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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팅룸] 유럽ㆍ아시아 공연예술 기획자들의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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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7-11-02 조회수 2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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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팅룸]

유럽ㆍ아시아 공연예술 기획자들의 수다

주디스 나잇(영국 아츠 어드민 디렉터 ) & 암나 쿠스모(인도네시아 케롤라 재단 대표)

IETM(유럽공연예술회의) 서울회의(07. 10. 11~14)에 참가하기 위해 유럽과 아시아의 기획경영 전문가가 대거 서울을 방문했다. 이 소식은 문화예술 기획경영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고자 했던 편집부에게 좀 더 인터내셔널한(!) 기획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영국 아츠 어드민(Arts Admin) 디렉터 주디스 나잇(Judith Knight)과 인도네시아 케롤라 재단(Kelola Foundation) 대표 암나 쿠스모(Amna S. Kusumo)를 만나 공연예술 기획경영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의 기쁨과 고충, 삶의 에너지에 대한 솔직하고도 유머 넘치는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예술과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랑을 지키는 것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센터) : 공연예술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신 두 분을 모시고, 공연예술 기획경영 인력에 대한 이야기, 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 그리고 이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자 하는 젊은 친구들이 이것만은 꼭 알았으면 하는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나누고자 한다. 우선, 이 분야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암나 쿠스모(이하 암나) : 한마디로 사고였다. 아니 우연이었다.(웃음) 공연 보는 것을 좋아해 자주 다녔다. 평소 좋아하던 예술가가 어떤 작품의 제작 의뢰를 받고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뭐가 어려워, 그냥 하면 되지.”라고 했다가 결국 그 일을 맡게 되었다. 그것이 첫 경험이다. 사실 일을 하게 된 동기는 매우 간단하다. 지금도 마찬가지인데 나의 친구인 예술가들을 도와주기 위해서이다. 예술가는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커뮤니티, 공동체를 위한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주디스 나잇(이하 주디스) : 지금 젊은 친구들은 예술경영 관련학과를 졸업하는 등 이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분명한 이유를 갖고 일을 시작하는 반면, 내가 일을 시작했을 때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대학 졸업 후 우연한 기회에 글래스고우(Glasgow)에 있는 시민극장에서 임시직으로 일을 하게 되었는데, 프로그램도 시스템도 전부 새롭고 놀라웠다. 그 때문에 계속 일을 하게 되었다. 어떤 경력을 쌓기 위해 일을 계속 한 것이 아니라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정말 우연인 셈이다. 암나 : 공연관련 일을 하는 것은 사랑에 빠지는 것과 같다. 사랑에 빠져본 사람은 알겠지만, 어느 때가 되면 사랑 때문에 참고 견디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정말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사랑에 빠졌지만 어느 순간 그 사람과 계속 사랑하기 위해 참고 견딘다는 것 말이다.

휴일,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센터 : 한국 공연예술 분야의 노동시간은 결코 적지 않다. 그럼에도 합당한 금전적 보상이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한국의 경우 1주 40시간 근무를 법적으로 정착시켜 나가고 있는 중인데, 공연예술계에서 이를 시행하고 있는 공연예술관련 단체는 약 40%이고, 주 50시간 이상이 약 20% 정도 된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하지만 공연 시기, 작품 수에 따라 변수가 많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를 내기 힘든 상황이다. 암나 : 인도네시아의 근로시간에 대한 정확한 수치를 알 수는 없지만, 내 경우를 보면 경영관리 회사에서 노동 상태를 분석해준 적이 있었는데, 170% 일하고 있는 결과가 나왔다. 평일 저녁, 토요일, 일요일. 일하지 않는 날이 없었다. 월요일에 지역 워크숍이 있으면 주말에 워크숍 장소로 가서 준비를 마쳐야 하니, 초과 근무는 거의 일상이다. 주디스 : 이 일은 정말 어려운 직업이다. 퇴근 후에 집에 가서 여가를 즐기거나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정말이지 일을 사랑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일주일에 6~7일,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일을 하는데 일이 재미가 없다면 그 많은 노동 시간을 어찌 견뎌낼 수 있겠는가. 공연관련 일은 스트레스도 많고, 노동시간도 길다. 이쪽 분야에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공연은 여가이기 때문에, 공연계 일이 힘들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암나 : 어떤 조사를 결과를 봤는데, 예술계에서 일하고 싶은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부자가 아니기 때문에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많았다. 예술계에서 일하면 돈을 벌기 힘들다는 것은 공공연한 인식인 것 같다. 얼마 전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일을 했는데, 제1바이올린 주자가 로스쿨을 갓 졸업한 젊은이들과 똑같은 봉급을 받는 것을 보고 놀랐다. 세계적으로 명성 있는 로열 필인데 말이다. 센터 : 최소한의 삶의 질 보장을 위하여 국가차원의 사회보장 장치가 있지만(국민, 건강, 고용보험 등) 보험료 부담 등의 이유로 많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영국과 인도네시아의 상황은 어떠한가? 암나 : 처음에는 어림도 없었지만, 지금은 정규직에겐 제공하고 있다. 직원들을 위해서 건강보험 등은 꼭 챙기려고 노력한다. 주디스 : 영국에서는 의무 사항이다. 해외 투어의 경우에는 해외 보험도 들고 있다.

