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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소리, 벨기에 스핑크스 페스티벌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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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7-03-25 조회수 4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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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소리, 벨기에 스핑크스 페스티벌에 가다

서미숙((사)문화마을들소리 기획실장)

2006년 들소리, 12개국을 누비며 길에서 배우다. 악기와 장비, 개인 짐까지 모두 도맡아 준 듬직한 친구이다영국에서 구입한 IVECO 트럭














영국에서 구입한 IVECO 트럭.
악기와 장비, 개인 짐까지 모두 도맡아 준 듬직한 친구이다.

2006년 봄, 들소리는 아프리카 3개국을 시작으로 이스라엘 투어를 강행하며 첫 몸살을 치렀다. 여름 시즌에는 영국, 불가리아, 아일랜드, 노르웨이, 벨기에, 프랑스 유럽 6개국을 돌며 100일간 투어를 무사히 마쳤다. 8월에는 싱가폴 워매드(WOMAD)를 통해 아시아 외유를 했고 대만 친자 극장 공연을 끝으로 연간 투어의 종지부를 찍었다. 영국 현지법인을 설립(2006년 3월 14일)한 들소리는 특히 ‘100일간의 유럽 투어’를 통해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좋은 경험을 축적하였고 아울러 유럽 프로모션의 좋은 기회가 만들어 지기도 하였다. 투어 프로그램은 극장 공연을 비롯해 축제, 워크숍, 퍼레이드, 학교방문교육, 공연자 간 공동작업 등으로 진행되었으며, 그중 월드뮤직 축제는 이번 투어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들소리 2006년 해외 투어를 기념할만한 공연을 하나만 꼽으라면 글쎄, 무척 어려운 주문인 듯하다. 길에서 먹고, 자고, 배우는 동안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가르침이 없었다고 해야 할까. 매 순간순간이 아름다웠던 시절을 떠올리다 한국에는 아직 생소한 월드뮤직 축제를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벨기에 스핑크스 페스티벌에 대해 얘기를 시작해볼까 한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다. 고대 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 스핑크스가 지나가는 사람마다 붙들어 “아침에는 네 다리로, 낮에는 두 다리로, 밤에는 세 다리로 걷는 짐승이 무엇이냐”라는 수수께끼를 내어 풀지 못하면 잡아먹었다. 이 문제에 직면한 오이디푸스는 “그것은 사람이다”라고 대답해 죽음의 위기를 면했다는 전설은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서유럽 최고의 월드뮤직 페스티벌인 벨기에 스핑크스 페스티벌(SFINKS Festival)은 마치 이집트의 괴물로 부활한 듯이 먼 아시아에서 온 들소리에게 다짜고짜 수수께끼를 내었다.

“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2006년 7월 27일부터 나흘간 벨기에 안트웨르펜(Antwerpen)의 낮과 밤을 달구었던 이 축제는 40,000명 이상의 유료관객이 방문하여 31년 째(1975년 시작) 지속된 교감과 환희의 기적을 이었다. 2006년은 브라질을 테마로 구성하였으나 아프리카, 스페인, 인도 등 다양한 월드뮤직 스타들이 참여하였으며 한국에서는 들소리가 처음 초청 받은 것으로 보인다. 스핑크스 페스티벌에서 첫인상은 초대형 야외극장의 붉은 천막이었다. 소똥, 말똥이 뒹구는 잔디밭에 거대한 대형 천막이 세워지고 메인 무대 아래는 목재로 된 홀이 있어 2-3천명의 관객이 동시에 춤추며 즐길 수 있었다. 이곳이 쉬지 않고 지속되는 월드뮤직 스타들의 출연과 댄스 파티로 화려하게 각광 받는 다면 야외무대는 주로 전통의 원형을 잘 살린 제3국의 이색적인 공연이 올려졌다. 또 한쪽에서는 관객들이 줄을 한참이나 서서 입장하고 있었는데 열정적인 콘서트 전용 텐트였다. 그 외에도 관객과의 만남을 위한 프레스 천막, 아이들을 위한 대형 놀이 시설, 이국적인 의류, 악세사리, 악기 등을 구입할 수 있는 마켓 등이 자리 잡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참여 아티스트를 위한 전용 시설이었다. 메인 천막 뒤에는 세탁실과 샤워, 화장실을 겸비한 출연자 대기실과 레스토랑, 예술가 클럽이 따로 펼쳐져 있고 그 규모는 전체 축제장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이러한 시설뿐만 아니라 예술가를 위한 서빙, 보안 등 자원봉사자들의 친절과 책임 의식 또한 철저했다. 예술가를 위해 이처럼 세심한 배려를 하는 축제가 몇이나 있을까. 그들은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최상의 공연 컨디션을 만들어 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스핑크스 페스티벌 야외무대.관객들과 보다 밀착할 수 있는 원형 무대이다.











 

스핑크스 페스티벌 야외무대.관객들과 보다 밀착할 수 있는 원형 무대이다.

축제 공간을 가득 메운 방문자들의 열정은 대단했다. 아티스트들은 곳곳에서 격정을 토하고 이와 교감을 이룬 관객들은 희열에 찬 표정으로 춤추며 환호했다. 이제 걸음마를 막 시작하는 아이를 비롯해 노년의 부부까지 흥이 나면 노래하고 신이 나면 춤을 추며 너무나도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이들은 소형 텐트나 침낭을 가져와 축제가 끝날 때까지 별을 바라보며 노숙을 하기도 했다. 아이들도 마른 소똥 더미 위를 뛰어다니며 거친 잠자리에 누워 잠들었지만 무척 건강해 보였다. 세상의 모든 음악이 모이는 이 축제는 유럽의 낙원을 꿈처럼 펼쳐놓은 듯 했다. 강렬한 메시지를 품은 월드뮤직 뮤지션들, 아티스트를 사랑하는 축제, 음악을 통해 세계를 즐기는 관객. 이들의 삼합(三合)은 스핑크스가 수호하는 피라미드의 세 꼭지점처럼 만나 눈부신 축제 문화를 이룩하고 있었다. 우리는 어렵지 않게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었다. 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이었다.

다음에 계속..

필자약력 1995년 | '우리살림 들소리' 입단 2007년 현재 | (사)문화마을 들소리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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