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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진출을 위한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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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7-04-25 조회수 3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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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을 위한 첫 걸음

정영두 (두 댄스 씨어터 대표)

2005년 여름,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기획자 기무라 노리꼬 상으로부터 흥미로운 제안을 받았다. 일본 교토에서 매년 열리는 'Gekken(劇硏) Performance Festival'에 나의 작품을 초청하고 싶다는 것이었고 일본의 유명한 연출가이자 작가인 오타 쇼고 상의 글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면 좋겠다는 제안이었다. 수년전 오타 쇼고상의 작품을 연극으로 한국에서 본적이 있었고 나에게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던 터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장편과 단편을 포함해 아주 짧은 생각이 담긴 글까지 그의 글을 모두 읽고 거기서 받은 영감들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었다. 이 작품은 2006년 교토의 Gekken 페스티발에서 공연 되었고 같은해 서울의 모다페와 도쿄의 아오야마에서 공연되었다. Gekken 페스티발은 연극과 무용 작품을 합해 6개의 작품이 공연되어진 것으로 기억한다. 나를 초청한 이유는 아마도 내가 연극과 춤을 동시에 하고 있기 때문에 오타 쇼고상의 글을 가지고 작업하는 것이 흥미로운 작업되리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쨌든 이 작업을 통해 나는 나의 움직임과 안무에 대한 그리고 삶 전체에 대한 많은 고민들을 하게 되었고 조금 더 깊은 그 무엇을 만나게 되었다. 정영두이 원고를 의뢰한 의도는 이것으로 충분한 설명이 된 것 같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나머지 지면은 좀 다른 입장에서 해외 공연에 대한 나의 생각과 고민을 얘기하고자 한다. 해외 공연을 통해 나의 작품을 선보임으로 인해 현재 내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어느 정도의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고, 각기 다른 문화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나의 작품을 바라보는지를 경험함으로 인해 더 많은 질문과 정보들을 얻게 되고 그것은 다시 나의 창작력의 바탕이 된다. 선지자는 고향에서 대접받지 못한다는 얘기가 있다. 이미 그 사람이 어떻게 자라왔고 어떻게 작업하는 지 사람들이 모두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함께 오랫동안 봐온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흥미롭지 않을 수 있지만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울 수 있다. 우리는 우리들보다 외국인들에게 더 마음을 여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물론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에 따라 마음을 더 닫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곳에서 왔다는 이유 때문에 무언가 새로운 것을 제공해 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 아니가 싶다. 하여 우리가 해외공연을 하거나 작업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작업하는 것보다 훨씬 자유로울 때가 많다. 나에 대한 선입견이 없는 상태에서 그들과 만나기 때문에 그들 앞에서 훨씬 더 당당해지고 거침없이 나를 표현하는 상태를 경험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경험하는 것은 예술가에게 무척이나 중요하다. 늘 더 깊은 자유를 경험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공연하고 해외에서 공부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세계의 문화 경제적은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흐름을 거부하는 용기 또한 예술가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세계 여러 페스티발의 성격을 파악하고 또 그 나라의 문화를 파악해서 그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을 만드는 것도 해외진출을 원하는 창작자들에게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 하지만 해외 진출만을 위해 작품을 만들다 보면 목적과 수단이 바뀔 수 있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지 해외 진출하는 것이 우선이 되다보면 자신의 창작적 사고가 확립되기도 이전에 이리저리 휩쓸려 다닐 수 있다. 주위 동료들이 해외에서 공연을 하던, 안하던, 또 자신이 해외에서 공연을 하던, 안하던 그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해외를 기웃거리는 것보다 자신의 작업에 더 열정을 쏟는 것이 해외진출을 위한 더 빠른 지름길 일 것이다. 자신이 완성되고 자신의 작업이 완성되면 해외에 진출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본다. 한번 생각해보자! 해외진출을 한 안무자가 훌륭하고 작품이 훌륭하다는 기준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해외진출을 하지 못한 안무자나 작품들은 그렇다면 모두 훌륭하지 않다는 것인가? 우리는 흔히 그 사람의 작품보다는 그 사람이 어디서 공부했는가? 어디서 공연했는가? 에 더 큰 관심이 있고, 그것으로 그 사람의 작품과 성공여부를 평가한다. 이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해외 유명한 기획자나 예술관계자들이 평하는 한마디가 평가의 기준이 되어버리고 그 사람들이 마켓을 조용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기획자들과 관계자들에게 이런 얘기를 흔히 들을 수 있다. 이런 작품은 그 사람들이 안 좋아해, 왜 이런 걸 들고 왔어, 이런 일도 상업성이 있어야지, 여기선 이런 것이 잘 통해, 난 이런 말보다, 너의 작업에 관심은 어디에서 출발했어? 너의 작업방식은 어떤 거야? 넌 왜 이런 작업을 하는 거니? 라는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 우리나라의 기획자들로부터, 우리의 예술경영자들로부터, 난 그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지 않다. 그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이 있길 바랄뿐이다. 없다면 역시 할 수 없다. 거기에 휩쓸리지 않고 내 작업 꾸준히 해나갈 수 있는 끈기를 잃고 싶지 않을 뿐이다. 해외진출을 하는 것이 자신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끊임없이 물어야 할 것이다. 단지 자신의 작품이 해외에 진출했다고 좋아할 것인가? 더 중요한건 해외 진출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경험했는지를 깊게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리라고 본다. 다른 시각을 경험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다른 시각이 절대적 시각이라고 누가 말 할 수 있겠는가? 해외진출에 대한 관심보다 자신의 창작 작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많은 제도들이 해외진출을 위한 것에 집중되는데 창작자들이 자신의 작업을 더욱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제도들이 더 많이 생겨나고 작업과정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풍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련 사이트 아틀리에 게켄 http://www.gekken.net/ 아틀리에 게켄은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소극장(80석)으로서 격년으로 Gekken(劇硏) Performance Festival을 개최한다. 무용ㆍ음악ㆍ영상은 한국에서, 그 밖에 조명ㆍ무대는 일본에서 부담하는 형태로, 2006년 정영두 솔로댄스 <텅빈 흰 몸>을 공동제작했다.

관련 자료 2006년 11월 공연예술 국제교류 월례포럼-"일본 공연예술 교류 현황과 유형별 진출 전략" 자료집

필자 약력 필자 정영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창작과를 졸업, 현재 DOO DANCE THEATER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2005년 월간 <몸>지 선정 올해의 안무가상 수상, 2004년 요코하마 댄스콜렉션 솔로 앤 듀오 컴피티션 - 요코하마 문화재단 대상 및 주일 프랑스대사관 특별상 수상 등 근래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고 있는 안무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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