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팅룸]
에딘버러 페스티벌 프린지, 활용은 각자의 몫이다
해외진출, 국제교류는 모든 공연단체들의 꿈인가? 매년 8월이면 전 세계 공연예술이 주목하는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 프린지(The Edinburgh Festival Fringe, 이하 프린지)가 열린다. 프린지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 그 공연을 보기 위해 전 세계 공연예술관계자와 관광객들이 기꺼이 영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세계 각국의 프로모터 및 극장 관계자가 모여드는 프린지는 페스티벌이면서도 그 자체가 거대한 아트마켓이기도 하다. 프린지를 통해 해외진출에 성공한 대표사례로 꼽히는 ‘난타’, ‘점프’ 등을 통해 ‘에딘버러 페스티벌 프린지’는 우리에게 국내 지방 축제보다도 더 낯익은 페스티벌이 되었다. 낯익은 만큼이나 해외진출을 하고자 하는 단체에서 빠지지 않고 생각하는 방법도 바로 프린지 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에딘버러에서 만난 최석규(AsiaNow 프로듀서, 춘천마임축제 부예술감독)감독과 (사)문화마을 들소리 컴퍼니 매니저 김유정씨와 ‘프린지와 해외진출’에 대한 생각을 나누어 보았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센터) : 에딘버러 페스티벌 프린지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 같다. 프린지에만 입성하면 해외진출에 성공할 것 같은? (웃음) 최석규(이하 최) :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난타’를 시작으로 에딘버러를 통한 성공사례가 회자되기 시작하면서 에딘버러 페스티벌 프린지는 분명 해외진출을 위한 하나의 관문이 되었지만, 에딘버러 프린지 진출이 해외공연의 전부라고는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많은 국내 공연팀들은 에딘버러 프린지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모두가 같은 기대를 가지고 에딘버러 프린지를 공략하는 것 같다. 김유정(이하 김) : 정말 그렇다. 들소리의 경우 2003년에 있었던 싱가폴 아츠 페스티벌 폐막초청공연을 시작으로 해외진출의 발판을 마련하였다. 영국에 지사를 두어 활동하고 있는 것은 2년 정도 되었는데, 프린지에 참가하게 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유럽 투어는 계속 진행하고 있지만 프린지 진출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하여 시기를 보고 있었다. 그러던 차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 기회도 있고 해서 올해 도전하게 되었다. 센터 : 요즘은 해외진출이 붐인 것 같다. 김 : 들소리는 살기 위해서(웃음) 해외진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해외사무실을 낸다고 해서 모두 해결되는 것이 아니더라. ‘난타’가 프린지에 성공한 것과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고 싶었다. 들소리 런던 사무실의 경우 현재 들소리의 프린지 공연을 지원하는 업무도 하고 있지만, 영국 템즈페스티벌 및 기타 유럽 공연, 런던 대에서 진행하고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현지에 맞게 개발하는 일 등도 진행한다. 최 : 해외 진출 거점을 다양화하고, 현지에 맞게 기획 전략을 마련해야한다. 해외 교류냐 아니면 진출이냐에 관한 단계별 전략 그리고 해당 단체의 작품이 어떤 작품세계를 가지고 있느냐를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나를 알아야 지만 내가 가야 되는 길을 알 수 있다. 즉 해외 진출은 다양한 방법이 있고, 절대적 시간을 갖고 작업해야 될 일이다. 다른 단체에서 성공한 방법 그대로 따라간다고 해서 내 단체에 모두 맞을 수는 없다. 해당 장르의 전문 페스티발, 한국의 PAMS와 같은 아트마켓, Residential Program을 통한 예술적 교류 그리고 공동제작을 통한 해외 극단과 아트센터와의 거점 확보 등 방법은 너무나 다양하다. 센터 : 지금 하고 계신 공연의 반응은 어떠한가.
