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예술을 지켜나가는 방법 - 따로 또 같이, 극장 네트워크
문화공감그룹 7star & 아트플러스 시네마 네트워크
예술도 자본주의의 산업화 바람은 피해갈 수 없었다. 사람들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릴 수 있는 가벼운, 더 가벼운 공연과 영화를 찾고, 대중의 입맛에 착착 감기는 영화와 공연 제작과 투자가 화젯거리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달달한 맛이 잘 팔리지만, 시큼하기도 하고, 쌉싸름하기도 한, 다양한 종류의 맛을 찾는 단골 관객이 있기 때문에 꾸준히 예술영화를 상영하고, 소극장 공연을 올리고 있는 극장들이 있다. 대학로 7개 소극장 네트워크, ‘문화공감그룹 7star'의 보도자료에는 “관객우선주의로 새로운 연극르네상스를 연다”는 문구가 큼직하게 박혀 있었다. 예술영화 상영관 네트워크,’아트플러스 시네마 네트워크‘가 발간하는 무가지, <넥스트 플러스>의 헤드카피는 “나는 다른 영화를 보러 간다” 이다. 그들은 비록 장르는 다르지만, 단골 고객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극장 네트워크를 통해 공동 기획 및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집합을 갖고 있다. 2008년 새해를 맞아 예술현장의 새로운 활력을 찾기 위해 문화공감그룹 7star의 박장렬 상임이사와 아트시네마네트워크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최선희씨를 만나 그들의 이유있는 선택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극장 네트워크, 왜 만들게 되었는지?
박장렬(문화공감그룹 7star 상임이사) : 저는 개인적으로 극단 대표이자, 연출을 십 년 이상 해 오고 있는데, 영화로 말하자면, 독립영화 쪽이에요. 대중이나 상업적인 게 요즘에 잘 되고 있지만요.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진데, 한국으로 치면, 정극을 보러 오는 관객들이 주니까, 힘들어하고 있어요. 그래도 50년, 70년 역사를 가진 극단이 자체 극장을 가지고 있어서 버텨낼 수 있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는 아쉽게도 극장을 가지고 극단 경영을 구체적으로 이끌고 오는 팀이 없어요. 산울림 하나 있나요? 극장이 절 같아서 어느 절에 가면, 어떤 스님이 있고, 분위기가 있고, 정신적인 푯대가 있다는 상징성을 가진 극장이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제가 관심 있는 건, 정극이랄까, 사실주의, 실험극들인데, 제가 세븐스타를 만들기 전에 극단 간 연대를 도모하기 위해서 만든 게 ‘100만원 연극 공동체’였어요. 올 해가 4회째인데, 극장이 없어 전투적인 기획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었어요. 대관에 구애받지 않고, 가능한 일이 없으니까요. 2년 정도 이걸 준비를 하다가 작년에야 우여곡절 끝에 7개 극장을 모아서 세븐스타를 만들었어요. 소극장들이 모여서 유통과 경영까지 통합적으로 해보자고 만들어진 극장 네트워크가 ‘문화공감그룹 세븐스타’입니다. 가변무대, 글로브극장, 단막극장, 동숭무대, 우석레파토리, 76스튜디오, 혜화동1번지가 같이 하고 있습니다. 최선희(한국영화진흥위원회 국내 2팀, 아트플러스 시네마 네트워크 담당) : 저희도 극장 네트워크에요. ‘아트플러스 시네마 네트워크’는 예술영화 전용 극장 네트워크라고 볼 수 있죠. 민간에서 만든 게 아니라,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 상영관에 대한 지원책에서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는 점이 다른 것 같네요. 2003년에 9개 극장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27개로 늘어났고, 서울 지역은 하이퍼텍 나다, 광화문에 있는 씨네큐브, 스폰지 하우스 등이 대표적이죠. 지방의 경우에는, 단관 극장이라고 하죠? 멀티플렉스가 90년대에 생기면서 오래된 단관 극장들이 문을 닫는 경우가 생겼는데, 그 중에서 몇 관들이 상업 영화로는 생존하기가 힘들어서 예술영화를 틀기 시작했어요. 영화진흥위원회는 1년에 한 번씩 별도 심사를 거쳐서 아트플러스 시네마 네트워크극장을 선정합니다. 지원이 결정되면, 우선 극장 운영비를 지원해줘요. 