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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 그리고 중요한 에든버러 프린지의 공연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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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8-08-28 조회수 4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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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 그리고 중요한 에든버러 프린지의 공연장들 글: 유병진 8월 16일 토요일 오전, 축제 기간이 한창인 시간에 프린지 소사이어티(Fringe Society)의 회원 총회가 열렸다. 이 회원 총회에서 이사회는 지난 2007년의 결산현황을 설명하고 새로운 이사를 선임하기 위한 투표를 진행했다. 이후 토론에서는 온라인 티케팅 서비스 오류에 대한 프린지 사무국과 이사회에 대한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커져갔고 토론은 어느새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 초대 받지 못했던 여섯 개의 공연단체가 페스티벌의 언저리(fringe)에서 공연했던 60여 년 전으로 돌아가 과연 ‘프린지 정신’은 무엇인지를 되짚어보는 자리로 변해갔다. 프린지에 참여하는 공연단체와 공간운영자, 지역의 예술가들이 주로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프린지 소사이어티 회원 총회였던 만큼 참여자들의 발언은 점점 더 거대해지는 일부 프린지 공연장 체인에 대한 성토로 옮겨 갔다. 프린지 정신과 거대해 지는 극장 기업의 파워 간의 관계는 관점에 따라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 순기능도 있고 역기능도 있다. 프린지 안의 다양성을 증진시킬 수도 있고, 역설적으로 다양성을 해칠 수도 있다. 거대 극장 체인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논하는 것은 프린지 회원들의 몫으로 남기고, 우리는 프린지 안에서 자기의 색깔을 갖고 있는 중소 극장들의 성격과 운영에 대해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올해는 어셈블리, 플레상스, 길드벌룬, 언더벨리 등의 주요 극장들이 ‘축제안의 축제’형식으로 ‘코미디 페스티벌’을 만들어 한층 더 마케팅을 강화하였다. 코미디가 어떤 다른 장르보다 강세인 에든버러 프린지의 성격을 고려해보면 주요 공연장의 코미디 공연으로 관객들이 몰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소 규모의 공연장은 대규모 마케팅 활동보다는 자기 공연장의 프로그래밍 성격의 차별화를 시도하거나, 자신들의 설립 취지대로 흔들림 없이 자신의 활동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 스탠드 코미디 클럽 The Stand Comedy Club 스탠드 코미디 클럽은 에든버러의 대표적인 코미디 클럽이다. 어셈블리나 언더벨리 등의 대형 공연장 체인은 코미디뿐만 아니라 여러 장르의 공연을 유치하며 코미디 프로그램의 경우 주로 런던의 유명 코미디언들의 쇼가 펼쳐진다. 하지만 스탠드 코미디 클럽(이하 스탠드)은 대형 공연장 체인과는 달리 코미디 전문 공연장으로서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를 중심으로 젊은 코미디언들을 소개하는 등용문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스탠드는 에든버러에서 프린지 기간뿐만 아니라 연중 코미디 공연을 진행하는 곳이기도 하다. 올해로 에든버러 프린지 13년 차인 스탠드에서는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온 36개의 코미디쇼가 펼쳐졌다. 공연장은 크게 두 개의 장소로 나뉘어 있으며, 각 장소에는 여러 개의 작은 공연장이 들어차 있다. 각각의 작은 공연장은 약 30명에서 60명까지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다. 스탠드는 코미디 공연장으로서의 자존심이 매우 높지만, 최근 대형 공연장들의 마케팅 공세로 적지 않은 고전을 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지역의 코미디 메카로서 더욱 신진 코미디언들을 발굴하고자 힘쓰고 있으며, 점심시간에는 식사와 함께 무료 코미디 공연을 진행하는 등, 관객들이 더 쉽고 편안하게 젊은 스코틀랜드 코미디를 접하고 극장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노력 하고 있다. 주 The Zoo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보이첵>이 2007년에 공연되었던 오로라 노바 극장은 에든버러의 대표적인 피지컬 씨어터 공연장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올해는 문을 열지 못했다. 그 여파로 코미디와 연극 등 주로 영어에 기반을 둔 공연들이 대세인 에든버러에서, 피지컬 씨어터의 설 자리는 그 만큼 줄어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The Zoo)의 존재는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주는 두 개의 공연장인 더 주(The Zoo)와 주 사우스사이드(Zoo Southside)을 갖고 있다. 