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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재원에 의한 공연예술 지원 정책과 향후 전개 방향
박영정(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정책팀장)
공연예술 지원정책과 공적 재원 공연예술에 대한 공적 지원의 이론적 근거를 새삼 논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명박 정부 및 제2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출범이라는 상황에서 예술지원정책 전반에 대해 되돌아보아야 할 시점에 있는 것 같다. 공공정책의 핵심 원리 가운데 하나는 자원의 합리적 배분이라 할 수 있다. 민간부문에서 자원배분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정비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구조적으로 시장실패가 예상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공적 지원을 통한 보완이 요구된다. 공연예술은 시장실패에 대한 보완 체계로서의 정부 지원이 요구되는 대표적 분야다. 국공립극장이나 국공립예술단체에 막대한 공적 재원이 투입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공연예술 지원정책은 국고나 지방비, 공적 기금 등을 재원으로 하여 공연예술을 담당하는 공연단체나 예술인에게 보조금 형태로 지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민간단체에는 대부분 사업비를 보조하는 형태이지만, 국공립단체에는 경상비까지 보조하는 등 구체적 내용에서는 다양한 차이를 보인다. 공적 재원을 배분하는 지원정책의 범주는 보조금의 전달 방식과 그 대상에 따라 직접 지원과 간접 지원, 그리고 공급부문 지원과 수요부문 지원 등 네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예술지원 정책은 국고나 문예진흥기금을 예술가나 예술단체에 직접 보조하는 직접지원제도가 주류를 이루어 왔다. 특히 예술 창작에 대한 프로젝트 베이스의 지원이 주된 형태였다. 2000년대에 들어선 이후 문화예술에 대한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부 주체인 법인이나 개인에게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예술단체가 스스로 재원을 조달해 나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간접지원제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 비중은 높지 않고 또 제도의 실효성도 의문시 되는 상황이다. 전문예술법인ㆍ단체육성제도의 도입과 시행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간접지원은 공연예술 지원에 민간 재원의 비중을 늘려나가는 노력의 하나로서 궁극적으로 공적 재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어 재원의 다변화를 추구해 나가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기부금 관련 세제 인센티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과 함께 예술단체의 재정 투명성 확보 및 펀드레이징(기금 모금) 기술의 향상이 필요하며, 사회적으로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공연예술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는 공적 재원에 의한 직접 지원이 필수적이지만, 부분적으로 그리고 점진적으로 민간 기금 확보를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공연시장의 구조에 따라 공적 지원 정책을 구분해 보면, 공급(생산)-유통-수요(소비)에 타깃을 맞춘 정책으로 세 가지 과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여기에서 공급 부문은 예술의 창작에, 수요 부문은 예술의 향수에 대응한다. 공급 부문은 다시 공연 작품의 제작 지원과 공연예술 인력의 양성으로 나누어지며, 전자에 가장 일반적인 공연 제작 지원 정책이 있고, 후자에는 영재학교ㆍ예술중고등학교ㆍ예술대학 등 공연예술인력 양성 정책이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통한 무대공연작품 제작 지원, 일반 공모에 의한 장르별 창작 지원, 문화체육관광부 및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국공립 공연예술단체 지원, 예술영재교육원이나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운영,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의한 신진예술가 지원 등이 모두 공급부문 지원정책에 속한다. 유통 부문에는 공연장의 건립과 운영에 관계되는 지원 정책과 마케팅 활성화를 위한 지원 정책, 공연 행사 지원 정책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문예회관 건립 및 운영, 공연예술전문투자조합의 설립 및 운영, 문화체육관광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공연예술행사(축제) 지원, 예술경영지원센터를 통한 아트마켓 운영, 전국문예회관연합회를 통한 지방문예회관 특별프로그램 개발 지원 등이 유통부문 지원정책에 속한다. 수요 부문에는 관객의 관람 행위를 지원하는 관객 지원 정책과 향유 능력 향상을 위한 예술교육 지원 정책이 있다. 사랑티켓을 통한 관객 지원(현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나눔사업에 통합),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화나눔사업(문화바우처, 찾아가는 공연 활동 등), 문화접대비를 통한 수요 개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을 통한 예술교육 진흥 등이 모두 수요부문 지원정책에 해당한다. 재원별 지원정책 현황과 방향 현재 우리나라에서 공연예술에 지원되는 공적 재원으로는 국고, 문예진흥기금, 복권기금, 관광기금, 토토적립금 등 비교적 다양한 상황이다. 공연분야만 따로 분리하여 액수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의 2008년도 예술지원 관련 세출예산 총계는 3,834억원이며, 그 가운데 국고 예산은 2,871억원(본부 1,372억원, 소속기관 1,499억원), 기금 예산은 963억원(문예진흥기금 634억원, 복권기금 198억원, 관광기금 131억원)이다. 대체로 국고 보조금은 국공립 공연장 건립 및 운영 지원, 국공립 공연단체의 운영 지원, 대규모 공연행사 지원에 집중되고 있고,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운용하는 문예진흥기금과 복권기금은 민간부문의 예술창작과 국민의 문화예술 향수 지원에 집중되고 있다. 새정부 출범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과에 대해 상당한 논란이 일고 있는데,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 문화예술 관련 공적 재원의 주된 지원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는 논의가 선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고와 문예진흥기금, 복권기금 사이의 기능 배분의 방향에 대해 큰 틀에서의 논의가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예술에 대한 공적 지원 사업은 모두 문화예술위원회에 이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관련 정책 기능만 담당하는 방식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국의 기능을 최소화하는 방안에서부터, 하드웨어 건립이나 국공립 공연장 및 공연단체 지원 등 단위 예산 규모가 큰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담당하고 창작 및 향수 지원 등 소프트웨어 지원은 문화예술위원회가 담당하는 방안(현재의 체계임), 또는 창작 부문은 문화예술위원회가 담당하고 국민의 문화예술 향수권 신장 지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담당하는 방안 등 다양하게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복권기금은 과연 소외계층 관련 문화활동에만 사용되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제기도 가능하다. ‘복권 및 복권기금법' 제23조 ‘기금의 배분 및 용도' 제3항 제4호 ‘문화예술진흥 및 문화유산보존사업’에 의하면 문화예술진흥사업 자체가 복권기금 사용의 핵심 대상의 하나로 설정되어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공적 재원을 활용하고자 하는 민간 공연단체 입장에서는 외교통상부,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노동부, 중소기업청 등에서도 공연예술과 관련 활용 가능한 공적 재원이 산재해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이명박정부의 출범 이후 이른바 <4대 지원 방식>인 ‘선택과 집중’, ‘사후지원’, ‘간접지원’, ‘생활 속의 예술’이 강조되고 있다. 크게 보면 기존의 지원정책을 보완하고 개선하는 방향으로 볼 수 있지만, 이것이 전면적으로 시행되는 경우 예술지원정책의 지형 변화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가운데 예술창작 지원과 관계되는 ‘선택과 집중’, ‘사후지원’은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한적 영역에 시범 실시 후, 그 성과를 다른 분야에까지 확대해 나가는 방향이 바람직할 것이다. 창작공간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는 ‘간접지원’이나 수요자의 능동적 참여에 기반한 ‘생활 속의 예술’도 체계적이고 섬세한 시행 방안을 마련하여 성공적인 모델로 정착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명박 정부의 <4대 지원 방식>을 고려할 때 공연예술계에서는 보조금의 양보다는 그것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좀더 마음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현장의 의견을 담은 좋은 정책을 제안하는 것도 가장 적극적인 대응 방법의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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