200석 기준, 1년에 219일 이상 예술영화를 틀어야 하고, 기준일 내 70일 이상 한국영화를 상영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어요. 이걸 만족시키면, 5,200만원, 200석 안 되는 작은 상영관은 3,200만원 정도 지원을 받아요. 이게 인프라에 대한 지원이라면, 컨텐츠에 대한 지원도 있어요. 최근에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이 늘어났는데, 멀티플렉스 같은 곳에서는 상영을 안 해주죠. 1년에 10편씩 개봉 지원금을 마련했어요. 3,0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까지 개봉 마케팅 비용으로 쓸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또, 극장 별로 극장의 특성을 나타내 줄 수 있는 프로그램, 회고전이랄지, 기획전을 지원하고 있어요. 이런 행사가 많아야 관객들이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것을 여기에서 볼 수 있다는 생각을 만들어 줄 수 있어요. 그래서 스폰지하우스에서 하는 일본인디페스티벌과 같은 것을 아트플러스 소속 5개 이상의 영화관에서 하는 조건으로 지원하고 있어요. 나머지는 공동 홍보인데, 아트플러스 자체 홈페이지가 있어요. 여기에서 티켓을 사시면, 인터넷 예매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있어요. 다른 건, 보신 적 있는지 모르겠는데, 씨네21과 협력해서 ‘넥스트 플러스'라는 무가지를 3만부 만들어서 격주로 전국 영화관과 홀리스 커피숍에 배포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극장을 한 번 찾은 사람이 또 오잖아요? 상영일정표, 프리뷰와 리뷰 등을 실어서 그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지가 되는 것 같아요.
소수의 관객을 만족시키는 믿음과 소통의 기술
박장렬 : 소극장에서 기획하는 사람이나, 대극장에서 기획하는 사람이나 연극계에서 관객을 바라보는 관점이 똑같은 건 문제에요. 예를 들어, 소극장에서 100석에서 한 달 공연하면 3,000석, 1,000석 대극장이라면 30,000석이 들어야 하는데, 왜 둘 다 타겟은 항상 서울 시민 전체입니까? 소극장은 사실, 3,000석 중에 1,500명만 들어도 되는데, 그 정도면 특정한 사람들일 수 있는 거잖아요? 마치 그물을 확 던져서 사람들을 끌어 올리려고 하지만, 그물코가 너무 커서 다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인데, 연극도 일반 관객들이 인식할 수 있는 브랜드가 필요하죠. 뮤지컬은 브랜드가 분명해서 관객들은 기대를 하고, 제작하는 입장에서도 어떤 걸 충족시켜야 하겠다는 게 있는데, 연극은 그게 없는 게 문제인 거죠. 말씀하신 것처럼 하이퍼텍 나다에 가면, 거기에서는 어떤 영화를 보겠다는 기대감이 있는 것 처럼요. 사실, 거기에서 <인디아나 존스>같은 영화를 보면, 짜증이 나지 않겠어요? 그런 색깔이 필요한 시점인 거 같아요. 사실, 연극은 몇 만은 들어야 하는 영화와 달라서 불과 삼천 명만 와도 잘 되는 건데, 그런 작은 인원을 잡기 위한 작은 전략적인 기획 경영이 필요한 것 같아요. 대학로 극장들은 정체성이 없다보니까, 부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극장이 대관 보다는 프로듀싱을 해야 자기 색깔을 가질 수 있는데, 대관료를 받아야 극장 운영이 유지가 되니까, 기획을 포기하게 되죠. 관객도 어느 극장에서 어떤 공연을 봐야할 지, 감을 못잡죠. 아까 일본의 예를 들었는데, 일본도 한국과 비슷하게 상업주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극단이 아무리 힘들어도 극장이 재생산하는 인력과 공간이 있어서 자기네의 색깔을 지켜나갈 수 있어요. 그런 극장이 있기 때문에 그 공간에서 좋은 연극을 본 젊은 친구들은 거기에서 작업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렇게 좋은 연극인들이 다시 배출되는 게 중요한 거죠. 한국은 그런 공간이 없다보니, 정확하게 자기 색깔로 작업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점점 없어지는 게 문제인거죠. 푯대가 없으니까, 조그만 외풍이 불어도 다들 카멜레온처럼 모습을 팍팍 바꾸고 있는 상황이죠. 