비나리 공연 장면 (Old College Quad)
김 : 들소리의 ‘비나리’가 전통공연이기는 하지만 전통여부를 떠나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하지만 정해진 공연장 이외의 길거리 공연을 예술위원회 측에서 하지 못하게 금지하고 있다. ‘페스티벌’이기 때문에 모두가 같이 즐길 수 있는 장이 되기를 바랬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모습이 여타 유럽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페스티벌이 오래되고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프린지 자체가 상업적인 마인드가 강한 것 같다. 그에 비해 한국에서 정말 좋은 점만 부각되어 보여지는 것 같다. 센터 : 에딘버러 페스티벌 프린지를 통해 해외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단체들에게 이것만은 꼭 준비하라고 말씀해 주시고 싶은 것이 있는가. 최 :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우선 내 단체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난타’에는 ‘난타’만의 방법이 있었고, ‘한 여름 밤의 꿈’에는 ‘한 여름 밤의 꿈’만의 방법이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에딘버러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즉 왜 에딘버러에 오느냐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이 문제를 생각하면 에딘버러에서 “성공”의 의미가 달라 질 것이다. “성공의 의미”는 각 극단 마다 달라야 한다. 티켓을 많이 팔고, 에딘버러 후에 투어가 많이 생기고, 별점 다섯 개 받는 것만이 성공의 의미는 아닐 것이다. ‘한 여름 밤의 꿈’과 ‘보이첵’의 경우, 극단의 배우, 연출, 기술 스탭들과 워크숍을 통하여 ‘Meaning of Success in Edinburgh' 많이 생각 했다. 그리고 그것에 의해 결정된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한국과 영국에서 치밀한 계획이 이루어 졌다. 그러한 단계별 전략 짜기가 현지와 잘 맞아 떨어져서 '한여름밤의 꿈’은 순풍을 하였고, 지금 ’보이첵‘의 경우 순항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위의 두 작품의 기획 전략을 만들 때 먼저 에딘버러에서 ‘성공의 의미를 통한 목표 설정’, ‘현지 운영계획 -홍보 마케팅, 프로모토 관리, 작품관리, 생활관리 등’, 그리고 ‘에딘버러 공연 이후에 투어 전략’의 삼박자를 고려하였다. 사전 준비기간 1년과 에딘버러 이후의 2년간 투어 전략을 극단의 국내 활동과 해외 공연 투어를 전체적으로 놓고 고민해야 한다. 센터 : 그렇다면 들소리의 이번 프린지에서 얻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김 : 얼마 전 5개월 동안 영국 투어를 하면서 많이 힘들었는데,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알고 싶었다. 영국은 네트워크가 권고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또, 영국 안에서 이슈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프린지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들소리가 유럽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런던에서도 기획공연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프린지 참가를 통해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센터 : 말씀을 들어보니 각자 자기 단체에 맞는 목표와 전략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그렇다면 해외진출에 대한 매뉴얼 작업은 다양함을 정형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위험한 발상이 될 수 있겠다.
보이첵 공연 장면 (Aurora Nova)
최 : 매뉴얼 작업은 매뉴얼 작업대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거점과 진출 방법을 다양화해낼 수 있어야 한다. 센터 :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올해 처음 에딘버러 진출지원사업을 시작하였다. 그 일환으로 프린지 기간 동안 현지 종합지원센터를 설치ㆍ운영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최 : 아직도 한국 공연예술의 해외 진출은 초기 단계에 있다. 그러므로 극단의 많은 경험의 부족과 전문 프로듀서의 부족으로 에딘버러 현지에서도 어려움을 격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시점에서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현지 종합 지원센터는 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고, 지원 첫 해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행정지원만으로도 프린지 진출단체에는 큰 힘이 된다. 하지만 자율경쟁의 에딘버러에서 국가가 어떻게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는 고민의 문제이가. 결국 해외 진출에 대한 리스크는 단체 스스로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이첵’의 경우 국가 지원이 없었다면 이곳에 올 수도 없었고 지금과 같은 성과를 낼 수도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김 : 지원을 받고 있는 단체의 입장에서는 생각보다도 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일단 힘든 점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어딘가. 현지 언론을 상대해보면 프린지는 상업적으로만 진행된다는 느낌이 있는 반면, 현지 지원센터는 같이 진행하고 도와주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영국의 분위기가 개별적인 것에 대한 존중이 더 크기 때문에 6개 단체의 공동마케팅이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이번 프린지에서는 2,000개가 넘는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 3주라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 내 작품을 2000개 중에서 돋보이는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보통의 전략과 노력으로 될 것이 아니다. 3주간의 에딘버러는 페스티벌의 장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서바이벌의 장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양질의 컨텐츠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것을 컨텐츠 속성에 맞게 잘 꾸며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3년 전에 유행했던 옷을 입힌다고 될 것이 아니며, 또 지금 유행하는 옷을 입는다고 될 것이 아니다. 내 몸에 꼭 맞는 옷을 찾아 입을 수 있어야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금 내 몸 상태가 어떠한지, 무엇보다 나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프린지를 통한 해외진출은 해외진출을 위한 하나의 거점과 전략일 뿐, 전부가 아니다. 그리고 그 거점과 전략을 다양화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단체 스스로의 몫일 것이다. ** 위 인터뷰 기사는 8월 14일 네트워킹 런치(영국 에딘버러 포인트 호텔)에서 오고간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기사입니다. 필자 김지우(예술경영지원센터 지원컨설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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