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국제교류 파트너를 소개합니다
신뢰를 통한 정직한 파트너십을 추구합니다
대전문화예술의전당과 몬테카를로 발레단ㆍ워릭 아트 센터
정연일(대전문화예술의전당)
2000년이었나, 서울연극제에서 세계적인 연출가인 로버트 윌슨을 초청해 <바다의 여인>이라는 작품을 제작한 적이 있었다. 이 작품은 세계적인 연출가가 한국의 배우들과 작업한 최초의 작품으로 연극계뿐 아니라 공연예술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그 동안 우리나라 국제교류가 단순히 유명외국단체를 초청하거나 전통예술단체를 내보내는 수준이었던 것에 비교해 볼 때, 이 작업은 국제교류 차원을 한 단계 올려놓은 작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의 국제교류 환경은 상전벽해라고 할 만큼 변모했고, 지구촌 시대라는 전제하에 모든 단체나 기관은 각각 처한 입장과 필요성에 따라 국제교류를 고민하고 있다.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의 경우, 우선 공연물의 ‘유통’이라는 공연장의 기본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수준 높은 공연 콘텐츠를 제공해 줄 외국 유명 공연단체와의 직접적인 교류가 필요했다. 또한, 단순히 외국작품의 수입 유통역할에서 벗어나, 연극이나 오페라의 자체 ‘생산’의 측면에서 해외의 실력 있는 연출가나 무대 디자이너와 같은 인적 교류와 공동제작, 나아가 자체 제작물의 해외진출을 위해 국제교류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해외 공연단체와의 파트너십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Les Ballets de Monte-Carlo)의 경우는 아주 우연히 접촉하게 되어 파트너로까지 발전한 ‘재미있는’ 관계이다. ‘재미’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이 관계가 조직 간의 공식적 파트너십이라기보다는 담당자 간의 인간적 신뢰를 통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2006년 여름, 서울발레시어터의 안무가 제임스 전의 소개로 일본 도쿄에서 이 발레단과 첫 만남을 가진 후,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초청으로 몬테카를로 발레단 및 모나코 댄스포럼을 방문했고, 또 올해 6월에는 발레단의 행정감독이 내한한 바 있으며, 드디어 올 10월, 몬테카를로 발레단과 오케스트라 170명이 내한하여 대전문화예술의전당과 성남에서 공연을 갖게 된다. 몬테카를로 발레단과 친구가 된 계기는 몬테카를로 발레단 행정감독의 계산착오에서 비롯되었다. 도쿄에서 발레단의 행정감독을 만나 초청경비를 협상하는데, 행정감독이 계산을 잘못해 초청경비 총액이 줄어들었다. 그때 우리 쪽에서 계산이 틀린 것을 지적하고 다시 계산하였다. 단순한 실수였고, 그 실수를 고쳐준 것뿐인데 발레단의 행정감독은 이 일을 계기로 우리를 ‘정직하고 믿을 수 있는 상대’로 생각하게 되었다. 또 지난 6월 행정감독이 대전의 공연장을 답사하기 위해 왔을 때, 대전과 성남뿐 아니라 일산 아람누리와 같은 다른 지역 문예회관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 것도 발레단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이런 식으로 나의 이익만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합리적 접근과 진정성을 보여준 결과, 자연스레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되었고, 향후 지속적인 협력에 대해서도 논의하기 시작했다. 아직 뚜렷한 결실이 맺어진 상황은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관계가 계속 지속된다면 공동제작이나 대전시립예술단의 공연을 해외에 소개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도움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오는 10월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게 되는 La Belle 중 한 장면
공동제작과 유통을 위한 해외 공연장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몬테카를로 발레단이 우연한 기회에 친구가 되고 이후 장기적 전망을 나누는 관계가 되었다면, 영국의 워릭 아트센터(Warwick Arts Center)는 처음부터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접근한 공연장이다.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는 2005년부터 자체 제작 연극으로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등 셰익스피어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는데, 셰익스피어 연극시리즈를 위해 본고장인 영국에서 역량 있는 연출가를 섭외해 작품을 제작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다. 영국의 연출가를 섭외하기 위해 주한영국문화원에 우리와 파트너십을 맺고 도와 줄 적합한 공연장을 물색해 달라고 요청했고, 약 한 달여가 지난 후, 영국문화원측에서 소개해 준 두 개 공연장 중 하나가 워릭 아트센터였다. 워릭 아트센터는 영국 코벤트리에 위치한 아트센터로 콘서트홀과 두 개의 공연장, 극장과 갤러리, 국제회의장 등을 갖춘 복합공연장이다. 우리가 영국문화원의 소개를 받고 워릭 아트센터와 접촉하면서 셰익스피어 시리즈에 대한 설명과 장기적인 방향성, 그리고 이런 협력을 통해 단순히 대전공연 뿐 아니라 영국에서의 공연 가능성에 대해서도 타진했다. 영국에서의 공연이야 작품의 질을 보고 판단하자는 공연장으로서는 당연한 신중한 자세였지만, 영국 연출가 추천은 기꺼이 도움을 주겠다는 대답이었다.
워릭 아트센터의 전경(왼쪽)과 실내 인테리어
파트너십의 전제 조건, 명확한 목표와 신뢰 구축 몬테카를로 발레단과 워릭 아트센터의 경우는 ‘우연한 계기’와 ‘의도적 접근’이라는 완전히 다른 접근방식의 사례이다. 외국과의 파트너십을 만들고자 한다면 방법이야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외국 파트너를 찾기 이전에 공연장에서 국제교류가 필요한 이유와 어떠한 형태의 ‘파트너십’이 필요한가에 대해 명확히 정의하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것이 선결되어야 외국에서 파트너를 찾는 작업이 의도적이건 우연하건 이루어지게 된다. 또한, 파트너십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공동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실질적’ 파트너 관계를 갖는 것이다. 외국의 조직이나 기관과 파트너십을 맺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상호 신뢰이며 이는 ‘사람을 믿는 일’에서 시작된다. 정직한 파트너가 되는 것, 나의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줄 때 상대가 마음을 열고, 나를 친구로 인정하게 되며, 그것이 결국 신뢰가 바탕이 된 파트너십으로 발전한다.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의 사례에서 보듯이 아직 해외 단체와의 파트너십은 걸음마 단계이며, 결실을 얻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파트너십을 맺는 것은 친구를 사귀는 것과 같다. 어릴 적 좋은 친구를 사귀기 위해 공을 들였던 것처럼, 마음을 열고 외국의 친구를 찾아 나선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필자약력 정연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 프로듀서(축제 및 연극제작) 前 메타기획컨설팅 문화기획팀장 춘천인형극제 사무국장 전주소리축제 공연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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