에 대하여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좋은 공연을 중국관객에게 선사한 한국의 예술가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일반적으로 레이디 맥베스가 손을 씻는 장면은 단순한 동작일 뿐 아니라 더러움과 죄악을 씻어내는 행동이라 생각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한태숙 연출가께서는 이를 별로 강조하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손을 씻음으로써 더러움을 씻어내는 행위에 대하여 심리학적 연구가 있을 정도인데 왜 한태숙 연출가는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요? 한태숙: 제가 작품을 잘 못 만들어서 그런가 봅니다. 저는 손 씻는 장면을 강조하여 표현하려고 하였는데 말이죠. (웃음) 처음에는 이 작품의 부제로 ‘죄짓는 자의 변명’이라는 타이틀을 사용하였습니다. 죄를 짓지 않은 인간에 대한 증오심, 의심 받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증오심 등을 대조시켜놓았기 때문에, 이미 그녀의 죄의식이 물로 손을 씻는 행위로는 해소가 안 되는 것으로 해석하였습니다. 손을 씻는 행위가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 데 대하여 첫 번째 과오는 씻김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였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이를 간과하였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왕샤오잉(국가화극원 부원장): 지금 이 자리에는 28년 전, 중국에서 처음 <맥베스>를 공연하여 연극계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중앙희극학원 전임 원장 쉬샤오중 선생님께서 나와 계십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쉬샤오중(중앙희극학원 전임 원장): 오늘 저녁에 저를 비롯한 중국 관객들에게 훌륭한 공연을 보여주셔서 한태숙 연출가와 극단 물리에게 감사 드립니다. 오늘 공연은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재해석하였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 재해석보다도 더 뛰어난 창조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몽유를 통해 한국 예술가만의 독특한 작품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매우 특색 있는 부분은 청각적, 시각적 이미지를 활용한 것입니다. 이미지들이 무대에서 잘 형상화되면서 레이디 맥베스의 심경의 변화가 잘 표현되었습니다. 브레히트의 소외효과를 잘 나타내었다고 봅니다. 이 작품은 놀라움을 느끼게 하면서도 사고, 사색의 여지를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던컨의 진흙두상 장면이 이러한 것을 잘 나타낸 것이 아닌가 생각하였습니다. 또한 배우들의 연기, 음악, 조명 등 다른 요소들이 잘 어우러져 매력 있는 작품이 탄생하였습니다. 한태숙 연출가의 작품은 중국 관객에게도 낯설지 않습니다. 이미 베세토연극제에서 한태숙 연출가의 <서안화차>가 공연되어 호평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번 공연을 통해서 또다시 한태숙 연출가의 예술적 감수성과 그녀의 훌륭한 작품을 만나게 되어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관객 1: 이 작품은 10년 전 초연되어 연기뿐 아니라 음악, 회화 등의 분야에서 여러 아티스트와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공동창작의 과정이 어떠하였는지 듣고 싶습니다. 한태숙: 오늘 공연에 참여하신 원일과 박호빈은 각각 <레이디 맥베스>의 최초 음악가와 안무가로 활동하셨습니다. 연극은 경제성이 없기 때문에 음악가와 안무가에게 강제적으로 힘든 연습과정을 요구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것이 힘이 되었고 오늘로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관객 2: 먼저 배우들의 섬세함과 정확함, 뛰어난 표현력이 어우러진 좋은 작품에 대해 존경의 마음을 표하고 싶습니다. 몇 가지 질문이 있는데요. 이 작품은 초연 이래 끊임없이 공연되었습니다. 초연 작품과 오늘 작품 간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요? 또한 이 작품에서 의식적으로 전통적 리듬이나 무용, 음악을 쓰신 것인지요? <레이디 맥베스>에 동양적인 스타일이 있다고 느꼈는데 이런 것들이 한국 현대연극의 주류가 되는 작업방향인지요? 한태숙: 먼저 변한 것이 있다면, 저는 10년만큼 늙었고 아티스트들은 각 장르에서 스타가 되었습니다.(관객 웃음) 1999년에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참가하였는데, 99년의 <레이디 맥베스>가 가장 좋았다고 인정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 때 공연에 참여하신 이영란, 원일, 박호빈씨가 바로 오늘 무대에 오른 배우들이십니다. 어린 시종 역의 권겸민은 올 해 처음 들어온 신예배우이고요. <레이디 맥베스>는 처음 소극장에서 공연하다가 점차 300석이 넘는 극장으로 옮겨 공연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객석과 무대를 바꾸어 공연을 시도하였습니다. 관객이 무대에 앉고 객석에서 공연이 이루어지는 형식이지요. 