극장 번호 82와 124가 말해주듯이 주는 프린지에서 아직은 역사가 오래 된 공연 공간은 아니다. [글쓴이 주. 극장 번호는 프린지에 참여하기 시작한 순서대로 부여받는다.] 주의 공연 프로그램은 주로 피지컬 씨어터와 무용이다. 주의 공연들을 관람하다 보면, 이곳을 자주 찾는 관객들을 발견할 수 있다. 관객층이 확실한 장르인 만큼, 피지컬 씨어터로 전문화 하여, 자신들의 독자적인 관객층을 형성하고, 예술가들에게도 그와 같이 포지셔닝된 결과이다. 올해 주에서는 약 50여개의 작품이 공연되었고, 그중에는 한국의 극단 초인의 <선녀와 나무꾼>도 포함되어 있다. 올해 주는 체코센터(Czech Centre www.czechcentre.org.uk)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형성하여, 체코센터가 지원하는 체코공화국의 5개 공연 중 3개의 피지컬씨어터 작품을 공연하였다. 그 중 아드리아틱(Adriatic)의 <폴라리스(Polaris)>는 평단으로부터 긍정적인 비평을 얻고 있다. 또한 에든버러에서 무용으로 가장 유명한 공연장 중 하나인 스코클랜드 국립 무용 센터인 댄스베이스(Dascebase)와도 홍보 등에서 협력하고 있다. 중소형 공연장으로서 자신의 프로그램 성격을 확실히 하여 관객들에게 포지셔닝하고, 체코센터, 댄스베이스 등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활동 반경을 넓혀 가는 전략이 눈에 뛴다. 트래버스 극장 Traverse Theatre www.traverse.co.uk 트래버스 극장(이하 트래버스)은 다른 프린지 공연장들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다른 프린지 공간이 대관 중심의 프로그램밍을 하는 반면, 트래버스는 철저한 제작 (Presenting) 시스템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트래버스 자체가 프린지라는 일정 시간 동안 운영되는 공간이 아니라, 연중 제작 시스템이 가동되는 창작의 발전소라고 할 수 있다. 트래버스의 제작 시스템은 스코틀랜드를 비롯한 영미권의 창작희곡을 발굴하고 이를 제작함으로써 영미 희곡창작과 발굴에 중심이 되고 있다. 트래버스가 운영하는 2개의 공간은 다른 프린지 극장들에 설치된 가설무대들과는 확연히 다른, 공연에 적합한 공간과 설비들을 갖춰진 안정된 공연장이다. 뉴욕타임즈는 트래버스를 “The Traverse Theatre, the festival's most prestigious home of serious drama" 즉, 축제에서 주제의식이 강한 가장 명망 있는 극장으로 평가하고 있다. 올해는 'Manifesto(선언)'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사회 문제와 사람들의 삶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연극들을 프로그래밍하였다. 그중 <딥 컷(Deep Cut)>과 <녹턴(Nocturne)>, <일렉트릭볼륨(The New Electric Ballroom)>, <아키텍쳐(Architecture)> 등이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영미 연극의 중심으로서의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는 트래버스에는 스코틀랜드예술위원회(Scottish Arts Council), 영국문화원(British Council) 등의 공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약 10여개의 기업으로부터의 후원을 받고 있다. 캐나다 퀘백 주정부, 일본국제교류기금 등으로 부터도 약간의 금전적인 지원을 받는 등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작년까지 트래버스를 지휘하고 퇴임한 필립 하워드(Phillip Howard)가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공헌한 공로로 헤럴드 엔젤로부터 2007년 특별 공로상을 수여 받았다. 그의 뒤를 이어 새로 부임한 젊은 40대의 예술 감독 도미닉 힐(Dominic Hill)과 함께하는 트래버스의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밖에도 스코틀랜드 무용의 메카이며, 2년마다 열리는 영국문화원쇼케이스(British Council Showcase)의 무대인 스코틀랜드 국립 무용 센터인 댄스베이스(Dancebase)와 비영어권 국가의 공연들을 주로 소개하는 인터내셔널 시어트리(International Theatre)와 힐 스트리트 시어트리(Hill Street Theatre) 등도 주목해야 하는 공간들이다. 이들 극장은 대형화와 강력한 마케팅보다는 자기 미션과 성격을 찾아 자신들을 포지셔닝하고, 에든버러 프린지와 스코틀랜드에서 주요한 활동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프린지의 정신이 ‘다양성’과 ‘차이’, ‘예술적 기준의 열림’에 있는 만큼 대형공연장과 위에서 언급한 공연장 모두 그 나름의 역할과 가치를 존중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점점 더 비싸지는 프린지의 참여 비용과 프린지 공연의 대형화와 대중화 경향을 고려해 볼 때, 다양한 가치들을 표현하는 작품들이 선보여질 수 있는 다양한 공연장의 존재와 이들의 생존을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에든버러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 공연들의 진출과 연결해서 생각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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