최선희 : 독립영화는 연극과 달리, 관객들에게 확실히 인지는 되어 있는데, 이게 외려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어요. 80년대에 한국독립영화가 독재에 저항하거나, 사회를 비판하는 다큐멘터리, 장편영화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여전히 그런 내용일거다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재미없고, 기술적으로 못 만든, 최근에 단편영화가 독립영화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저예산의 이미지가 추가됐죠. 그래서 저희(영화진흥위원회를 가리킴) 지원을 받아서 만들어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홍보할 때, 그걸 빼요. 또는, 아트플러스 영화관에서 상영하자고 하는 제안을 거절하는 감독들도 생기게 됐죠. 브랜드 네임, 독자적인 색깔을 갖는 게 연극 쪽도 중요해 보여요. 영화의 경우에는 지방의 작은 극장들도 각각의 특성들이 조금씩 분명히 있어요. 특히, 블로그나 까페 활동, 뉴스레터 등을 통해서 이걸 강화시키는 게 있죠. 영화 끝나고, 관객끼리 모임도 갖고, 특정 영화 상영을 요청하기도 하구요. 이런 피드백으로 영화관이 색깔을 갖게 되고, 안정적인 관객층을 확보해서 다음에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나다가 그런 경우고. 저는 광화문에 있는 씨네큐브를 종종 찾는데, 이곳은 다른 영화관과 다르게 4, 50대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많이 오세요. 이 분들은 백두대간의 이광모 감독이 운영하던 동숭시네마떼끄 시절부터 상영하는 유럽 예술 영화, 타르코프스키같은, 보고싶은 분들이 방문하세요. 그 분들은 씨네큐브에서 무슨 영화를 상영하더라도 올 거에요. 관객은 극장에 대한 믿음으로부터 영화를 보러오는 것 같아요.
관객은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
박장렬 : 사랑티켓 이전에는 연극도 영화처럼 고유한 색깔을 가진 소극장들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극단들은 극장을 기반으로 극단 까페 회원들을 관리하면서 충성 관객들을 가지고 있었죠. 사랑티켓이 들어오면서 그 체계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홍보와 마케팅은 사랑티켓을 통해 이루어져야만 효력이 있었고, 관객들은 사랑티켓이 주는 지원금에 익숙해져 할인 없이 제값 다 내고, 공연보는 것은 멍청이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인식이 박히게 된 것 같습니다. 100석 미만의 소극장들이 고유 레퍼토리를 올려서 수익 창출하기는 더 어려워졌고, 제작 기본 요건이 갖추어지질 않다보니, 극장 자체 브랜드 공연을 하기는 어려워진 겁니다. 영화 쪽에서도 극장에 대한 관객의 기대, 말씀을 하셨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보러왔을 때, 실망하지 않는 거죠. 그만큼 컨텐츠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대학로 공연계 구조 상, 소극장들이 대관 없이 먹고 살기 어렵고, 대관의 경우에는 컨텐츠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세븐스타는 소속되어 있는 7개 극장이 공동으로 컨텐츠를 공유해서 시즌마다 기획공연을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만든 것입니다. 다른 공연장에서 대관 공연을 하더라고, 그 기간에 세븐스타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색의 공연은 세븐스타 소속의 다른 공연장에서 볼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최선희 : 분명한 건 관객의 수요와 반응에 의해서 이 네트워크(아트플러스 네트워크)가 생겼다는 겁니다. 영진위(영화진흥위원회를 가리킴)의 직원 한 명이 어느날, 갑자기 제안해서 생긴 지원 제도와 네트워크가 아니라는 거죠. 제작, 상영, 유통까지 틀어쥐고 있는 멀티플렉스가 전국적으로 생기게 되자, 단관극장이나 재개봉관이 사라지게 됐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예술영화를 보고자 하는 수요가 있었고, 관객은 물론이고, 끊임없이 영화인들이 예술영화 상영에 대해 정부에 이야기 했습니다. 그런 7년의 노력의 결실이 빛을 보게 된 게 영진위의 사업, 아트플러스 네트워크입니다. 60년대에 만들어져 건물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광주극장은 2005년과 2006년을 비교할 때, 관객이 160%나 증가했습니다.