막이 오르고 관객들은 무대에 앉아 원래는 자신이 있어야 할 객석을 보며 특이한 감정을 경험하였는데, 그것이 굉장히 충격적이었고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저희 공연은 어떤 면에서 강하기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혹한 장면으로 인해 감당하기 버거워하고, 왜 행복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아닌 강렬한 이야기로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것이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면서 관객들은 점차 이 공연의 예술적 취향을 좋아들 하십니다.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아티스트가 바뀐다든지 혹은 저희가 앞으로 시도해야 할 부분에 있어 조금씩 변화하는 것이 있습니다. 외람되게도, 처음 이 연극을 시작할 때 저희는 세계무대에 진출할 것을 생각하고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적인 것, 동양적인 것을 작품에서 풀어내려고 하였습니다. 또한 이 작품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인간의 존재감입니다. 레이디 맥베스의 존재감이라는 것은 자기 죄의 씻김에 대한 갈망과 그것이 해소될 수 없는 죄의식이라는 것이며, 이는 동양적인 사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안에서 충분히 이러한 것들을 풀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꼭 노란 머리가 아니더라도 우리 식의 표현을 할 때 진정성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우리가 주체가 되는 연극을 만들자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었습니다. 오수경(연극 평론가, 한양대학교 교수): 먼저, <레이디 맥베스>가 북경의 동방선봉극장에서 공연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번에 한국연극 세 작품이 연이어 공연되었는데, 이를 통해서 한국 연극의 현주소와 다양한 모습을 북경 관객들께 보여드리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오늘 공연으로부터 여러분은 강렬한 인상을 받으셨을 텐데, 그 중요한 출발은 셰익스피어 원작의 <맥베스>에 대한 한태숙 연출가의 새로운 해석이고, 특히 그 중에서도 그녀가 일관되게 작품 활동을 해 온 인간 내면을 파고 들어 존재감을 확인하고, 그것을 진실되게 보여주려고 하는 노력입니다. 앞에서, 손을 씻는 동작이 약화되지 않았는가 등의 문제가 거론되었습니다. 본 작품은 ‘제의극’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레이디 맥베스 내면의 죄의식을 점차 찾아내는, 그것을 인정하고 그로부터 정화되어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는 것입니다. 중간에 레이디 맥베스가 조각상을 보고 아버지를 연상하는 장면도 사실은 가부장적 권위에 저항하며 아버지를 살해하는 여성의 새로운 의지가 중복되는 것 같은 여성주의적 관점도 있고요. 한편 극의 마지막에 “보이는 것은 존재하는 것인가?”라는 대사를 레이디 맥베스가 이야기하고 또 전의가 이를 반복합니다. 이것은 환유 또는 몽유를 통해서 환각적 상태를 보여주면서도, 연극이라고 하는 환상을 무대화하는 것과도 중첩되는 면을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이 겪어왔던 고통의 순간들, 죄, 이러한 것들이 진실로 존재하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며 꿈 같은 인생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동양적 사유로 표현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레이디 멕베스>의 새로운 형식적 실험이 98년 초연되었을 당시 국내 관객들에게 대단히 놀라운 것이었고, 예술적•유미적 가치로 인하여 지금까지도 사랑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앞에서 리춘시 선생님께서, 중국에서도 다양한 양식으로 레이디 맥베스 또는 맥베스가 공연되었다고 하셨는데, 저도 천극(쓰촨 성(四川省)에서 이루어진 중국의 대표적인 지방극 – 편집자 주)으로 공연된 맥베스 공연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작품에서도 내면의 고통과 불안을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동양이 서양을 수용하고 만나는 다양한 방식들을 우리가 접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왕샤오잉: 이번 <한국공연예술주간>에 참가한 모든 작품들이 중국 관객과 연극인들에게 연극에 대한 이해와 시각의 확장 측면에서 자극을 주고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레이디 맥베스>를 비롯한 <청춘예찬>, <보이첵>을 통해서 느낀 점은, 드라마에서 신체극, 오브제극에 이르기까지 한국 연극인들은 양식이나 내용에 있어서 다양한 실험을 무대에서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락적 기능뿐 아니라 예술적 해석과 태도에 이르기까지 중국 연극인들에게 귀감과 자극이 될 만한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시 한 번 <한국공연예술주간>과 함께 <레이디 맥베스>의 성공적 공연을 축하 드립니다.

정리_구효진(국제교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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