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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정한 예술경영이란 사람을 이해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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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8-05-21 조회수 3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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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공연 예술 기초 자료 조사‘(주최: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주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초청 연구원으로 지난 3개월 동안 한국에 체류했던 네오 킴 셍 (Neo Kim Seng, 에스플러네이드 극장 프로그래밍 오피서)을 만나 공연 기획자로서의 그의 삶과 현재 근황에 대해 들어보았다.

본인의 일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를 부탁한다 본인은 공연장 운영을 목적으로 설립된 특수법인인 ‘The Esplanade Co. Ltd'에서 프로그래밍 오피서(Programming Officer)로 일하고 있다. 우리 부서에는 대략 3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중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을 제외하면 약 15명 남짓이 프로그램 기획 일을 맡고 있다. 극장 기획 공연뿐 아니라 3개의 인종 축제(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크고 작은 실내외 음악축제(클래식, 재즈, 팝, 인디 공연), 실험극 축제 등을 기획하고 있다. 최근 에스플러네이드 기획에 새바람이 불어 상당부분의 예산이 제작 쪽에 투여되기 시작했다. 본인은 현재 공연 섭외 기획보다는 작품 제작 쪽 일을 맡고 있다.

에스플러네이드의 기획에 있어 새로운 변화란 무엇인가 에스플러네이드는 개관 후 지난 5년간 주로 공연 섭외 기획에 매진하였다. 그러나 요즈음 아시아 공연예술의 인큐베이터(incubator)가 되고자 했던 에스플러네이드의 설립 목적에 맞게 공연예술단체들을 위한 레지던시 창작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작품을 제작 위촉하거나 직접 제작하는 활동에 돌입했다. 아직 작품 제작이 활발한 편은 아니지만 기획부서 내에서는 새로운 제작 시도를 장려하는 분위기다. 현재 4-5건의 음악, 무용, 복합 장르의 작품들이 계발되고 있다.

킴셍 씨는 현재 어떤 작품을 제작 중에 있는가 본인은 한국의 젊은 안무가 정연수씨와 함께 작업하고 있다. 2005년도에 처음 알게 된 정연수씨와는 지난 2007년에 공동 제작을 결정하고, 올해 3월부터 컨셉 회의를 시작했다. 6월 즈음에 작품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고 싱가포르 출신의 5인의 무용가와 동남아 출신 음악가, 비디오 예술가가 약 6주 동안 싱가포르에 모여 작품을 무대화할 것이다. 이 작업의 가제는 ‘옐로우 몽키(Yellow Monkey)'다. 불교철학을 모티브로 인간 본능을 탐구할 계획이다.

공동 제작 관리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공동 제작에 있어서의 핵심 키워드는 ‘장기적인 관계 (Long-term relationship)'에 있다. 본인만 하더라도 몇 년 동안의 시간에 걸쳐 어느 정도 장기적인 관계를 갖게 된 예술가들과 작업하는 것을 선호한다. 단순한 초청 섭외는 원하지 않는다. ‘그들이 누구인지,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어떤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고 싶은지, 철학이 무엇인지’ 직접 알고 싶고, 나누고 싶다. 이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동 제작은 이런 장기적인 관계의 결과물일 뿐이다.

장기적인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예술가와 기획자는 편안하게 동거할 수는 없는 사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획 즉 예술경영이란 사람을 관리하는 일이다. ("Art management is managing people.") 혹은 사람들의 기대 심리를 관리하는 일이다. 특히 예술가들을 관리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예술가들을 ‘관리’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진정한 ‘관리’란 사람을 ‘이해하는 일’, ‘신뢰하는 일’, ‘하고자하는 것을 그들의 손에 맡겨두는 일’이다. 그리고 이런 예술가에 대한 지식을 ‘다른 이들에게 알리는 일’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예술경영(arts management)이다. 비록 예술경영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본인은 사회학과 역사학을 전공했다) 사회나 역사에 대한 공부가 이 일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누군가를 이해하는 일이 그렇듯이 말이다.

당신은 앞으로 어떤 기획자로 남고 싶은가 본인이 처음 예술 분야의 일은 시작하게 된 것은 1980년대이다. 하지만 그때는 기획자가 아닌 시각 예술가였다. 싱가포르 시각 예술가이자 퍼포먼서인 탕다우(Tang Da Wu)는 내게 시각 예술이 무엇인지, 실험예술과 상업예술을 넘나들며 내가 원하는 작업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었다. 특히 지역예술가들이 작업을 할 수 있게끔 많이 도와주는 모습이 내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1988년 싱가포르 프린지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만난 제시카 레오 (Jessica Leo)는 다른 이들을 신뢰하면서 일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었다. 축제 기획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던 나에게 축제 기획을 가르치기 보다는 그저 신뢰하고 맡겨 두었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능력)을 신뢰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달라이 라마를 인도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그분은 사람과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주었다. 앤디 워홀은 처음에는 언더그라운드 예술가였다. 하지만 펑크와 대중 예술을 오가는 그만의 독특한 색깔로 유명했고, 상업적으로 성공했다. 무엇보다 그가 내게 주는 시사점은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년 넘게 기획자로 살아오면서 내게 크고 작은 영향을 준 사람들처럼 나도 나만의 색깔로 나만의 철학을 가진 기획자가 되고 싶다. 나는 탕다우나 앤디 워홀이 될 수도 없고 되고 싶지도 않다. 나는 영원히 네오 킴 셍으로 남고 싶다. 인터뷰: 남은정, 주소진, 김소연 (예술경영지원센터 지원컨설팅팀) 통역/정리: 김소연 (예술경영지원센터 지원컨설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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