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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춤의 흔적과 기억을 기록으로 재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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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8-05-07 조회수 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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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춤의 흔적과 기억을 기록으로 재생하기 - 2008년 한국무용기록학회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하며 -

김재리 (한국무용기록학회)

소멸되어가는 춤 흔적을 찾아서 최근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는 대중들의 흥미를 끄는 전시가 있었다. 미국의 유명 미술가들의 러브레터들을 전시하는 것이었는데, 예술가의 사적인 자료들을 활용한 이 참신한 기획은 예술가의 인간적인 모습에 공감하는 대중들을 박물관으로 유인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미 세계 여러 나라의 아카이브 현황은 예술 자료들을 수집, 보관하는 단계를 넘어서 대중들이 향유할 수 있는 예술 자료의 활용 단계에 이르렀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예술자료의 전시는 물론, 수집, 보관하는 방법에 대한 체계화조차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무용계에는 춤자료의 수집과 저장을 둘러싼 문젯거리가 산재해있다. 우리 주변의 춤 흔적은 소멸되어 가고 있고, 원로들의 몸 기억은 희미해져가며, 옛 기록들은 원래의 기능을 잃고 필요에 따라 의미가 조작되어가고 있다. ‘살아있는 문화유산’인 춤의 저장과 전시를 위한 전문화, 특성화된 아카이브의 건립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소멸되어가는 춤 흔적을 찾기 위한 시작으로 지난 3월부터 진행된 국립국악원의 심소 김천흥 탄생 100년 기획전시는 조선시대 마지막 무동으로서의 故 김천흥 선생이 걸어온 발자취를 통해 한국무용의 역사적 흔적을 되새겨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특별 전시는 ‘무용가’를 주제로 한 국내 최초의 전시로서 많은 무용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영상을 이용한 흥미로운 자료들은 춤이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故 김천흥 선생의 소장품을 기증받는 것으로부터 시작한 춤문화자료원의 김천흥 컬렉션도 선생의 인품이나 개성 등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는 생생한 자료들과 춤이 가진 고유의 특성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자료들을 소장하고 있다. 이 기관은 춤전문 아키비스트들의 춤에 대한 전문지식을 토대로 무용, 그리고 무용가만이 갖는 특성을 고려한 체계적인 춤자료의 수집, 기록에 관한 연구와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참신한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

스미소니언 미국 미술 아카이브 러브레터 전시 작품.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Konrad & Florence Cramer, Jackson Pollock & Lee Krasner의 사진과 Xavier Gonzalez의 필적

스미소니언 미국 미술 아카이브 러브레터 전시 작품.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Konrad & Florence Cramer, Jackson Pollock & Lee Krasner의 사진과 Xavier Gonzalez의 필적

춤 흔적을 담는 공간, 춤 아카이브 춤은 인간의 ‘살아있는 몸’을 매개로 펼쳐지기에 다른 예술에 비해, 생성, 기록, 보존, 재생성에 있어서 본질적으로 보다 큰 어려움을 갖는다. 한번 스쳐 지나가면 사라지는 춤예술의 기억을 위하여 사라진 춤의 흔적들을 담는 공간이 필요하며, 춤아카이브(archive)는 이러한 기능을 하는 기관이다. 즉, 춤 아카이브는 춤자료를 수집하고 보관하며 이를 토대로 춤의 조사 및 연구를 가능하게 하며, 수집된 춤자료의 전시와 활용을 통해 대중을 위한 문화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춤아카이브는 춤예술 자료의 가치를 보존하고 확산한다. 춤예술 자료 재생산의 근원으로서 한국 춤의 기록, 보존, 활용의 기반이 되며 이를 문화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또한, 춤문화 자료의 사회적 공유 및 이용체제를 확립하게 된다. 춤자료를 기반으로 춤 창작 및 연구를 용이하게 하며, 춤문화 자료를 활용한 전시 및 교육을 통하여 대중에게 봉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춤 전문 아키비스트 및 연구자를 양성할 수 있다. 춤전문 연구센터를 운영하여 춤자료의 기록, 보관, 전시를 위한 다양한 연구방법을 창출할 수 있으며 춤전문 아키비스트의 재교육과 후속 연구자를 양성하게 된다.