유머의 기술 센터 : 이 분야에서 일하면서 어느 때 좌절하게 되는지 궁금하다. 특히 지금은 공연예술 현장 경력이 쌓였기 때문에 젊은 친구들에 비해서는 덜하지 않나? 주디스 : 사실 거의 매일 느낀다.(웃음) 상황이 점점 좋아지고는 있지만. 특히 재원조성과 관련한 부분은 언제나 문제다. 또 일은 해도 해도 줄어들지 않을 때가 있다. 시간이 조금 더 있었다면, 사람이 더 있었다면 더 잘했을 거라고 항상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는 자신이 문제다. 열정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겠지만, 스스로를 못살게 구는 것뿐이다. 수요는 항상 증가하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거나, 일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이다. 암나 : 열심히 일 했는데 대가가 없을 때도 많아 좌절하기도 하겠지만, 일단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주디스 : ‘작품이 성공했을 때는 예술가가 뛰어나서이고, 작품이 성공하지 못했을 때는 프로듀서나 매니저가 잘못했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프로듀서나 매니저는 인정을 못 받는다는 말이다. 이 일이 ‘히든 잡(hidden Job)' 인 것은 사실이다. 암나 : 그럴 때마다 농담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 얼마 전 한 스텝이 정말 친절하게 전화통화를 하고, 전화를 끊자마자 “아아악~”하고 소리를 지르더라. 전화는 불친절하게 받을 수 없었지만, 그러면서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이다. 그렇게 소리 지르면서 스트레스를 푼다.(웃음) 동료들과 이야기하고, 농담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일종의 생존을 위한 기술 같은 것이다. 계속 좌절하고, 스트레스로 폭발하는 것 보다는 유머감각을 기르는 게 낫지 않은가. 매개자로서의 커뮤니케이터 센터 : 공연기획자가 되려면, 혹은 공연기획자로 더 발돋움하기위해서 어떤 자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주디스 : 무엇보다 좋은 커뮤니케이터가 되어야 한다. 예술가, 극장, 관객 모두에게 말이다. 어떨 때에는 통역자가 되어 예술가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잘 이해하고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은 누구나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커뮤니케이터란 매개하는 자를 의미하며, 기술만 믿고 밀어붙이는 사람이 아니다. 신뢰를 우선으로 예술가, 극장, 관객을 연결하는 자이다. 커뮤니케이션은 기술이라기보다는 인간성, 인내의 문제다. 암나 : 또, 진취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어느 누구도 나에게 돈을 지원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라고 말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따내야 한다. 주디스 : 그렇다.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 하더라도 포기하지 말자. 거절당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이 나는 게 아니다. 또, 거절을 당했을 때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평소 하던 대로 안전하게 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 보다는 그것을 타개할만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일에는 위험 요소가 있고 그에 대한 책임감도 따른다. 센터 : 바쁜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어 감사하다. Impossible is Nothing! 이 광고 카피에 열광했던 때가 있었다. 아마도 지금보다도 나이가 더 어리고, 호기심도 많고, 자신감에 차 있던 때였을 것이다. 정말 그 때는 이 말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열정만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던 문제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가벼운 지갑과, 잦은 야근으로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은 체력, 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고, 모든 것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영국도, 인도네시아도 상황은 거의 비슷했다. 공연이 좋아서 이 분야의 일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스트레스는 심하고, 노동시간은 길고, 그에 대한 대가가 거의 없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결국 스스로가 선택한 길을 용기 있게, 진취적으로, 지속하고 있었다. 그리고 스트레스로 폭발하는 것 보다는 유머 감각을 기르는 게 낫다는 아주 훌륭한 충고도 해 주었다. Holiday is Nothing! 지금 우리의 환경이 모두 좋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발전하고 있지 않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 속도가 빠르지 않은 것일 뿐. 일단 내가 선택한 길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포기하지 말자. 이런 패러디 카피로 살짝 웃으며 말이다. 관련 링크 영국 아츠어드민 http://www.artsadmin.co.uk/home/ 인도네시아 캐롤라재단 http://www.kelolaarts.or.id/ ◎섭외 : IETM서울회의 실무준비팀 ◎통역 : 김소연(국제교류팀) ◎글 : 김지우(지원컨설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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