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의 가부키 공연
글 및 정리ㆍ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교류팀
전통을 지키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전통의 형식을 고수하는 방법도 있고, 급진적으로 혁신을 꾀하며 전통을 기리는 방법도 있다. 나카무라 칸자부로는 후자에 속한다. 하지만 고전을 거부하는 혁신은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칸자부로가 처음 링컨 센터 축제의 문을 두드린 것은 3년 전 여름이었다. “여름축제: 오사카의 거울”이라는 3시간짜리 축약 공연이 눈길을 끌었다. 가부키 식으로 제대로 하자면 하루 종일 걸릴 행사였다. 이 공연을 위해 특별히 에도 시대의 극장을 모델로 한 임시 극장이 만들어졌다. 서양 관객들 대부분은 낮은 객석으로 고문 받는 것 같았다. 비잔틴 식의 만담으로 극의 플롯을 이끌고 가는 방식도 도전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공연은 거부하기 힘든 뭔가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무대 위에 설치된 진짜 진흙탕에 빠진 살인자 장면과 모형 도시의 지붕 위를 달리는 환상적인 추격 장면은 아직까지도 인구(人口)에 회자되고 있다. 게다가 살인자를 쫓는 추격자들이 뉴욕경찰국의 표식을 지녔던 것은 너무도 놀라웠다. 칸자부로의 자유로운 전통 수호 방식에 좋지 않은 눈길을 보냈던 순수주의자들도 발그레 웃음을 지어버렸다. “가부키는 태생적으로 소수를 위한 귀족 예술이었던 추상적인 ‘노(能 가면극)’의 세계와는 달리 떠들썩하고 대중적이어야 한다”는 칸자부로의 철학을 어떻게 폄하할 수 있겠는가. 가부키와 노를 구별하지 못하는 서양인들에게 칸자부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노는 권력을 가진 후원자들이 있었다. 가부키를 지지해왔던 건 일반 대중이다. 노와 가부키에는 공통점이 없다.” 간단히 말해서 칸자부로는 가부키를 통해 관객들을 편안하게 만들고 싶어 한다. 그가 어렸을 때 가부키 공연에는 아이들이 있었고, 로비에 장난감도 놓여있었다. 하지만 이제 가부키 공연에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사람은 없다. 칸자부로에게는 모두가 즐겁게 즐기는 것이 진짜 가부키 공연이다. 이런 칸자부로가 이끄는 ‘헤이세이 나카무라 좌’가 2007년에도 링컨 센터 페스티벌을 통해 가부키 두편을 선보인다. 7월 9일부터 일주일간은 가부키계의 ‘라이온 킹’이라고 불리는 〈렌지쉬〉를, 7월 17일부터 7월 22일까지는 가부키에서는 보기 드문 코미디물인〈호카이보〉를 공연한다. 칸자부로는 〈렌지쉬〉에서는 왕을, 〈호카이보〉에서는 승려로 가장한 살인자이자 강간범죄자를 연기한다. 어느 젊은 미국 관객 덕분에 시작했다는 헤드세트 영어 서비스가 이번 공연에서도 시도된다. 따라서 호카이보의 대부분의 방백 대사가 헤드셋을 통해 영어로 전달될 예정이기다. 칸자부로는 “호카이보는 부끄러움을 잘 타는 남자여서 친구나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어요. 그의 방백을 영어로 전달하면 관객들과 더 잘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관련 정보 「뉴욕타임스」 7월 15일자 기사, 매튜 구어위치(Matthew Gurewitsch) 작성
※ 이 글은 국립극장 미르 2007년 8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