뉴욕 공연예술 공공도서관 전경  뉴욕 공연예술 공공도서관 전경

국내 춤아카이브 건립을 위한 노력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여 세계 각국에서는 자국의 전통문화 보호와 문화산업의 촉진을 위해 공연예술 전문 아카이브 설립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이미 선진적인 기관을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기능별로 전문화된 기관의 운영 및 IT 기술의 발전으로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등 운영방법 또한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IT 기술이 세계 최고에 도달했다는 한국에서는 춤을 기록, 저장, 보급하기 위하여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단 한 개의 민간자료관이 소규모로 운영될 뿐 국가에서 운영하는 춤아카이브 기관은 전무한 상황이다. 하지만 몇 년간 춤자료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많은 무용인들의 활발한 논의와 더불어 국가적 차원에서의 공연예술 아카이브 건립에 관한 검토가 진행 중에 있다. 한국무용기록학회에서도 2004년부터 공연예술 아카이브를 주제로 한 월례특강과 국내학술심포지엄 “살아있는 예술, 그 흔적을 위한 공간”을 개최하며 한국의 전문 춤아카이브 건립과 기반 조성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관련 기관 및 예술인들의 관심을 촉구한 바 있다. 세계 춤아카이브를 통해 보는 가능성과 미래 한국무용기록학회(회장: 유미희, 경인교육대학교 교수)는 2008년 5월 16일(금) 제4회 국제학술심포지엄 “춤유산의 저장고: 세계 춤아카이브의 현황(Archiving Dance Heritage: Emerging Issues from the World Dance Archives)”을 개최한다. 미국, 독일, 이스라엘, 중국, 일본, 한국 등 총 6개국의 춤과 예술 아카이브 기관장 및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춤아카이브의 성공적인 건립과 운영 사례에 대해 논의하고 한국춤문화자료원 건립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며, 부대행사로 5월 17일(토)에 있을 세계적인 석학 에드리언 케플러 박사(Adrienne Kaeppler, 스미소니언박물관 인류학연구소 인류학자/큐레이터)의 “특별강연- 춤인류학 연구의 최신 경향” 과 5월 19~20일(월~화)에 “국제워크숍-예술인 구술채록 방법론” 을 소개한다. 특히 한국의 아르코예술정보관과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공연 및 디자인 박물관의 구술사 프로그램이 축적한 성과를 바탕으로 구성된 ‘예술인 구술채록 워크숍’은 살아있는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질적 연구로 예술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고 있는 구술채록 방법론을 국내 공연예술 연구자들과 널리 공유하는 자리이다. 스미소니언 박물관(Smithsonian Museum), 샌프란시스코 박물관(The San Fransico Museum of Performance & Design), 뉴욕 공연 예술 공공 도서관(The New York Public Library for the Performing Arts), 독일 라이프치히 댄스아카이브(Tanzarchiv Leipzig), 이스라엘 무용도서관(The Dance Library of Israel), 와세다 대학 츠보우치 박사 기념 연극 박물관(The Tsubouchi Memorial Theater Museum of Waseda University), 중국 국립예술연구소, 국립극장 공연예술자료관, 국립국악원, 심소 김천흥 기념 사업회 등 국내외 예술 아카이브의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이번 심포지엄은 우리나라 예술 기록의 효과적인 관리ㆍ활용을 위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이지는 자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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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참가자 소개  에드리언 케플러 박사에드리언 케플러 박사 기조연설 특강-춤인류학 연구의 최신 경향 애드리언 캐플러(Adrienne Kaeppler) 박사는 세계 각국을 순회하며 강연과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세계적인 석학임에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그 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캐플러 박사는 자신의 연구 분야인 인류학, 민족음악학, 무용인류학, 예술사 등을 미국 전역의 다양한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하와이 대학, 메릴랜드 대학, 퀸스대학, 존스홉킨스 대학, UCLA 등을 들 수 있다. 