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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산책: 꿈꾸는 과학, 예술을 만나다' - "과학이 아닌 것에서 과학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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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9-07-03 조회수 4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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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5일 2009 문화예술 기획경영 아카데미 ‘산책: 무한상상의 길을 걷다’(예술경영지원센터 주최)의 첫 번째 강의 "꿈꾸는 과학, 예술을 만나다"가 대학로 일석기념관에서 열렸다  
“과학이 아닌 것에서 과학 찾기”
[리뷰] ‘산책: 꿈꾸는 과학, 예술을 만나다''
 
이수현 _ 두산아트센터 프로듀서
 
 
 

정재승 교수는 다양한 과학적 접근으로 생명, 자연, 우주라는 말을 사람들이 가깝게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예술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박제된 답습 혹은 자기만족의 수위를 벗어나 좀 더 치열하고 과감하게 삶의 다양성과 만나야 할 것이다.

지난 6월25일 2009 문화예술 기획경영 아카데미 ‘산책: 무한상상의 길을 걷다’(예술경영지원센터 주최)의 첫 번째 강의 "꿈꾸는 과학, 예술을 만나다"가 대학로 일석기념관에서 열렸다. 이 프로그램은 타 분야 전문가와의 만남을 통해 문화예술 기획경영 인력의 상상력과 창조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첫 강의는 『과학콘서트』의 저자이자, 국내 최초 라디오 과학프로그램인 <도전 무한지식>으로 널리 알려진 정재승 교수(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및뇌공학과)의 “꿈꾸는 과학, 예술을 만나다”편이었다. 정재승 교수는 다양한 분야와 과학을 접목한 ‘과학 글쓰기’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과학을 알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SF소설 『눈먼 시계공』을 소설가 김탁환과 함께 일간지에 연재하며 분야 간의 결합을 통한 창조적 생산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이번 강의는 문화예술 기획경영자가 평소 간과하기 쉬운 사고와 시각의 확장 대해 이야기 한 시간으로 오붓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다르게 접근하기

강의는 “매력적인 과학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과학에 관한 글들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힘든 방식으로 전개되거나, 다루는 소재 또한 다양하지 못했다고 한다. 정재승 교수는 기존 글쓰기 즉, ‘과학자다운 글쓰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의 글쓰기에 접근했다고 한다. 생활과 과학, 과학과 영화를 연결하여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것에 대해 과학을 매개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위해 좀 더 쉬운 과학 글쓰기 방식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그가 말한 ‘정재승식 과학 글쓰기’는 다음과 같다.

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 및 뇌공학과 정재승 교수첫 번째, 추상적인 과학적 개념을 이해할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것으로 비유하여 쓰기. 여기에는 적절한 비유, 예제 인용이 반드시 필요하다. 두 번째, 모든 사람이 모른다는 가정 하에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하기. 세 번째, 전혀 엉뚱한 이야기에서 시작하기. 즉 시(時)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DNA 등 과학적인 이론을 설명하면 사람들이 훨씬 이해하기 쉽다는 것. 네 번째, 어떤 과학적 이론을 다루던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설명하기. 다섯 번째,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통찰력 키우기. 이 통찰력이 있을 때 100%의 과학적 글쓰기가 완성된다고 한다. ‘과학적 개념’을 알았을 때 세상을 보는 눈이 어떻게 변화하나 질문을 던져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재승 교수는 과학기술은 과학이란 이름으로 이뤄지는 지적탐구 행위이며, 이를 통해 삶의 경이로움을 알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 본인의 뇌 연구 작업에 관해 언급하였다. 현재 진행 중인 뇌 연구는 사람의 생각을 말없이 읽을 수 있는 ‘통역기’의 기능을 한다고 설명하며, 뇌파가 만들어내는 소리의 변화를 통해 인간의 감정 및 행동 변화를 읽고 이를 실생활에 도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한다.


상상(想像), 코끼리뼈로 사고하라

두 번째 이야기는 ‘상상(想像)’에 관한 것이었다. 상상의 어원은 코끼리를 본 적 없던 고대 중국인들이 코끼리뼈를 보고 그 모습을 그렸던 것에서 비롯된 단어라고 한다. 정재승 교수는 상상이란 현실 가능성이 없는 덧없는 생각이 아닌, 코끼리뼈를 토대로 사고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즉, 최소한의 기본 요소를 바탕으로 그 위에 실현 가능한 옷을 덧입히는 행위라는 것. 이러한 예는 과학과 영화의 만남에서도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데,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SF영화들이 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예를 들어 영화 <아이언 맨>은 실제 UC버클리 과학자들이 개발하고 있던 군사용 로봇슈트 즉 인간능력 강화용 외골격 개발 프로젝트에서 착안하여 만들어진 영화이다.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과학적 연구가 영화에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영화는 실현가능성을 가진 과학적 기술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 둘은 모두 상상력에 맞댄 창조적인 결과물이다.


생각지 못했던 것에 ‘과학’이 있다

사회를 맡은 이수현 프로듀서와 정재승 교수정재승 교수는 차후 과학과 예술을 접목한 다양한 시도들을 계획 중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현대미술 작품을 아무 설명 없이 보여주었을 때와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한 후 보여주었을 때 인간 뇌가 보이는 변화를 연구하고 싶다고 한다. 또 특수한 의자를 개발해 영화관에 설치한 후 영화를 관람하는 사람들의 신체 반응의 변화를 장면별, 장르별로 살펴보는 실험을 하고 싶다고 한다. 이런 작업을 통해 ‘이런 것이 과연 과학인가?’라 할 만큼 생각하지 못했던 데에서 ‘과학’을 발견하게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직업인 과학연구 작업과 영화 감상, 글쓰기 등의 생산적 취미가 만나서 과학을 매개로 한 창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하며, 앞으로도 사물을 전혀 다르게 바라보는 시각을 통해 과학이 아닌 것에서 과학을 찾는 작업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한다.


‘과학’을 ‘예술’로 바꾸면

강의에서 정재승 교수는 다양한 분야를 즐겁게 접근하고, 이를 자신의 분야와 끊임없이 연관시켜 생각하고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강의 중 나왔던 ‘과학’이란 단어를 ‘문화예술’로 치환해서 생각해 보면 어떨까?

사고의 확장과 유연함은 우리에게 익숙한 것에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전혀 연관성이 없는 듯 느껴지는 것에서 그 가능성의 씨앗을 발견하고 가꾸고 키워내는 일이 아닌가 싶다. 정재승 교수는 다양한 과학적 접근으로 생명, 자연, 우주라는 말을 사람들이 가깝게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예술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박제된 답습 혹은 자기만족의 수위를 벗어나 좀 더 치열하고 과감하게 삶의 다양성과 만나야 할 것이다.
 

강의 모습

지금까지 문화예술 기획경영 종사자를 위한 프로그램이 행정 및 운영관련 업무 등 실무능력향상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이번 프로그램은 문화예술 기획경영자가 갖추어야 할 근본적인 사고의 확장 및 전환을 촉발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한 시간이었다.


 

 

필자 이수현  

필자소개
이수현은 연극과 예술경영을 공부하고, (주)이다엔터테인먼트와 독립기획자 그룹 여유,작을 거쳐, 현재 두산아트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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