따로 또 같이, 앞으로도 함께
박장렬 : 세븐스타는 특정 타겟과 그들의 기대 성향에 맞는 극장을 개발할 겁니다. 그 모델이 세대별 축제인데, 중장년층에 대한 지속적인 공연과 축제가 가능하리란 생각에서 발전시킨 것입니다. 기금 지원 여부가 결정 나지 않아서 올 해 예산에 대한 위험 부담을 안고, 극장주들이 공동으로 개최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미래지향적인 발전방향은 탈대학로죠. 아시다시피, 대학로에는 극장이 100개나 있는데, 100개의 극장 속에서 살아남는다는 건 홍보력이 있어야 하고, 그 쪽으로 투자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는 거죠. 그래서 정극이나, 실험극, 연극 본래의 작업을 하던 팀들은 위축되어 가고 있습니다. 결국, 몇 개의 극장들이 모여서 장기적인 관객개발을 하고, 어느 시기에 한꺼번에 극장을 팔아치우고, 모인 관객들과 함께 대학로를 뜨자가 저희 세븐스타의 원대한 목표였습니다. 지금은 사정 문제로 흔들흔들한 위기 상황인데, 타개 방안을 찾고 있는 중이에요. 최선희 : 2007년에 처음으로 ‘넥스트 플러스 여름영화 축제’를 했어요. 서울과 부산에 유일하게 있는 두 개의 시네마떼끄, 서울 지역의 아트플러스 소속 7개 극장들이 7,8월, 한 달 동안 극장들이 하는 영화 축제를 한 거죠. 영화제 중에 극장이 주체가 돼서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었는데, 각 극장들이 극장의 성격에 맞는 기획전들을 마련했어요. 나다는 다큐멘터리가 강하고, 씨네큐브는 유럽영화가 강세죠. 극장 브랜드 네임과 인지도를 올리자는 의도로 기획했던 건데, 약간의 효과가 있었던 것 같고, 가장 큰 성과는 5천만 원을 지원했던 서울시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단 거에요. 서울시가 다음 행사 지원을 약속했고, 영진위의 지원금도 올해는 더 늘려서 전국의 아트플러스 극장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축제를 기획하려고 합니다. 극장 컨셉은 다양하게 가지고 가되, 하나의 주제나 테마를 제시하는 것도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좌담회 내내, 가장 많이 거론된 단어는 아마도 ‘색’, ‘색깔’이었지 싶다. 여러 사람의 취향이 검정과 하얀 색이라 해서 그것만 생산한다면, 다른 색 크레파스는 점점 몽툭해지고, 아예 사라질 지도 모른다. 아트플러스와 세븐스타가 지켜나가고 싶어하는 다양한 ‘색깔’은 신자유주의 성장논리에서 비껴나 있는 것이 옳다. 누가 무지개를 그리고 싶어 할 내 아이의 손에 검정과 하얀 색 크레파스만 쥐어주고 싶겠는가? 이 시대의 ‘색깔’을 지키고자 하는 두 극장 네트워크의 노력에 상응하는 보상과 지원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행_황지나(지원컨설팅팀) 글_신민경(국제교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