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포럼을 찾는가?
이예준(처용문화제 해외팀장)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문화예술 기획경영인력 양성사업에서 지원인력에 선정된 덕분에, 나는 원하던대로 지역축제에서 일하게 되었다. 이번에 참여하게 된 울산 처용문화제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10여 개국의 아티스트를 초청해 ‘월드뮤직페스티벌’을 열 계획인데 거기서 난 해외팀 업무를 맡게 되었다. 일에 대한 기대도 잠시, 처음 해외공연팀을 대거 초청하는 축제에서 실무를 진행해야한다는 것은 축제경험이 많지 않은 나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당장 궁금하고 배워야할 것이 너무 많았다. 때마침,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2007년도 첫 국제교류포럼을 연다는 소식이 몹시 반가웠다. 우리가 포럼이나 심포지엄을 찾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을 것이다. 정보를 얻는 것,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의 교류와 네트워킹, 그리고 업무에 직결된 인물을 만나는 것 등. 전에는 나 역시 다소 막연한 기대를 갖고 이런 행사에 참석했다. 하지만, 이번 포럼은 내게 선험자의 생생한 경험을 얻어가야하는 절박한 기회였다. 5분 늦게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 들어서자 일층에서는 주한필리핀대사관이 주최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고 2층의 회의실에는 이미 40여명의 참석자들과 발제자들이 앉아있었다. 뉴스를 통해 접한 바 있는 ‘아크람 칸 컴퍼니’의 프로듀서인 파룩 쇼드리씨와 몽환적인 포스터이미지가 인상적인 극단 여행자의 <한여름 밤의 꿈>의 에딘버러 진출을 성사시킨 아시아나우의 프로듀서인 박지선씨가 오늘의 발제자였다. 첫 순서로, 쇼드리씨는 무용수에서 공연 프로듀서로 전환해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자신의 여정과 서울무대에 선보이는 <신성한 괴물(Sacred Monsters)>의 공동제작과정을 영상과 함께 들려주었다. 어떻게 20살의 아크람 칸에게 첫눈에 매료되어 살던 집을 내놓으며 함께 작품을 만들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세계적인 무용수 실비 길렘과 아크람 칸의 공동창작을 이끌어낼 수 있었는지 그의 생생한 모험담은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세계적인 프로듀서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운 사람들에게 그가 밝힌 국제교류와 공동창작의 비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일단, 부지런히 전세계를 누비며 무수히 많은 공연을 보고 수많은 사람들 만나고 관심이 가는 아티스트에게 용감하게 접근한 다음, 일상적인 대화부터 작품세계까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풀어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작품에 대해 교감을 이뤘다싶으면 그것을 스튜디오에서 시연해보므로써 실현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것이다. 물론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것 역시 그의 역할이었다. 이렇게 해서 그는 여러 편의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고 했다. <신성한 괴물>의 공동 창작 과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이미 유명해진 아크람 칸과 스타무용수인 실비 길렘, 대만의 유명한 프로듀서 등 작업에 관계된 사람들이 모두 바쁜 탓에 서로의 시간을 조율하는 일이 매우 고단하고 어려웠음을 쇼드리씨는 털어놓았다. 이야기들을 전하는 내내 발제자는 매우 침착하고 담담했다. 작품에 대한 도취나 흥분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는 예술가가 아닌 프로듀서인 것이다. ‘프로듀서는 남의 말을 잘 들어야한다‘고 얘기하는 불혹을 넘긴 듯한 프로듀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도 그리 어색해보이지 않았다.
(발제자:파룩 쇼드리 _ Farooq Chaudhry)
쇼드리씨가 국제교류를 추진하는 프로듀서의 기본자세를 말해주었다면 아시아나우의 박지선씨는 하나의 성공사례를 통해 실전적 정보를 들려주었다. 우리 작품이 해외유명축제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내게는 헤드라인을 장식한 ‘에딘버러 진출’ 자체보다 축제에서의 적극적인 네트워킹을 통해 한번의 성과를 ‘에딘버러에서의 한여름 밤의 꿈’에 그치지 않고 영국의 바비칸센터 초청 등 지속적인 세계무대 진출로 발전시킨 후속조치들이 더욱 흥미로웠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세계 무수히 많은 ‘한여름 밤의 꿈’들과의 차별성과 작품의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영문제목을 ‘A Midsummer Night's Dream from the East’이라고 짓고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참가작들 사이에서 돋보일 가장 강렬한 공연의 이미지를 찾아낸 일, 담당공무원조차 잘 모르고 있던 작은 단초를 놓치지 않고 정부의 지원(한ㆍ영 상호 방문의 해)을 받아낸 발제자의 섬세함과 끈기다. 또, 공연 전후에 연출자와 배우들과의 속깊은 대화를 통해 해외공연을 대하는 마음의 준비부터 해외진출의 의미를 공유하는 과정을 거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에딘버러의 경험’을 예술가 한 사람 한 사람의 눈과 세계를 넓히고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로 만들어가려 한 프로듀서의 따듯한 마음이 전해졌다.
(발제자:춘천마임축제 박지선 기획실장) 우리나라의 많은 공연단체들과 축제들이 ‘국제화’를 표방하고 있다. 많은 돈과 노력을 들여 해외공연팀을 초청하거나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두 진정한 국제교류로 이어질 때 우리는 수많은 <한여름 밤의 꿈>과 <신성한 괴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단 3시간 동안, 국제교류를 추진하는 프로듀서의 마음가짐과 작은 것도 놓치지 않고 큰 기회로 만들어가는 방법 등 포럼을 찾은 충분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제, 배운 것을 내 앞에 놓인 일들에 적용하고 기회를 만들어가는 내 몫이 남아 있다. 포럼 직후 울산으로 내려와야했던 탓에 참가자들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질의시간을 놓쳐 아쉽지만 다음에 참석할 때는 이번 축제를 통해 내가 부딪힌 문제와 찾아낸 해답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길 기대해본다.
관련 자료 2007 공연예술국제교류 월례포럼I - "국제교류 및 공동창작에 있어서 프로듀서의 역할" 자료집
일시: 2007년 3월 5일 오후 2시 내용: - 아크람 칸 컴퍼니의 국제교류 및 공동제작 사례 - 국제교류에 있어서의 프로듀서의 역할 (극단 여행자 '한여름 밤의 꿈' 영국진출 사례를 중심으로) 발제자: 파룩 쇼드리 / 아크람 칸 컴퍼니 박지선 / 아시아나우, 춘천마임축제 기획실장
필자약력: EBS 라디오 방송작가 세계야외공연축제2005경기 해외팀장 현 울산광역시 처용문화제 해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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