캐플러 박사가 소속된 기관인 국제전통음악협회(ICTM: International Council for Traditional Music)는 각국의 음악 및 춤의 연구와 보존을 목적으로 하는 세계적인 예술연구단체이며, 미국 워싱턴 D. C.에 위치한 세계 최고의 아카이브인 스미소니언박물관은 지난해 6월 개별국가로는 처음으로 독립적인 전시공간인 한국실이 문을 연 곳이다. 그리고 세계무용연맹(WDA: World Dance Alliance)은 비영리적, 비정치적, 비종교적인 NGO로써 세계 무용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캐플러 박사가 WDA 미주지역의 회장으로 선출된 것은 그녀의 세계적 명성을 대변해 주는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캐플러 박사의 연구 성과들은 발표하는 즉시 세계 무용/음악학의 중심 경향이 되고 있다. 캐플러 박사의 연구 경험과 주요 연구 성과가 발표되는 특강시리즈를 통해 한국의 무용/음악 학자들은 세계 학문의 중심에 성큼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제프 프리드먼 교수 제프 프리드먼 교수 세션 1 발제 구술채록 워크숍(미국 예술구술사의 현황과 특징/ 구술채록 방법의 실제) 제프 프리드먼(Jeff Friedman) 박사는 고전발레와 컨템포러리 댄스, 그리고 무용사와 관련된 실제와 이론을 연구하는 학자이며 무용가이자 교육자이다. 1988년에 프리드먼 박사는 캘리포니아 베이 지역(Bay Area) 무용인들의 생애사를 기록하는 라는 구술채록 프로젝트를 창안했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결과로 1995년 베이 지역 이사도라 던컨 상(Bay Area's Isadora Duncan Award), 2003년 남서부 구술사 협회 제임스 민크 상(Southwest Oral History Association's James V. Mink Award), 2008년 중부 애틀랜틱 구술사 협회 포레스트 포크 상(Mid-Atlantic Oral History Association's Forrest C. Pogue Award)을 수상했다. 이 외에도 프로젝트는 7회의 국가예술기금(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 Award), 10년간의 캘리포니아예술협회(California Arts Council) 기금 등 수많은 기금을 받았다. 그의 주된 관심은 구술사 이론 및 방법론과 실제를 포함하여 무용학의 원천 자료인 창작과 연구에 있다. 특히, 춤이 갖는 일회성이라는 전통적인 구술/신체 중심의 한계성을 벗어나고자 인지언어학, 라반움직임 이론, 예술사 및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현대적인 창작을 기록화(documen-tray modes)하는 연구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는 『The Oral History Reader(구술사의 독자들)』(Altamira, 2003)와 『Sounds and Gestures of Recollection: Art and the Performance of Memory(소리와 움직임의 재수집: 예술과 공연의 기억)』(Routledge, 2002)의 공동 집필자로 참여했고, 질적 사회과학 포럼(Qualitative Social Science Forum), 호주/뉴질랜드 무용학술지(The Australian/New Zealand Dance Research Journal) 영국 구술사학회지(The British Oral History Society Journal) 등 여러 학회지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또한, 춤과 구술사에 관련하여 국제구술사협회(International Oral History Association), 미국구술사협회(National Oral History Association), CORD 무용연구회(Congress on Research in Dance) 등 세계적인 학술회의에서 수차례에 걸쳐 공연, 논문발표, 워크숍을 가졌다. 현재 제프 프리드먼 박사는 러트거스대학교(Rutgers University)의 무용과 교수, 샌프란시스코 공연 및 디자인 박물관(San Francisco Performance & Design Museum)의 구술사프로그램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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