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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예술가들의 교류 “레지던스 프로그램”의 정보사이트
오세형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몇 년 전에 기가 막힌 일을 하나 겪었다. 국내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초청된 네덜란드의 젊은 미디어 아티스트가 있었다. 그는 퍼포먼스, 무대디자인, 영상제작 등 다양한 작업을 해왔고 이번 한국방문에서는 안무가, 연출가 등의 공연예술가들과 같이 지내며 ‘몸으로’하는 공연을 시도하였다. 그의 문어발식 예술언어가 놀라울 건 없었다. 국내에도 이것저것 하는 예술가들을 많이 만나보았으니까. 다만 그는 지금 네덜란드에서 2년짜리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중이고 그 와중에 한국의 또다른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다. 쉽게 말해서 2년간 예술을 꽁짜로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처럼 젊은 예술가가 알바와 과외에 시달리며 바삐사는 상황과 달리 이 유럽의 키크고 속없어 보이는 친구는 ‘작업만 열심히’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유럽에는 많은 수의 레지던스 시설과 지원제도로 능력있는 상당수의 젊은 예술가가 생활고로 인한 시간낭비 없이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전전하며 살수 있다고 한다. 물론 풍족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예술가와 만나고 적당한 대접을 받으며 창작에 몰두할 수 있다는 얘기에 여럿의 부러움을 샀다. 사실 그때 안무가나 연출가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무용과 연극하면 늘 무용단과 극단만 떠오르는 국내상황에서 공연예술가의 개체성이 보존되기란 쉽지 않다. 독자적인 길을 걷는 것, 자신만의 예술언어를 다양한 실험을 통해 구축해가는 것... 이런 일이 공연예술가에게도 필수적인 것인데 하는 생각들... 해외에는 이미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들이 공유되고 있었다.
■ Res Artis www.resartis.org
"Res Artis" 는 가장 대표적인 온라인 국제레지던스 관련 커뮤니티로 네덜란드에 본거지를 두고 있다. 1993년에 레지던스 기관들의 자발적인 모임으로 시작되었고 현재 40개국 총 200개 이상의 아트센터가 참여하고 있다. "Res Artis" 는 크게 두 가지 목적을 내세우고 있는데 하나는 “예술가의 자유로운 교환”이며 나머지 하나는 기관운영자들의 교육 및 교류활동이다. 국내에서 작가거주(레지던스)프로그램은 아직 시각예술 분야의 일이라고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서인지 이 사이트에 등록된 국내기관도 ‘창동스튜디오’ 와 같이 시각예술 분야만 등록되어 있다. 그러나 홈페이지를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상당수 해외기관이 공연예술분야(무용, 연극, 음악)의 예술가를 원하고 있다. 특히 유럽쪽은 예술의 다원화현상이 심해 다장르 예술가들이 같이 지내며 많은 것을 교류하고 서로를 촉발시켜주기를 원하고 있다. 많은 곳이 유사성보다는 이질성을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는데, 각 기관의 연례보고서에 나열된 예술가들의 장르, 국적, 나이 등의 구성에서 그러한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통상 2년마다 한번씩 총회를 개최하는데, 금년에는 10월 8일부터 11일까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개최한다. 개인적으로는 총회에서 발표되는 세미나나 발제의 주제에 관심이 많은데, 금년에는 최근 몇 년간 이슈가 되고 있는 ‘예술가의 이동성’에 관한 주제로 여러 명이 발표할 예정이다. 뉴스레터를 받아보니 마음에 드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
※ 뉴스레터 신청 : http://www.resartis.org/index.php?id=256
■ Trans Artists www.Transartists.nl
Trans Artists는 Res Artis의 동생정도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다. 역시 네덜란드에 소재를 두고 있고 Res Artis에서 부족했던 서비스기능이 강화된 사이트다. 네덜란드는 역시 네트워크로 먹고사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고 오랜 역사를 가진 개방성이 이런 웹사이트에도 엿보인다. Res artis가 기관간의 정보교환, 기관이 중심이 된 사이트라면 Trans Artists는 철저하게 ‘개인예술가’라는 사용자 중심의 사이트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정보가 훨씬 다양하고 풍부해서, 각 레지던스 시설의 모집현황은 물론이고, 파트너를 원하는 예술단체, 예술축제의 부대행사로 기획된 워크샵, 예술교육에 관한 워크샵, 정보가 약한 예술가에 대한 컨설팅, 각국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지원금제도까지 정보의 스펙트럼이 넓다. 마치 예술가를 위한 부동산처럼 ‘뭔가 겪어보고 싶은’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정보가 짜여져 있다. 또한 프로그램에 참가한 예술가들의 다양한 수기도 실려 있어 레지던스에 도전하고픈 예술가에게 낯선 곳의 추상성을 상쇄해주는 센스까지 갖추고 있다. 그리고 각 기관의 참가자 리스트에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 국내 예술가들이 참가하고 있어 놀라게 된다.
