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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일기]우리끼리만 아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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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7-12-05 조회수 2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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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일기]

우리끼리만 아는 얘기

오늘은 먼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가사의 일부를 소개한다. 우리의 사랑스런 조승우 님의 목소리로 한번 다음 가사를 음미해보자. 14일 밤 11시 56분, 나 홀로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나 홀로 끝내야만 한다 이 공연의 대상은 결코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되어야함을 깨달았다. ♪ ~나도 모를 알 수 없는 주변에서 일어날 모든 일들을 이제는 다 받아들여야 할 수밖에~ ♪ ‘지킬 앤 하이드’의 아름다운 가사를 자세히 보면 책임자로서의 첫 공연 혹은 행사 전날 기획자의 마음을 표현한 노래로 손색이 없다. 위의 가사는 첫 공연 전날 밤늦게 퇴근하여 이부자리 위에서 천정을 바라본 채 초조해하는 기획자의 심정을 토로한 노래로 특히 마지막 행의 ‘이제는 다 받아들여야 할 수밖에’라는 대목은 심금을 울린다. 가사의 주제를 요약하자면 ‘공연 전날 밤, 시적 화자가 느끼는 절대 고독의 절절한 표현’이다.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내일은 기획 담당자로서의 첫 공연이 있는 날, 늦은 밤 겨우 퇴근해서 침대에 누웠지만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점점 저 발끝에서 올라온다. 이제 시작이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 문자를 보내고, 다시 쓰러졌다가 또 벌떡 일어나 무릎 꿇고 휴대폰을 손에 쥐었다가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내려놓고, 이불속에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결국 컴퓨터를 부팅시켜 메일 한통을 보내고, 다시 누워 벽지의 무늬를 바라보다가 무대의 벽지무늬에 관한 세팅사항이 떠올라 크게 포효한다. 여기까지 보면 거의 ‘지킬’이 ‘하이드’로 변하는 변신과정과도 흡사하다. 그 순간, 진동으로 해놓은 휴대폰이 울린다. 이 늦은 시간, 고요한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침대 구석에서 온 힘을 다해 죽어라 빛을 발하는 그 녀석을 발견하면 정말이지 가슴이 철렁한다. 이 시간에 전화가 온다는 건 분명이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조심스레 다가가 그 녀석을 덮쳐 익숙한 번호가 아님을 발견한 순간이면 그때부터 가슴이 쿵쾅대기 시작한다. 배우가 갑작스레 아프기 시작한 건 아닐까? 혹시 무대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게 아닐까? 크게 심호흡을 하고 전화를 받는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도 어디선가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긴장감으로 오늘도 잠을 설치는 모든 공연기획자들. 문화의 최 접점에 있지만 문화적 대우보다는 처리해야할 서류와 돈이 더 익숙한 가운데, 절대 고독의 순간은 또다시 다가온다. 그러나 불변의 진리는 공연 날은 반드시 온다는 것이며, 그 공연은 또한 지나간다는 것이다. (너무 비장한 마무린가?)
글 : 꿈쟁이(11dreamer11@naver.com) 익명을 요구한 필자는 대학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고, 현재 2년차 공연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림 : 알프(holy@alph.pe.kr) 본명은 김남석. 소싯적 공연과 축제를 만드는 일에 필이 팍(!) 꽂힌 적이 있었으나, 생계유지가 힘들다는 판단 하에 조기 전업하였다. 지금은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으나 생계유지는 소싯적보다 더 어려워지고 있다. 천운과 감각 하나만 믿고 사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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