■ Alliance of Artists Communities www.artistcommunities.org/
미국에서 설립된 기관간의 연합체로 미국의 기관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사이트다. 그러나 얕볼 수 없는 것이 미국에는 250개가 넘는 레지던스 기관이 있고 설립된지 50년이 넘는 곳도 있다. 사실 미국은 유럽보다 훨씬 빨리 자연스럽게 작가거주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은 곳이다. 오랜 역사에 맞게 규모도 다양해서 수십 명이 동시에 입주가능한 시설도 있고 3-5명만이 입주가 가능한 전원형의 오두막 같은 곳도 있다. 많지는 않지만 곳곳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국예술가들을 찾아볼 수 있다.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가하려면 일단 영어를 어느 정도 해야 하고, 개체성이 뚜렷한 성향을 지녀야 한다. 무용가보다는 안무가, 배우보다는 연출가 등이 접근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 아르코 지원컨설팅센터 online.arko.or.kr/
비로소 얼마 전에야 이 멋진 사이트가 개설되었다. 국내외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업데이트시켜주고 있고, 자세한 스펙까지 소개해주고 있다. 레지던스 참가를 위한 컨설팅도 가능한 곳이어서 이것저것 물어보며 필요한 정보를 축적할 수 있다. 위의 사이트들과 함께 아르코 지원컨설팅센터를 잘 활용한다면 해외레지던스 프로그램에 관한 정보는 거의 손안에 들어오게 된다. 다만 해외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항공비는 대부분 지원해 주지 않고 있고, 체류비나 작업비용도 일부만 지원하는 곳이 많다. 국내에서의 재원확보가 일단 필수적이라고 볼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각 지방재단의 지원제도를 통해 해외레지던스 참가자들에게 항공, 체류비 정도의 지원금을 주고 있다. 개인당 보통 500만원에서 1천만원 사이의 지원금이 지급된다.
내가 알고 있는 30대 중반의 한 안무가는 매해 일본의 레지던스 기관에 일정기간 거주한다. 그는 그곳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창작작업과 함께 안무교육프로그램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는 늘상 다른 문화적 배치에 자신을 내맡기는 것에 익숙해졌다. 유목민처럼 이곳 저곳을 다니지만 어디나 그의 집이 되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국내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해외안무가는 일부 한국예술가들이 낯선 해외의 경험에 대해 보수적인 관점을 가진 것에 우려를 표명했었다. 그녀는 예술가의 자기고립은 결국 자신의 가치와 정체성에 대한 막연한 확신을 가져오고 결국 스스로에 대한 신뢰상실을 발견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욕망과 야심에 제한을 걸어놓는 이런 관점이 결국 수동적인 비판적 태도를 지닐 위험이 많다고 했다.
오세형
서울시립대
성공회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연극연출, 제작 등을 하다 현재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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